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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김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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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4-01-13 14:13 조회1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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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김장 이야기 

  

마을의 친한 선배 한 분과 아파트 공동 수도(水道) 가를 지나는데 마을의 형수님께서 얼른 보아도 백 포기는 넘을 것 같은

제법 많아 보이는 절인 배추를 깨끗한 물로 씻고 있는 것을 보고 “형수님! 김장하시게요?” 묻자 “아제! 으디 가시오? 인자본께

 

 

운동하러 가신갑구만! 그란디 짐장들은 했소?” 묻자 선배께서 “우리는 엊그저께 일요일 날 식구대로 동원해 갖고 해 부렇서요.”

“우메! 그라문 씨연하시것소! 그란디 올해는 몇 폭이나 했습디여?” “그랑께 처음에 집사람이 올해는 한 오십 포기나 했쓰문

 

 

쓰것다고 해서 배추 모종을 백 개 정도 심었는디 이것이 겉보기는 썽썽하고 조은디 반으로 갈라보문 가운데가 썩은 것이 있드란 말이요!

그랑께 으찬 것은 썩고 또 으찬 것은 물짜 갖고 안 크고 그래서 쓸만한 것만 골랐드니 그래도 한 오십 포기는 쬐깐 더 되얐는디

 

 

쩌그 웅치 사는 우리 딸이 즈그 시집이서 삼십 포기 쪼금 넘게 또 갖고 왔드란 말이요. 그라다 본께 구십 포기 쯤 된 것 같드라고요.”

“그라문 우추고 얼렁 끝냈소?” “광주 사는 우리 아들 내외, 그라고 웅치 사는 딸 내외, 또 우리 동생하고 조카 내외,

 

 

그라고 나하고 우리 집사람 열 명이서 일곱 명은 비비고 세 명은 갔다 날리고 하다 본께 아침 야달시부터 시작했는디

열시도 못 되야서 끝나 붑디다.” “우메~ 아제 집은 짐장도 쉽게도 끝나 부렇소 잉! 참말로 잘했소~ 오!” “그런데 형수님 배추는

 

 

몇 포기나 되는데요?” “우리 배추? 요것이 백 포기여!” “김장하실 배추가 백 포기나 된다고요? 아니 형수님은 두 식구일 텐데

이렇게 많이 해서 어떻게 하시려고요?” “아이고~오! 아제도 참! 아니 짐장을 하문 우리 식구만 묵은다요? 우리 아들이 둘!

 

 

그라고 딸 한나! 그라고 시아제까지 전부 다섯 집이 나나 묵을라문 이 정도는 해야 하꺼 아니요? 안 그라요?” “그러면 배추에 넣을

양념은 지금부터 준비하셔야겠네요.” “내가 이라고 배추를 씻거노문 이따 저녁때 퇴근하고 모다들 옴시로 양념거리는

 

 

사 갖고 오꺼이고 또 낼 아침에 전부다 모타 갖고 아제 집 같이 비빌 사람은 비비고 또 심바람할 사람은 심바람하고

그라문 얼렁 끝나부꺼요.”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후배 한 사람이 “오늘은 여기서 반상회가 열렸나요? 왜 이렇게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고 계세요?” “반상회가 열린 게 아니고 짐장 이야기를 하고 있네! 그란디 자네 집은 했는가?” “우리 집은 어제 끝냈어요.”

“아니 배추 절개는 것도 못 봤는데 우추고 짐장을 해?” “그러니까 그저께 우리 집사람이 처제와 함께 양념을 준비하더라고요.

 

 

그러더니 저녁에 배추 절여 놓은 것을 사 가지고 와서는 밤에 물기를 뺀 다음 저하고 셋이서 약 한 시간 반 정도 비비고 나니까

금방 끝나던 데요.” “그랬어? 그라문 자네도 짐장을 간단하게 끝내분께 좋구만! 그란디 자네는 으짠가?” 하며 나에게 물었다.

 

 

“우리는 오늘 배추 절여 놓은 것 씻어서 내일 담글 예정이에요.” “그라문 올해는 몇 포기나 하꺼인디?” “우리 집사람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 삼십 포기쯤 한다고 하던데요.” “그러면 몇 명이 비비는데?” “비빌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그냥 저와 집사람이 해야지요.” “작년에는 자네 처제가 와서 도왔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금년에는 배추를 절여서 판매하느라

바쁜데 어떻게 와서 도와달라고 하겠어요?” “그러면 자네와 제수씨 둘이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겠는데.”

 

 

“그렇지도 않아요. 저 동생은 셋이 한 시간 반 걸렸다고 했지요? 그러면 둘이 하면 얼마나 걸리겠어요? 넉넉히 잡아도 세 시간 안에는 끝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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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11월 22일 촬영한 장성호 황금빛 출렁다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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