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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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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3-02-25 14:48 조회2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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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결단

광주에서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 버스에 올랐는데 누군가 “안녕하세요?”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친구 부인이 빙그레 웃고 있었다.

“오늘 어디 가시려고요?” “볼일이 있어 어디 좀 다녀오려고요.” “그런데 친구는 잘 있나요? 그리고 몸은 건강한가요?”

물음에 갑자기 얼굴이 흐려지더니 “우리 애기 아빠는 몸이 별로 안 좋아요.” “아니 어디가 어떻게 안 좋은데요?”

“지난번 병원에서‘알코올 중독자’로 판정이 났거든요. 그래서 걱정이 정말 많아요.” “그 친구 술도 별로 마시지 않은 것

같던데 어쩌다 그렇게 되었답니까?” “저도 어떻게 된 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십여 년 전 어느 날 부턴가 매일 술에 취해

집에 들어오더라고요. 그런데 그때는 직장에 다닐 때라 ‘일이 힘들어서 저러나 보다!’하고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 뒤 회사를 그만 두었는데도 술을 계속 마시더라고요.” “그러면 그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술에 취해서 산다는 말씀이세요?

그러면 지금 친구가 특별히 돈을 벌지도 않을 텐데 술을 마신다면 그 돈은 어디서 난답니까?” “제가‘용돈 하라!’고

조금씩 주는데 그 돈으로 마시나 보더라고요.” “그러면 돈을 주지 말아야지‘알코올중독자!’가 되었는데도 계속 용돈을 주셨다는

말씀이세요?” “그래도 아무 힘도 없이 집에서 축 쳐져 있으면 불쌍해서 안 되겠더라고요.” “그러면 술에 취해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던가요?” “다행이 술에 취해도 남에게 시비를 걸거나 그렇지는 않은데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그냥 옷에다

봐 버리더라고요.” “아이고! 어쩌다 그렇게 되었을까요? 그러면 처리는 어떻게 하시는데요?” “바지나 운동화는 물에 흔들어

세탁기에 넣으면 그래도 빨래가 되는데 구두는 한두 번 대변이 스며들면 냄새가 지워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할 수없이 버릴 때가 있는데

나중에는 그냥 고무신을 신고 다니며 술을 마시더라고요.” “그렇다면 정말 힘드시겠네요. 그런데 자녀들은 다 직장은 잡았나요?”

“큰 애는 서울에서 직장에 근무 중인데 둘째 아들 때문에 또 걱정이네요.” “무슨 걱정인데요?” “학교를 졸업하고 지금 6년째

‘시험 공부한다!’며 매일 도서관에 다니고 있는데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알 수가 없거든요.” “그러면 둘째가 지금 몇 살인데요?”

“금년에 서른 두 살인데 처음에는 여기저기 시험을 봐서 합격을 했어도 ‘거기는 적성에 맞지 않아 다니기 싫다!’며 그만 두더라고요.”

“아니 요즘 세상에 내 적성에 딱 맞는 회사가 어디 있답니까? 맞으나 맞지 않으나 내가 적응을 해 가면서 살아야지요.”

“그러니까요. 우리 아들도 이제는 그런 것을 알만한 나이도 되었는데 도무지 그런 생각이 없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또 서울에 있는 우리 큰아들이 몇 달 전 강아지를 한 마리 가져왔더라고요.” “어떤 강아지인데요?”

“아주 조그맣고 하얀 예쁜 강아지인데 그 개 사료 한 포 값이 무려 20만원이나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걸 한 달에 한포씩 먹어치우니

개 사료 값도 만만히 않더라고요.” “아니 그러면 신랑 술값에 아들 용돈 그리고 개 사료 값에 또 생활비까지 돈은 어떻게 마련하세요?”

“그래서 제가 아파트 청소를 하러다니고 있는데 항상 쪼들리더라고요.” “그러면 앞으로 아무런 대책도 없이

계속 그렇게 생활하실 겁니까?” “그런데 지난번 저의 딸이 오더니‘아빠는 알코올 치료병원으로 모시고, 작은 오빠는

이제 엄마가 할 만큼 했으니 나가서 공사판에 다니든 아니면 알바를 하든지 이제 돈을 좀 벌어오라 시키고, 강아지는

그냥 큰오빠네 집에 가져다주라! 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그렇게 해 볼까 생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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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1월 28일 촬영한 전남 보성군 봇재의 설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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