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회

정우회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문인 광장

자식의 입장

페이지 정보

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3-12-09 16:37 조회159회 댓글0건

본문

자식의 입장

 

 

관주산에서 운동을 마치고 선배 한 분과 마을 입구로 들어섰는데 마을의 형수 한 분이 우리를 보더니 “으디 갔다 오시오?” 물었다.

“산에 좀 다녀오느라고요. 그런데 추석 명절은 잘 지내셨어요?” “덕분에 잘 새얏는디 아제들도 잘 새겠소?

 

 

애기들도 다 왔다 가고?” “큰 아들 작은아들 모두 다녀갔는데 손자들 때문에 정신이 없어 죽는 줄 알았어요.” “왜 정신이 읍서

죽는지 알어?” “형수님도 생각해 보세요. 지금 애기들이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데 오죽 뛰기를 좋아하겠어요? 그런데 아파트에

 

 

살다 보니 마음 놓고 뛸 수도 없는데 시골에 와서‘너희들 뛰고 싶은 대로 뛰어라!’ 했으니 얼마나 좋았겠어요?

그런데 조카들은 왔다 갔나요?” “왔다 가기는 했는디 으째 영 기분이 안 좋소!” “왜 안 좋으신데요?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묻자“그란디 아제! 뭣 잔 한나 물어봅시다.” “무엇을 물어보시려고요?” “쩌그 미국이란 나라 안 있소? 그 나라가 살기 존 나라요?”

“글쎄요. 제가 그 나라에 가본 적이 없으니 살기가 좋은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선진국이니 우리나라 보다는

 

 

더 좋지 않을까요? 그런데 그건 왜 물으세요?” “우리 아들이 먼 바람이 불었는고 갑자기‘미국으로 이민을 간다!’고 안 그라요.

그동안 내가 즈그들 한테 안 해 준 것이 읍시 할 만큼 다 했는디, 그 나라가 을마나 살기가 존지는 몰라도 태레비 보문 자꼬

 

 

사고 터지고 안 존 일만 생기고 글드만 으짠다고 그 나라로 간다 그란지 속을 알 수가 읍단 말이요. 그라고 우리 딸은

또 엊그저께 왔길래‘너는 지금 나이가 몇 살인디 시집 갈 생각도 안 하고 있냐? 제발 정신 채리고 시집 잔 가그라!’했드니

 

 

울고불고 난리를 치드니‘인자 두 번 다시 집에 안 온다!’고 가불드란 말이요! 근디 내가 틀린 말 했소?” 하며 눈가에 가느다란

이슬이 맺히고 있었다. “글쎄요! 그걸 제가 어떻다고 말씀드리기는 곤란한데 그러지 마시고 조카들과 잘 타협해서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하세요.” 하며 형수와 헤어져 마을 길을 내려오는데 지금까지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선배께서

“나는 저 형수 집에 진작부터 저런 사단이 날 줄 알고 있었네!”하며 입을 열었다. “왜요?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원래 저 형수께서 자랑하기를 무척 좋아하거든 그런데 아들 장가를 보내면 안 그러실 줄 알았는데 어디든 자리에 앉기만 하면

‘나는 며느리에게 몇십만 원짜리 옷을 사줬다!’ 자랑하다, 또 ‘우리 며느리한테 맛있는 죽을 쒀 갖고 오라 했다!

 

 

생선을 쪄서 갖고 오라 했다! 소갈비를 사오라 했다.’ 하면서 며느리를 잠시라도 편히 쉬는 꼴을 못 보는 것 같더라고,

그런데 며느리도 직장 생활하는 사람인데 시어머니 뜻 받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그래서 지난번에 아들이 ‘우리 어머니가

 

 

너무 귀찮게 해서 저기 인천 쪽으로 아주 멀리 발령받아 간다!’고 하더라고 그러면서 여기서 인천까지는 거리가 멀어

‘무엇을 해 달라!’요구를 안 하실 줄 알았는데 갈수록 도가 지나치다 보니 이제는 아들도 며느리도 지쳤는가 보더라고,

 

 

그래서 아예 미국으로나 가버리면 더 이상 귀찮게 안 할 것 같다! 고 하더라고.” “그러면 저 형수님은 아들 내외의

사정을 아실까요?” “그런데 아까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면 그런 것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그저 아들에게‘서운하다!’고 하시고

 

 

또 딸의 자존심도 지켜줘야 하는데 집에만 오면 ‘너 시집 언제 갈래?’ 하며 자꾸 다그치니 누가 좋아하겠는가?

그러니 자식들의 입장도 잘 살피는 시어머니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그걸 모르는 형수님이 그저 안타까운 마음일세!”

 

0897a5cb9ac3d47e70474f3aac630b7d_1702107409_02.jpg
 

6afc753a5faf9e866deb3e661bb30c2a24ffa1c9

지난 2023년 11월 25일 제암산 정상 앞 쪽 바위 위에서 촬영한 득량만 남해바다입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