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회

정우회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문인 광장

사라져버린 내 인생

페이지 정보

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3-04-29 14:31 조회250회 댓글0건

본문

사라져버린 내 인생

오늘은 옛날 직장에서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과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시간에 늦지 않도록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서 오세요!”하며 반겨주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서로의 안부를 묻다“자네는 제수씨와 같이 오시지

왜 혼자 오셨는가?”후배에게 묻자 “저의 집사람은 지난번 코로나19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는데 ‘사람이 모이는 곳에 가면

부담스럽다!’며‘싫다!’고 하더라고요.” “그랬어? 그러면 제수씨만 감염되었는가? 가족들은 괜찮고?”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도 그리고 저의 아들까지 걸려서 일주일 동안 거의 죽다 살아났는데 그래도 이제는 누구 말마따나 슈퍼면역력이 생겨 마음이라도

조금 위로가 되더라고요.” “그랬어? 누구는 코로나에 감염되었다 완치되었어도 지금 후유증이 상당하다고 들었는데

자네는 그런 일없이 그렇게 완치가 되었다니 정말 다행일세! 그런데 자네는 왜 혼자 오셨는가?”하고 옛 남자직원에게 묻자

“저의 집사람은 아파트 건너편에 조그만 식당을 개업했는데 오늘도‘장사 때문에 참석하기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그랬어? 그러면 식당은 얼마나 크게 하신가?” “아니요! 아파트 앞쪽은 그래도 손님이 많은데 저의 집사람은 뒤쪽인데다

내부도 작기 때문에 손님이 별로 없어 집사람 말로는‘마치 혼자 할만하다!’고 하는데 영업시간도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만 하면서

족발만 취급하니까 크게 힘들지는 않은 것 같더라고요.” “아무리 그래도 제수씨 나이가 있는데 그 나이에 식당이라면

너무 무리하는 건 아닐까?” “그런데 이건 형님께만 드리는 말씀인데요. 사실은 우리 큰애가 자꾸‘손자를 봐 달라!’고 하는데

애 보기가 싫으니까 식당 핑계를 대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면 애들은 누가 키우고 있는데?” “저의 집사람이

‘애들을 못 본다!’고 하니까 할 수없이 외갓집에서 보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외갓집에서라도 봐 줄 수 있어 정말 다행일세.”

하자 옆에 가만히 듣고 있던 옛 여직원이“맞벌이 부부는 애들 키우기가 정말 힘들어요.” “왜 힘이 드는데요?” “저는 우리 딸을 낳아

맞벌이하느라 낮에는 시어머니께 맡기고 퇴근하면 데려오는데 애가 밤이면 잠을 안자고 울 때가 있더라고요. 그러면 저도 밤에

잠을 자야 다음날 근무를 하는데 애가 밤새 울어대니 어떤 때는 정말 잠 한숨 못자고 그대로 출근해서 근무한 적도 있는데

그러면 애기 아빠라도 같이 달래 볼 생각을 해야 하는데 마치 혼자 애기 키우는 것처럼 자꾸 ‘그것 징허게 쳐 울어쌓네! 그것 갖다가

장롱 속에다 너버려!’할 때도 있고 또 술이라도 한잔 하고 오면 ‘그것 징하게 퍼 울어 쌓네~ 그것 마당에다 던져 버려!’하는 데

그때는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때는 못할 말로 ‘그렇게 울 바에는 차라리 죽어라!’는 생각도 들 때가 있더라고요.”

“오죽했으면 그런 생각을 했을까요? 그래도 이제는 잘 커서 엄마 아빠 밖에 모르는 효녀로 자랐으니 고생한 보람은 있지 않습니까?”하는데

옆에 있던 남자 직원이 “저의 큰댁은 딸 셋에 아들 하나인데 둘째딸이 결혼해서 애를 낳았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애를 데리고

친정집에 오더니 ‘엄마! 우리 딸 예쁘지?’묻더라 네요. 그래서 ‘예쁘다!’고 했더니‘그러면 우리 딸 좀 봐 달라!’고 하드라네요.

그런데 뭐라고 답했는지 아세요?” “뭐라고 했는데?” “‘나는 너의 사남매를 직장까지 그만두면서 키웠으니 그걸로 되었다!

그러니 나에게 애를 봐 달라! 는 소리는 하지 마라. 나도 너희들 키우면서 사라져버린 내 인생 지금부터라도 즐겨야 하지 않겠냐!’하셨다 네요.”

520ccffa3386658c5cd79bbdfc39255c_1682746292_46.jpg


누구네 집 울타리가에 자리잡은 등나무도 예쁜 꽃을 피워내고 있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