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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보다 나은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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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3-09-16 13:26 조회1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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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보다 나은 딸

 

 

이른 새벽 갑자기‘우~루~루!’ 쏟아지던 장맛비가 조금씩 그쳐가는가 싶더니 오전 9시가 넘어서자 하늘을 가득 채웠던

짙은 먹구름 사이로 밝은 햇살이 반짝이자, 노오란 금계국. 빨간 봉선화, 분홍색 나팔꽃이 여기저기 피어나 지나가는

 

 

길손에게 수줍은 듯 미소 짓는데 아까부터 새들은 무슨 할 말이 그렇게도 많은지 쉬지 않고 떠들어대고 있었다. 점심식사를 하려고

일행과 함께 단골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서 오세요!” 하며 주인께서 반겨주었는데 평소의 서빙을 하던 아주머니는

 

 

보이지 않고 30대로 보이는 젊은 아주머니가 시원한 물이 담긴 물통을 가지고 식탁에 다가서더니“무엇을 드시겠어요?” 물었다.

“갈비탕 3개, 막걸리 한 병, 그리고 잔은 두 개 주시면 되겠네요. 그런데 못 보던 얼굴인데 처음 오셨나요?” 묻자

 

 

“그런 게 아니고 여기가 저의 친정인데 일하는 여사님들 모임이 있나 봐요. 그래서 ‘오늘 하루 도와달라!’고 엄마가 부탁해서

나오게 되었어요.” “그러셨군요. 정말 잘하셨네요.” 하는 순간 “여기요!”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그럼 맛있게 드세요.”하고

 

 

건너편으로 가는 모습을 보고 후배가 가만히 “여기가 딸만 다섯인 딸 부잣집인데 ‘누구처럼 아들을 낳을 때까지 끝까지 낳아야겠다!’

하지 않고 그냥 포기하더라고요.” “그랬어? 왜 그랬을까?” “글쎄요!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딸 다섯 낳고

 

 

더는 안 낳더라고요.” “옛날 내가 직장에 근무할 때 어떤 여직원 한 분이 딸 셋을 낳고 또 임신을 했거든.” “형님께서

직장에 근무하실 때면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며 산아제한 운동을 하던 때 아니었나요?” “물론 그랬지!

 

 

그런데 그때도 아들을 낳지 못하면 끝까지 낳으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어찌되었든, 네 번째는 아들을 낳았어!”

“그랬으면 정말 잘하였네요.” “그런데 그때 병원 산부인과에서 아들을 낳았는데 그날 시어머니가 병원 1층에서 3층까지

 

 

복도를 뛰어다니면서 ‘우리 며느리도 아들 났다요! ~~~’하셨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아들을 낳고 나니 시어머니가‘악아!

머시 묵고 싶냐? 멋이든지 말해라! 내가 다 사다주꺼잉께!’하시는데 평소 같으면 시어머니 앞에서 아들 못 낳은 죄로

 

 

고개도 못 들던 사람이‘어머니 저 우유가 먹고 싶어요.’하자 ‘아니 더 비싼 것은 읍냐? 내가 인자 아들 할머니가 되얐는디

멋이 아깝것냐? 그랑께 묵고 싶은 것 다 말해라!’하는 순간 마치 자신이 ‘왕비(王妃)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고

 

 

하더라고.” “그런데 우리 외갓집 마을 누구는 딸 여섯을 낳았는데 또 임신을 했어!” “그럼 아들 낳을 때까지

계속 낳으려고 그랬을까요?” “물론 그랬겠지! 그런데 또 딸을 낳고 말았어!” “그랬으면 산모가 굉장히 실망을 했겠네요.”

 

 

“그래서‘아들도 못 낳는 내가 살아서 무엇하리!’ 하며 죽을 결심을 하고 그날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고 단식을 했다 그러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요.” “처음에는 아무도 그런 사실을 아무도 모르고 있다가 자꾸 아기가 울고 보채니까 방문을 열어 보니

 

 

큰일 나게 생겼거든.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나서서 산모를 달래고 죽을 쒀오고 또 아기 먹을 것도 챙겨와‘용기를 잃지 말라!’

격려했는데 그때 멀리 출장을 나갔다 돌아온 애기 아빠가 ‘여보! 아들이 있으면 어떻고 없으면 어떻소? 물론 있으면 좋겠지만

 

 

없더라도 그런 것은 모두 다 하늘의 뜻이니 너무 실망하지 말고 있는 애기들이나 잘 키우면서 살아갑시다.’ 하였다고 그러네.

그런데 그 뒤로 딸들 덕분에 국내는 물론 해외 여행까지 다녀왔으니 그 정도면 아들 보다 훨씬 나은 딸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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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9월 9일 촬영한 전남 보성 봇재의 녹차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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