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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차든지 건강하시소!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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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3-08-26 16:09 조회2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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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차든지 건강하시소! 잉!”

 

“바테 풀들이 징하게도 지러싸서 그것을 몇 날 며칠을 뽑았드만 아이고! 허리도 아푸고 다리도 아푸고 그란디 이것들이 또 지러나싼디

우추고 해쓰문 쓰것서? 근다고 약(藥)을 찌크러 불 수도 읍고!” 마을 형수님의 푸념 때문만이 아니라도 요즘 들어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밭이나 논 주변 또는 놀이터의 빈 공간 등 어디든지 조그만 구멍만 있어도 잡초들이 솟아나 자라나는

바람에 그것들과의 전쟁은 여름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 같았다. 어젯밤 늦게부터 콧물이 흐르고 자꾸 재채기가 나오는 등

 

가벼운 감기 증세가 있어 단골 의원(醫院)을 찾아 접수를 하고 대기실 의자에 앉으려는데 잘 아는 선배 한 분이 TV 아래에

설치되어 있는 혈압계에서 혈압을 재고 있는 것이 보여, “형님! 혈압이 131에 92면 아주 좋은데요!” 하였더니 고개를 돌려

 

빙그레 웃으며 나를 보더니 “동생 오셨는가? 그란디 내 혈압이 좋다고?” 되묻는다. “그 정도면 아주 좋은 것 아닙니까?”

“그런가? 그란디 내가 원래는 혈압이 아주 높았는디 병원에 댕김서 약을 묵은 뒤부터 그런대로 현상 유지는 되드라고.

 

그란디 자네는 오늘 먼일인가?” “어제 갑자기 감기 기운이 있어서 주사라도 한 대 맞으면 좋아지려나 싶어 왔거든요.

그런데 어디 아픈 데는 없으신가요?” “내 나이가 팔십이 다 되야간디 으째 아픈디가 읍것는가? 어느날부터 째깐 높은 데를 올라가그나

 

안그라문 쪼금 뛰어가기만 해도 숨이 가픔서 왼쪽 가슴이 꼭 꼬챙이로 찌른 것같이 아프드란 마시, 그래서 광주 대학병원에 가서

물어봤드니 ‘심장으로 가는 혈관이 쫍아져서 그란다고 스텐트라든가 머시라든가 그거슬 혈관에 찡겨야 된다!’ 그래서 지금 두 개나

 

꼽아논께 별 탈 읍시 돌아댕기고 있어!” “그러면 오늘은 어디가 안 좋아 병원에 오셨어요?” “자네도 알다시피 내가 식당을 운영하고

안 있는가? 그랑께 양파나 마늘 그라고 대파 같은 것이 마니 필요하단 마시.” “그러면 그것들은 어디서 구입해 오시는 가요?”

 

“마늘이나 양파 같은 것은 거래처에서 배달해주문 그걸 까고 손질하는 것은 내 일이란 마시 그랑께 낮에는 의자에 앙거서

그것을 까고 있는디 그것도 일이라고 허리가 끊어질 듯 아퍼서 도저히 안되것서서 주사라도 한 대 마즈문 괜찬해 질랑가 시퍼 왔네.”

 

“우리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깐 마늘이나 양파 같은 것이 먹다 부족하면 그냥 ‘이것 좀 더 주세요! 저것 좀 더 주세요!’해서

별 생각없이 먹었는데 그것도 다 형님 같은 분들의 수고가 있어 가능한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네요. 그러면 다리는 어떠세요?

 

어디 아픈데 없이 걸어다닐만 하세요?” “그래도 아직 다리는 걸어 댕만한디 이것도 은제 으디서 고장이 날찌 우추고 알것는가?

그랑께 항상 불안하드란 마시. 그란디 자네는 산(山)에 잘 다니고 있는가?” “잘 다니고 있어요.” “그라문 아픈디는 읍고?”

 

“별로 아픈 데는 없는 것 같은데 요즘 왜 그런지 왼쪽 다리가 그렇게 썩 좋은 상태가 아니거든요.” “썩 좋은 상태가 아니문

안 좋다는 말이여!” “다친 적도 없는데 며칠 전부터 이상하게 왼쪽 다리가 ‘쿡! 쿡! 쑤시고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병원에 다니면서

 

주사를 맞아 많이 좋아지기는 했는데 이번에는 왼쪽 허리가 또 아픈 것 같고 이상하게 나이를 먹으면 꼭 아픈 데만 생기는 것 같더라고요.”

“허! 허! 허! 그런가? 사람들이 젊었을 때는 죽을둥 살둥 모르고 부지런히 일을 해서 돈을 벌어놨다가 나이를 묵으문

 

그것을 몽땅 병원에 갖다 바치드라고, 그란디 그렇게 해서라도 걸어 댕기기만 해도 조은 것잉께 으차든지 건강하시소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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