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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 동생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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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3-01-23 14:42 조회27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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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孝子) 동생 때문에

“날씨가 추워진다!”는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적중했는지 어젯밤 아무도 모르게 추위와 함께 찾아온 강한 바람은 높은 감나무 가지에

걸려있는 마지막 남은 나뭇잎 몇 장을 사정없이 털어내 더니, 땅바닥에 떨어져 갈 곳 잃은 낙엽들을 긁어모아 이리저리 굴리며 가지고

놀다 멀리 날려버리고 하늘에 떠있는 흰 구름을 불러대고 있었다. 오늘은 옛날 직장 생활할 때 같이 근무했던 직원들의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시간에 늦지 않도록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서자 먼저 온 직원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어서 오시게! 정말 오랜만일세. 그 동안 잘 지내셨는가?” “저야 항상 잘 있는데 형님은 어떠세요?” “나도 잘 지내고 있어!

그런데 자네는 요즘 무엇하고 지내시는가?” “저는 집안일도 하다가 시간 있으면 산에도 다니고 또 틈틈이 글도 쓰면서 지내고 있어요.

그런데 형님은 요즘도 농사 많이 지으세요?” “아니 이제는 농사짓는 것도 힘이 들어 못하겠더라고 그래서 지금은 우리 식량 할

정도만 짓고 있어.” “그런데 형님 어머니 계신다고 했지요? 지금도 건강하신가요?” “나이에 비하면 건강하신 편인데

지금은 멀리 외출하실 수는 없고 그냥 방에서 밖에 있는 화장실에나 다니실 정도야!” “금년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데요?”

“올해 아흔 두 살이신데 우리 동네 다른 할머니들에 비하면 더 건강하신 것도 같은데 음식을 별로 많이 드시지 않아 걱정일세.”

“음식을 잘 드셔야 힘이 날 텐데 그러네요.” “그래도 아직 치매는 없으니 그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가?”하자 옆에 있던 후배가

“그러니까요? 하여튼 노인들은 음식을 잘 드셔야 하는데 이상하게 나이가 많아질수록 더 어린애 같은 짓을 하시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자네 부모님께서도 연세가 상당히 많으시겠는데.” “저의 어머니는 삼년 전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금년 아흔 세 살이거든요.

그런데‘반찬 읍응께 반찬 갖고 온나! 돈 떨어졌응께 돈 갖고 온나! 빨리 와서 빨래해라! 밥해라!’자꾸 전화를 하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처음에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외로우니까 저러나 보다 했는데 날이 갈수록 더 원하는 것이 많아지면서

‘밤이면 무서운께 나랑 가치 자고 내일 가그라!’하면서 한마디로 옆에서 같이 놀아주기를 바라더라고요.” “그러면 주위에

마을회관이라든가 노인들 쉼터 같은 곳은 없는가?” “있기는 한데 아버지께서는 그런데는 별로 취미가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면 요양원 같은 곳에 모시지 그러는가?” “그런데 저의 효자(孝子)동생이 한사코 반대를 하거든요.” “왜 반대를 하는데?”

“잘났으나 못났으나 내 아버지인데 왜 요양원 같은 데로 모시냐? 며‘나는 죽어도 반대!’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반대하는

동생에게 아버지를 모시라고 하면 되지 않겠는가?” “그런데‘그러면 니가 모시라!’이야기를 하자마자 바로 일어서더니

나가버리더라고요.”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후배가 “저의 장모님께서도 나이가 많다보니 저의 집사람에게 자꾸

‘왔다가라!’는 전화를 하는데 장모님께서‘혼자 있응께 잠도 못 자것고 밥도 묵기 실코 암껏도 하기 실응께 니가 옆에 있어 주라!’

고 해서 며칠을 처갓집에서 있다 왔는데 집사람이 오자마자 친정동생에게 전화가 왔다고 그러데요.” “무어라고 왔는데?”

“어머니께서 지금까지 아무 일 없이 잘 계셨는데 왜 누나가 찾아다니며 버릇을 나쁘게 들여 형제들 힘들게 하느냐?

정 어머니가 좋으면 아예 데리고 살아라! 했다 그러네요. 참! 이것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부모님께 잘해도

형제들에게 욕먹고 못해도 욕을 먹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그것이 정말 큰 문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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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1월 10일 전남 고흥군 적대봉에서 촬영한 망개(맹감)나무 열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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