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회

정우회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문인 광장

인정도 없는 강아지

페이지 정보

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3-03-04 16:02 조회263회 댓글0건

본문

인정도 없는 강아지

엊그제 불어온 찬바람에 옷을 모두 뺏긴 나목(裸木)들은 천천히 겨울잠 준비를 서두르고, 갈 곳 잃은 낙엽 몇 장 지나가는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이리 구르고 저리 굴러 길 한쪽 조그만 웅덩이로 들어가 조용히 겨울이 지나기를 기다리는데,

 

아까부터 새들은 무엇이 그리 좋은지 계속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었다. 시내에서 일을 마치고 천천히 걸어오는데 하얀색 승용차 한 대가

내 옆에 바짝 붙어 서더니 창문이 열리면서 “동생! 어디 다녀오는 길인가?”해서 고개를 돌려보니 마을의 선배께서 빙그레 웃고 있었다.

 

“어디 다녀오는 길이세요?” “개 사료 한포 사오느라고.” “지금도 개를 키우시나요?” “아직도 세 마리가 있어!

그런데 자네는 안 키우는가?” “저는 안 키운 지 벌써 2년쯤 된 것 같은데요.” “그래! 왜 안 키우는데?” “그게 토끼나 닭 같은

 

다른 짐승이라면 몰라도 개는 가족과 같은 정(情)이 있기 때문에 같이 있다 어느 날 죽고 없으니 굉장히 허전하더라고요.”

“그랬어? 그러면 그건 어떻게 키우게 되었는데?” “그게 벌써 20년 전 쯤 되었을 것 같은데 웅치(熊峙)면에 있는 저의 동서 집을 갔더니

 

마치 어른 주먹만큼 작은 하얀 강아지 한 마리가 마루 위를‘통! 통! 통!’뛰어오는데 정말 예쁘더라고요.

그래서 ‘너 우리 집에 가서 살자!’하고 그길로 데려왔는데 개라는 게 다 그렇지 않습니까? 아주 조그만 해서 데려온 애가 차츰 크면서

 

예쁜 짓은 다하고 또 모르는 사람이 오면 짖어대면서 사람을 왔음을 알리기도 해 주지만 또 반대로 미운 짓도 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근 20년 가까이 미운 정 고운 정 함께하며 살았거든요.” “그랬어? 그러면 상당히 오랜 기간 함께 살았던 모양이네.”

 

“그렇지요. 그동안 새끼도 낳았는데 새끼들은 모두 분양하고 어미만 키우다 어느 날 갑자기 죽었더라고요. 그래도

우리 집에 와서 오래 함께 살았으니 그 정도면 장수한 개가 아닐까 싶네요. 그런데 형님은 원래 개가 네 마리 있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원래 네 마리였는데 지난번에 한 마리가 죽었어.” “왜 죽었을까요? 혹시 무슨 병이라도 걸렸을까요?” “아니 그건 아니고

그 개도 자네 말처럼 우리 집에 온지 15년쯤 된 노견(老犬)인데 어느 날 부턴가 며칠째 밥을 먹지 않더라고. 그래서 ‘이상하다!

 

입맛이 없어서 그런가?’하고 맛있는 반찬에 따뜻한 소고기 국물까지 만들어 줬는데 한번 입만 대보고 조금 먹는 척하고는 안 먹더라고,

그러더니 그날은 많은 비가 왔는데 아침에 밥을 주려고 나가보니 비를 맞은 채 죽어있었는데 참! 불쌍하기도 하고 또 뭐랄까?

 

그 심정을 뭐라고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정말 안 좋더라고.” “그러셨겠네요. 그래도 아직 집에 세 마리나 있으니

그 개들에게 정을 붙이면 조금은 덜 서운하시겠네요.” “그렇기는 하겠지 그런데 그게 엊그제 죽은 개는 암캐였는데 죽은 암캐 옆에 있는

 

수캐가 자꾸 밤에‘낑~낑!’거리더라고 그래서‘개가 왜 저럴까?’하고 말았거든 그랬는데 밤에‘내 짝이 위독하다!’며

신호를 보냈던 모양이더라고.” “그런 걸 보면 동물들도 무언가를 다 알고 있는 것 같지요?” “그리고 개가 죽어 묻으려고

 

포장에 싸는데 그걸 보더니 자꾸 ‘우~우~우!’소리를 내는데 ‘니가 무엇을 알아 그러느냐?’생각하니 참 안타까운 마음이더라고.”

“정말 그러셨겠네요.” “그런데 웃긴 것은 바로 옆에 두 마리는 죽어버린 암캐의 새끼들이거든 그런데 그 놈들은 아무 반응 없이

 

그냥 멀뚱멀뚱 쳐다보고만 있어! 그래서 속으로 ‘너희들은 속이 없는 거냐? 아니면 인정이 없는 거냐?’생각하니 웃음만 나오더라고.”

 

2d5d22b1b17f90dc57df88a41511ee90_1677913344_25.jpg
 

우수가 지나면서 텃밭의 상추와 시금치가 예쁘게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2023년 3월 4일 촬영)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