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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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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3-10-28 15:11 조회16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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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이야기

 

마을의 선배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누며 동네 입구에 들어섰는데 길 아래쪽 밭에서 마을 아저씨 한 분이 무언가 열심히 일을 하고 계셔서

“아제! 날씨도 무더운데 지금 무슨 일을 하고 계세요?” 물었더니 “잉~ 지금 짐장배추 모종 잔 심고 있네!”

 

“아니 벌써 그걸 심을 때가 되었나요?” “금메! 나도 잘 모른디 자네 아짐이‘얼렁 심그라!’고 재촉해싼디 으차꺼인가

시키문 시킨대로 해야제!” “그러면 몇 포기나 심으세요?” “식구 둘이 묵으꺼인디 을마나 심껏는가? 한 이십 개나 될랑가 몰것네.”

 

“그러면 수고하세요!” 하자 옆의 선배께서 “자네 집은 올해 김장을 몇 포기나 하신다던가?” “작년에 스물 다섯 포기했는데

아직 많이 남았다며 금년에는 열 다섯 포기쯤 한다던데요.” “그래 그러면 애들은 김치를 안 가져다 먹는가?”

 

“가져다 먹기는 먹는데 재작년에도 작년에도 그렇게 많이는 안 갖다 먹으니까 지금도 남아있는데 옛날에는 저도 한여름에

묵은김치를 먹으면 시원한 맛이 있어 많이 먹었는데 지금은 입맛이 변했는지 그렇게 먹기가 싫더라고요.”

 

“그러면 비빌 때는 누구랑 하는가?” “저하고 저의 집사람 둘이 하지 누구랑 하겠어요?” “자네 장모님이나 처제는 안 도와주는가?”

“저의 장모님이 옛날처럼 젊었다면 도와주시겠지만 이제 90살이 넘으셨는데 무엇을 돕기나 하기나 하겠어요?

 

그냥 놀러 오셔서 구경이나 하셔야지요. 그리고 처제도 연락하면 나와서 도와주기는 하겠지만 시골에서 여기까지 나오려면

차비 들어야 하고 복잡하니까 그냥 둘이 하고 있어요.” “그러면 힘들지는 않던가?” “왜 힘이 들지 않겠어요?

 

몇 년 전 저의 집사람과 둘이 방바닥에다 그걸 펴놓고 80포기 그러니까 320조각이지요? 그걸 하고 나니까 여기저기 안 아픈데가 없었는데

특히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서 죽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그뒤로 김장할 때 쓰려고 탁자도 준비하고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고생 덜하고 편하게 하려고 하는데 그래도 힘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형님은 몇 포기나 하세요?” “우리 집은 올해 40포기쯤 한다고 하던데

그때 가봐야 알지 지금은 몰라.” “왜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 집은 김장을 한 이백 포기쯤 했거든.”

 

“정말 그렇게 많이 하셨어요?” “그런데 그렇게 해서 우리만 먹는 게 아니고 우리 애기들 셋 그리고 작은 집 동생과 조카 둘까지 해서

모두 일곱 집이 나눠 먹으니까 그렇게 안 할 수가 없었거든, 그런데 말이 이백포기지 조각으로 하면 8백 조각 아닌가?

 

그러니 마을 아주머니들 동원해서 김장을 하는데 그러다보니 수선스럽고 정신이 없어! 어떨 때는 마늘 같은 양념을

안 넣고 비빌 때도 있고 또 김장 끝나고 나면 고생하신 분들 그냥 보낼 수 없으니까 돼지고기라도 삶아 점심 대접해야지,

 

또 한두 포기 싸서 보내야지, 그러고 나면 사람이 파 김치가 되더라고.” “정말 그러셨겠네요.” “그런데 재작년부터는

동생하고 조카들은 ‘우리는 우리가 그냥 담가 묵을란다!’고 안 가져가고 또 우리 애기들도 그렇게 김치를 안 좋아한가 으짠가

 

별로 안가져가는 것 같더라고, 그런데 우리 집사람 욕심에 말은‘40포기만 한다!’고 하지만 아마도 더 할 것 같은 예감이 들더라고.”

“그러면 배추 비빌 때는 누구랑 하시는데요?” “우리 딸하고 나 그라고 자네 형수 세 사람이 하지 누가 할 사람이나 또 있겠는가?

 

그래도 옛날처럼 안 복잡하고 조용하니 끝 낼 수 있으니 정말 좋더라고! 그라고 카만히 생각해보문 옛날에 식구들이나 많고

그런 집에서는 김장을 상당히 많이 했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그걸 다 이겨내고 살았는지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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