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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란 거이 참말로 무서운 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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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3-11-18 14:07 조회1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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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란 거이 참말로 무서운 갑서!”

 

 

선배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누며 아파트 아래쪽 수도(水道)가를 지나는데 마을 형수님 한 분이 무언가를 씻고 있는 것이 보였다.

“형수님! 오늘은 무엇을 그렇게 열심히 씻고 계세요?” 묻자 “오늘은 으디를 가시요?” 물었다. “산에 좀 다녀오려고요.”

 

 

“또 운동할라고? 그나저나 산에는 지성으로 댕겨쌓네! 그라문 잘 갖다 오씨요.”하는 순간 어디선가 재래종 하얀 개 한 마리가 천천히

걸어오더니 형수님과 약간의 거리를 두고 앉아 빤히 쳐다보자 “백구야! 으디 갔다 왔냐? 너 배 고프지야? 아냐 이것 묵어라!”하며

 

 

신문지로 덮어놓은 냄비에 담겨있는 음식을 건네자 하얀 개는 고맙다는 듯 고개를 한번 끄떡하더니 맛있게 먹기 시작하였다.

“형수님! 저 개는 집에서 기르는 개인가요?” “우리 집이서 키우는 개냐고? 아니여!” “그런데 왜 먹이를 주세요?”

 

 

“불쌍해서 주제 으째 주것소?” “무엇이 불쌍한데요?” “저거이 우리 동네서 키우는 개도 아닌디 어느 날 삐쩍 몰라갖고 찾아왔어!

그래갖고 첨에는 동네 사람들 눈치를 봄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해싼께 영 불쌍하드만 그래서 묵을 것이 있으문 째깐씩 갖다준께

 

 

을마나 굶었는가 잘 묵드랑께!” “그러면 형수님 혼자만 먹을 것을 주세요?” “아니 내가 첨에 ‘으서 왔는고 개가 참 불쌍하다!’

함시로 묵을 것을 주고 그랑께 우리 이웃들 몇 사람도 묵을 것이 있으문 지금 개가 묵고 있는 저 그럭에다 부서주고 그라데!”

 

 

“그러면 잠은 어디서 자는데요?” “여그 아파트 뒤에 가스통 있는데 비 안들치게 해 논 그 옆에서 잣는디 누가 으서 짱짱한

박스 한 개를 갖다가 지 들어갈 구멍을 뚫어서 해 논께 그것이 즈그 집인지 알았든가 지금은 거그서 자데!”

 

 

“제가 보기에는 버려진 개 같은데 그래도 좋은 분들을 만나 정말 다행이네요. 그런데 형수님! 지난번에 분양한다던

강아지는 어떻게 해결하셨어요?” “갱아지? 아이고! 말도 말어!” 하며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지신다. “아니 어째서 그렇게

 

 

눈물이 글썽글썽하세요?” “그랑께 우리 애미 개가 갱아지 여섯 마리를 낳거든 그래갖고 잘 키웠어!” “그것까지는 저도 알아요.”

“그란디 그것들이 다 커서 폴라고 그랬드니 만날 안 사가네.” “왜 안 사간다고 그러던가요?” “옛날에는 개를 키울라문

 

 

아무꺼이나 델다가 그냥 키우문 된디 요새는 읍사무소 가서‘반려견 키울란다!’고 신고를 해야되고, 또 신고를 하문

무슨 칩인가 멋인가를 사다가 그것을 모가지에 걸든지 으따가 넣든지 해야 된담서! 그란디 그라고 복잡한디 누가 키울라고 그라꺼여?

 

 

그랑께 그것들을 폴라고 그라고 해도 못 폴것드만!”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지난번에 봤더니 상당히 컷던데요.”

“그렁께 그것들을 애릴 때 폴아야 쓰꺼인디 폴 수가 읍응께 그냥 키우고 있었제! 그란디 그것들이 여섯 마리나 된께 자꼬 사고를 쳐 싸!”

 

 

“무슨 사고를 쳤는데요?” “내가 개들이 배깥에 못 나가게 막어노문 우추고 나가분고 나가갖고 여그 옆집이서 공터에 참깨하고

들깨를 널어논디 가서 다 허쳐불고 난리를 쳐분께 우차꺼이요? 다 물어줘야제! 또 지나가는 애기들한테 지는 반갑다고 꼬리를 치고

 

 

달라들었제만 애기들이 놀래갖고 울고불고 난리가 나고. 그라고 누가 지나가문 조용히 하고 있어야 쓰꺼인디 한 마리가 짖으문

전부 다 짓고 난리를 친께 옆에서 시끄럽다고 해 쌓고 그래 갖고 머리가 아퍼 죽것드만 다행이 우리 큰아들이 으디

 

 

농장에서 멧돼지 못 오게 지키게 할란다고 주라고 해서 그냥 줘 부렇는디 그것들을 전부 보내고 난께 이라고 서운하고

허전해서 죽것당께 이런 것을 보면 정이란 거이 참말로 무서운 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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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거기서 뭐하고 있냐?" "날씨가 너무 추워 해바라기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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