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회

정우회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문인 광장

"노래방에 갔다 오문 으짜것는가?"

페이지 정보

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3-12-16 13:43 조회144회 댓글0건

본문


“노래방에 갔다 오문 으짜것는가?”

 

가을이 시작되면서 시골 마을 누구네 집 울타리 가에 서 있는 높은 밤나무가 대가리가 반들반들한 굵은 알밤을 한 알, 두 알,

토해내기 시작하고, 초가지붕 위에서 오가는 길손에게 반갑게 인사하던, 보름달처럼 둥근 누렇게 잘 익은 호박이 오늘은 지나가는

 

고추잠자리를 붙잡고 한참 동안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은 제27회‘노인의 날’이어서 마을 선배 두 분과 기념식에

참석하였는데 식전 행사로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들의 귀여운 율동과 식후 행사로 가수들의 기념공연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가수들의 신나는 노래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마을 선배에게 “형님은 무슨 노래를 좋아하세요?”

묻자 “노래? 가만있자. 내가 좋아했든 노래가 있었으까? 분명히 나도 잘 부르던 노래가 있었으꺼인디 생각이 잘 안난단 마시!”

 

“제가 보니까 아까 기념식장에서 가수들이 공연하고 있었을 때 노래를 같이 따라 부르기도 하고 박수도 치고 하시던데 아까

그 노래는 알고 있거나 좋아해서 따라 부른 건 아니었나요?” “아니여! 그 노래는 내가 별로 좋아한 것은 아니었는디

 

가수가 하다 신나게 부른께 나도 모르게 그라고 박수가 쳐지드란 마시! 그란디 카만있어 보소! 내가 그래도 왕년에는 노래 못 부른단

소리는 안 들었는디 나이를 묵은께 그란가 이상하게 노래가 안 불러지드란 마시.” “그러면 옛날 형님께서 직장에 근무하실 때

 

직원들 단합대회나 또 회식 후 뒷풀이로 노래방에 가셔서 잘 부르던 노래 모르세요? ‘이것이 내 18번이다!’하면서 부르던 노래요?”

“그 시절에는 당연이 있었것제! 으째 읍으꺼인가? 그란디 그른 것도 한나도 기억이 안 나고 이상하게 노래하는 것을

 

잊어분 것 같이 가사가 생각이 안 나드란 마시.” “그러면 젊었을 때 즐겨하시던 운동 같은 건 없으세요?” “있제 으째 읍스꺼인가?

그래도 왕년에 나도 우리 직장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탁구 매니아였거든! 그란디 퇴직을 하고 몇 년 지나분께

 

탁구가 점점 멀어지기 시작하드니 은제 한 번 탁구채를 잡어본께 영 낯설고 안 쳐지드만.” “그래도 용기를 내서 한 번 쳐보시지

그러셨어요?” “그란디 한 번 놔 버린 탁구를 몇 번 쳤다고 해서 옛날 실력이 되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 자빠지기라도 해서

 

다치문 ‘나이 묵어 주책도 없이 저런다!’할 것 같고 또 먼 챙핀가? 그래서 몇 번 쳐 보다가 얼렁 채를 놔두고 나와 부렇어!”하자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선배께서 “아~ 형님은 지금은 돌아가신 양반 누구요? 원로 가수 김정구 씨가 부른‘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젓는

 

뱃사공!’그 노래를 많이 불러놓고 노래를 모른다 그라요?” 하자 “맞어! 내가 옛날에 그 노래를 마니 부르기는 했어! 그란디

누구 말대로 마이크를 놔분께 그란가 으짠가 생각이 안 나분단마시.” “그라고 또 한나 갈쳐주께라?” “뭣인디?”

 

“사랑을 팔고사는 꽃바람 속에 너 혼자 지키려는 순정의 드응불~”하는 순간 “홍도야~ 우지 마라~ 오빠가 있다~~아! 짜라 잔 짠”

노래를 이어 부르더니 “우메! 그 노래를 오랜만에 불러 본께 참말로 좋네! 어야! 그라지말고 다른 노래도 한나 갈쳐줘보소!”

 

“그래요? 그라문 백마강 달방에 물새가 우~울어!”하자 “잃어버린 옛날이 애달프구나~”하더니 “어야 우리 기왕에

시작한 노래니까 노래방에 한 번 갔다오문 으짜것는가?” “그런데요. 지금 우리가 노래방에 가면 한 시간 동안 부를 노래가 있을까요?”

 

“아니 금방 우리가 부른 노래 안 있는가? 그랑게 그 노래 몇 자리 부르고 오문 되제 기연이 한 시간을 채와야 할 필요는 읍지 않것는가?”

95672e18b8f33d60ac01a6226ad732f8_1702701760_19.jpg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