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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말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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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3-02-11 14:47 조회25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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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말이라도

 

누구 네 집 감나무 꼭대기에 빨갛게 익은 채 매달린 마지막 홍시 한 개가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오들오들 떨고 있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까치 한 마리 자꾸 감나무를 빙빙 돌며 군침을 흘리는 듯 보이자, 아까부터 지켜보던 멍멍이가

 

‘너 좋은 말 할 때 눈독들이지 마라!’는 듯 맹렬하게 짖어대고 있었다. 관주산에 올라가려고 산 입구 쪽으로 걸어가는데 건너편에서

남자 한사람이 등산용 배낭을 메고 걸어오더니 마스크를 내리고 “형님! 산에 가시게요?”해서 바라보았더니 재작년부터 암(癌)과

 

투병중인 후배가 빙긋이 웃고 있었다. “자네 정말 오랜만일세! 몸은 좀 어떠신가?” “형님 덕분에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다행일세! 그런데 동생 얼굴을 보니 지난번에 만났을 때 보다 많이 좋아진 것 같네!” “정말 그렇게 보이나요?”

 

“이 사람아! 그러면 내가 거짓말할 사람처럼 보이는가?” “아니요!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고 형님 친구 누구를 만나면 그분은

꼭‘얼굴이 많이 안 좋다!’고 하더라고요.”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 다르겠지만 내가 볼 때 자네 얼굴은 몇 개월 전 보다

 

굉장히 좋아진 것 같거든 그때는 자네를 만나면 몸도 많이 마른데다 얼굴도 새까맣게 보여 정말 안타까워 뭐라고 위로하기가 그렇더라고,

그런데 오늘 보니 그때에 비하면 완전히 하늘과 땅 차이 같거든. 요즘 무슨 특별한 약물 치료라도 하고 있는가?”

 

“아니요! 특별한 약물 치료는 받지 않고 맨발로 산을 다니고 있어요.” “그래! 그러면 어떻게 맨발로 다니는가?

신발이나 양말 모두 벗고 다니는가?” “그렇게 하고 있는데 제 생각에는 효과가 상당히 있는 것 같더라고요. 처음에 맨발로

 

산을 다닐 때는 몇 걸음만 걸어도 발바닥이 아파 걸을 수가 없는데다, 힘이 없어 산을 오르기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체력이 좋아졌는지

웬만한 산길은 끄덕도 없이 오를 수 있고 숨도 그렇게 가쁘지 않더라고요.” 이야기를 나누는데 선배 한 분이 다가오더니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하는가? 혹시 좋은 일이 있는가?”물었다. “좋은 일이라기보다 이 동생 얼굴이 많이 좋아진 것 같은데

형님 보기에는 어떠세요?” “내가 보기에도 좋게 보이는데 그래!” “그런데 형님 친구 누구 있지 않습니까?

 

그 분은 나를 만나면 꼭‘얼굴이 많이 안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 사람은 원래 말투가 그런 사람이니 자네가 이해를 하소!

지난번에도 나하고 만났는데 만나자마자 ‘자네 으디 아픈가? 으째 얼굴이 아조 안 좋아 보이네!’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으디 아픈디가 있어 얼굴이 안 좋단가? 자네가 그라고본께 그라제!’했드니

 

‘그래도 아픈디가 있는 갑구만~ 그랑께 얼굴이 그라제! 귀신은 속여도 나는 못 속여!’하드라고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본께 ‘

내가 요즘 혈압이 높다!’는 판정을 받아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 “그런데 사람을 만나면 습관적으로

 

‘자네 얼굴이 많이 안 좋네!’하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저의 집사람이 요즘‘자꾸 살이 쪄서 고민이다.’라는데 집사람에게

‘왜 그렇게 삐쩍 말랐냐?’고 하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우리 애기엄마도 만나면‘자네 으째 그라고 몰랐는가?

 

아니면 얼굴이 반 쪼각이 되야부렇네!’하는 아주머니가 있다 그러는데 한두 번도 아니고 만날 때마다 자꾸 그런 소리를 들으니

기분도 나쁘고 안 좋을 것 아닌가? 그래서 지금은 그 사람을 만나면 먼저 선수를 쳐서 ‘으째 언니 얼굴이 그라고 안 좋소!

 

요새 며칠 안 봤다고 반 쪼각이 되야부렇네!’했더니 그 다음부터 우리 집사람이 보이면 멀리 피하든가 아니면‘말랐다!’소리는 안 하더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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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11일 오늘 전남 보성읍 망재산에서 촬영한 홍매화 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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