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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리고 요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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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3-01-28 15:32 조회28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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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리고 요양원

 

어젯밤부터 강하게 불어대던 바람은 시골집 울타리 밖으로 길게 늘어진 감나무 가지에 붙어있는 마지막 남은 잎 새마저 빼앗아 가려는 듯,

몇 번이고 강한 입김을 토해내더니 끝내 빼앗은 나뭇잎을 멀리 날려 버리는데,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시골 들녘에서는

 

어디서 날아왔는지 까치 한 마리만“까~아~깍!”계속해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보성읍 우산리 구몽산 입구에서

허리 돌리는 기구를 이용하여 ‘한! 둘! 셋! 넷!’운동을 하고 있는데 “형님 수고가 많으시네요.”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잘 아는 후배가 활짝 웃고 서 있었다. “어이~ 동생! 자네 정말 오랜만일세!” “그러니까요. 형님이 직장에서 퇴직(退職)하셨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그 뒤로 통 얼굴 볼 수가 없더니 오늘 여기서 만나네요.” “그러게 말이여! 그동안 잘 지내셨는가?”

 

“저야 늘 잘 있지요! 그런데 요즘 무엇하고 지내세요? 혹시 어디 다니세요?” “특별히 하는 일은 없고, 책도 읽고, 또 집에 조그만 텃밭이 있어

거기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 “혹시 누구처럼 퇴직하셨다고 맨 날 낮잠 주무시는 것은 아니지요?” “가끔 낮잠을 자기도 하는데 될 수 있으면

 

낮에는 안 자려고 노력하고 있네! 그런데 자네 부모님은 잘 계신가?”묻자 갑자기 얼굴빛이 어두워지더니“어머니는 작년에 돌아가셨어요.”

“왜 무슨 병이라도 앓고 계셨는가? 상당히 건강하신 분이셨는데!” “그러니까 한 3년 전에 갑자기 어머니 코 있는 쪽에 거므스름한

 

이상한 것이 나기 시작하더라고요.” “왜 그랬을까?” “그래서 병원에 모시고 갔더니 피부암(皮膚癌)이라고 해서 수술을 받았어요.”

“그래서 완치되셨는가?” “그런데 퇴원할 때 담당교수님께서 ‘앞으로 한 2년쯤 지나면 다시 재발할 수 있는데

 

그러나 더 이상 병원으로 모시고 오지 말고, 어머니께서 원하는 것 다 해 드리면서 집에서 편히 모시라!’하더라고요.”

“그런 일이 있었어?” “그런데 정말 2년쯤 지나고 나니 몸 상태가 안 좋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했는가?”

 

“병원에서는 모시고 오지 마라 했지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그럼 병원에 또 입원하셨다는 말인가?” “그랬지요. 그러고 나니

아버님이 걸리더라고요.” “물론 그러셨겠지!” “그래서 그날도 반찬 좀 만들어 시골집에서 아버님과 같이 식사를 하고 있는데

 

병원에서 전화가 왔어요.” “무슨 전화인데?” “‘지금 어머니께서 위독하니 빨리 오라!’고 그래서 정신없이 갔는데 가서보니

이미 돌아가셨더라고요.” “저런~ 자네가 시골집에 안가고 병원으로 갔더라면 그래도 어머니 임종은 지켜볼 수 있었을 텐데 그랬네!”

 

“그러니까요. 그리고 막상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니 아버지가 걱정이더라고요.” “그럼 시골집에 혼자 계신가?”

“아버님께‘시골집에 혼자 쓸쓸히 계시지 말고 저의 집에서 함께 살자!’했더니 처음 며칠은 계셨어요. 그러더니

 

‘암만해도 여그는 안 편해서 안 되것다. 그랑께 나 기양 촌(村)으로 갈란다.’하고 가시더라고요.” “그러면 자네가 힘들 텐데!”

“그래도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래서 반찬을 해다 드리는데 다른 것은 몰라도 국물은 꼭 있어야 식사를 하시거든요.”

 

“그런데 반찬과 국물도 하루 이틀이지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래도 어떻게 하겠습니까? 어른이 하는 일인데

그리고 가스레인지 때문에 화재(火災)도 걱정이고요.” “그렇게 걱정되면 차라리 요양원으로 모시는 것은 어떨까?”

 

“그러나 아직 아버님께서 몸을 움직일 수 있으니 더 지내보다 정 힘들고 그러면 그쪽으로 모셔야지 이제 어머니 돌아가신지

1년 밖에 안 되었는데 벌써부터 요양원으로 모시면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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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11월 24일 촬영한 제주 한라산 백록담 가는 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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