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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운동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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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3-12-23 15:11 조회1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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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운동의 허와 실

 

어제 밤새 흐느끼듯 쏟아지던 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뭇잎들이 한 잎 두 잎 가지와 슬픈 작별을 고하며 천천히 떨어져 내리며

금방 찾아올 추운 겨울을 예고하는데, 새들은 무엇이 그리 좋은지 이른 새벽부터 온 동네가 떠나갈 듯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었다.

 

오늘도 마을 뒷산을 천천히 오르고 있는데 엊그제 강하게 불어대던 바람 때문인지 나무에서 떨어져 내린 빨간 단풍나무 잎,

아직 단풍도 들지 않은 오리나무 잎, 그리고 노란 솔잎들이 함께 뒤섞여 여기저기 나뒹굴며, 수북하게 쌓여있는 오솔길을

 

천천히 걸으며 ‘엊그제 가을이 시작된 것 같은데 어느 날 불쑥 찾아온 겨울이 가을을 밀어내고 모든 것을 점령해 버렸구나!

시간이 빠른 걸까? 아니면 계절이 빠른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편백숲을 지나 단풍나무 숲으로 들어서는데 40대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승용차에서 내려 나를 따라 숲길로 들어서면서 “여기는 길을 누가 깨끗이 쓸어 놓았네요!” 해서 “여기는 맨발로 다니는

여사(女史)님들이 매일 대빗자루로 쓸고 닦고 청소하는 곳이니 신발을 벗고 다녀야 하는 길입니다.” 했더니 “정말입니까?”

 

되물었다. “아니 신발을 벗으라는 이야기는 농담이고 요즘 맨발로 걷는 것이 유행이다 보니 여기도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어느 날 누군가 몽당빗자루 하나를 가져와 군데군데 쓸기 시작하자 다른 사람들도 빗자루를 하나씩 가져오더니

 

요소요소에 놓아두고 바닥을 쓸어내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신발을 신고 다니기 미안할 정도로 깨끗했는데 요즘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날씨가 많이 추워진 탓에 맨발로 다니면 발이 많이 시려울 것 같은데 그래도 그냥 다니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왜 그렇게 다니는 분이 많아졌을까요?” “몇 개월 전 KBS TV에서‘전국은 맨발 열풍’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송한 뒤

신발을 신지 않고 다니는 분들이 많아졌는데 약 3개월 정도 맨발로 다닌 분에게 ‘무슨 효과가 있었냐?’ 물었더니

 

‘다른 것은 잘 모르겠는데 밤에 잠이 잘 와서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것 한가지 때문에 맨발로 다닐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유튜브를 보면 마치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계속 걷다 보면 각종 질병은 물론이고

 

암까지도 치료가 된다!’하니 누구나 다 그렇게 하고 싶겠지요.” “저쪽 건너편 산에도 이렇게 등산로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거기를 지나가는데 아주머니 한 분께서 ‘여기는 신발을 신으면 다닐 수 없는 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여기가 아주머니 땅도 아닌데 무슨 권한으로 막는 겁니까?’ 물었더니 ‘맨발로 다니면 건강에 좋다는 데 왜 싫다!’ 하냐며

막 화를 내더라고요. 아무리 맨발로 다니는 것이 건강에 좋더라도 남에게 강요하는 것 그것은 정말 잘못된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맨발로 다니면 부상 위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하겠더라고요.” “무슨 부상 위험이 있는데요?” “아무래도 여기가 산이다

보니 나무뿌리, 또 툭 튀어나와 있는 돌, 그리고 밤송이까지 모든 것을 조심해야 하는데 우리 마을 아주머니 한 분은 일행들과

 

이야기를 하고 가다 나무에서 떨어진 밤송이를 밟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한참 동안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하고,

또 누구는 다른 곳에 한 눈 팔다 자신도 모르게 나무뿌리를 걷어차는 바람에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누구는 땅에 떨어진 유리 조각을 밟는 바람에 병원에 가서 꿰매는 수술까지 받았다고 하니 맨발로 다니려고 신발을 벗었으면

항상 길바닥에 위험한 것은 없는가? 잘 살펴서 걸어야 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 맨발로 다니라고 강요하는 일도 없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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