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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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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2-12-24 13:42 조회2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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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의 약속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었더니 하늘에서 밝은 햇살이 창가에 내려앉아 반짝이는 순간, 어디선가 몰려온 짙은 먹구름이 잠시 동안

소나기를 뿌리고 물러가더니 서쪽하늘에 일곱 빛깔 고운 무지개가 아름답게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최근 몇 년 동안 만난 적도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무지개를 오늘 갑자기 마주하니 마음속에 행복함이 가득해지면서‘모든 사람들이 좋은 일만 가득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관주산 정상에서 기구를 이용하여 “하나! 둘! 셋! 넷!” 운동을 하고 있는데“형님 오셨어요?”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잘 아는 후배가 빙그레 웃고 있었다. “동생 오셨는가? 요즘 자네 장모님 몸이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금은 어떠신가?” “걱정해주신 덕분에 많이 좋아지셨어요.” “그랬으면 정말 다행일세! 그런데 금년에 장모님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데?” “올해 구십 한 살이신데 지금까지 건강에 별 문제가 없어 친구 분들께 놀러 다니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며칠 전 집 사람이 단감을 몇 개를‘깎아 드시라!’고 갖다드렸나 보더라고요. 그랬는데 그걸 깎아 드시지 않고‘곶감 맹글어

 

우리막둥이 주고 싶다!’고 감을 깎아 말린다며 옥상에 올라 가셨나 보더라고요.” “옥상에 올라 가셨다고? 그런데

거기에 올라 가신지는 어떻게 알았는데?” “저의 집사람이 항상 오후 5시 반경이면 처갓집에 가서 청소도 해드리고 저녁 식사를

 

차려드리고 오거든요.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 무언가 서두르는 것 같더니 오후 4시쯤 되었는데 ‘친정에 갖다온다!’며 급하게

나가더라고요. 그래서 ‘왜 저렇게 서두를까?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집 사람에게 전화가 왔더라고요.” “무어라고 왔는데?”

 

“큰일 날 뻔했다! 고 해서 ‘무슨 일이 있었는데?’ 물었더니 장모님이 집 앞뒷문을 모두 열어놓고 안 계셔서 불러보았더니

어디선가‘나 여깃다!’모기만한 소리가 들려 설마하고 옥상에 올라가보았더니 거기 쓰러져 계셨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곶감 만들어 막내아들 줄 욕심으로 있는 힘을 다해 옥상에는 올라가셨는데 올라가고 나니 기력이 떨어져 그대로 쓰러지셨을까?”

“아마 그런 것 같아요.” “그러면 내려오실 때는 어떻게 하고?” “내려오실 때는 저의 집 사람이 부축해서 내려오시긴 했는데

 

그 뒤부터 힘을 모두 잃으셨는지 음식도 잘 드시지 않고 마치 어린애 마냥 집사람이 떠먹여 주는 죽 같은 음식은 받아 드시는데

그렇지 않으면‘나 안 묵을란다!’하고 안 드시면서‘여그 허리 있는디가 아프단 마다!’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병원에 모시고 가서 허리 쪽 치료를 받으셨는데 병원 원장님이‘할머니! 앞으로 절대 옥상에는 올라가지 마세요.

그래도 이번에는 따님이 발견해서 모시고 내려왔으니 다행인데 만약에 따님이 친정에 안 갔더라면 어떻게 됐겠어요? 거기서 내려오다

 

구르거나 떨어지면 그대로 돌아가셔도 아무도 모르거든요. 그러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내가 아는 어떤 할머니는 겨울에 눈이 왔는데

마당에 눈을 쓸지 않고 계시다 그게 얼어붙은 줄 모르고 잘못 밟아 미끄러져 넘어지는 바람에 허리 쪽이 잘못되어

 

그대로 방에만 누워계시다 돌아가셨거든요. 그러니 될 수 있는 대로 무엇을 하려하지 마시고 꼭 필요한 예를 들어 옥상 같은 곳에

올라가실 일은 따님이나 젊은 사람 시키시고 힘든 일은 절대 하지 마세요.’하고 신신당부를 하더라고요.”

 

“그러면 장모님은‘그렇게 하겠다!’고 하시던가?” “병원에서야 원장님이 시키니‘그렇게 하겠다!’고 하지만 집에 오면 그 약속이

지켜질지 어떻게 알겠어요? 그저 장모님께서 약속을 잘 지켜주시길 바랄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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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전남 보성에는 며칠 동안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2022년 12월 23일 오전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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