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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의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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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2-11-19 14:15 조회3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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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의 소원

 

우리 민족의 큰 명절 한가위가 지나 간지 며칠이 되었는데도 가을이 찾아오기는커녕오늘도 여름처럼 무더울 것이다!’라는

예보가 적중했는지 하늘에서 내리는 햇볕은 한 여름 못지않게 뜨겁기만 한데시골들녘의 벼들은 조금씩 더 깊이

 

고개를 숙이며 차츰 누런빛으로 물들어가고어디서 날아왔는지 꼬리가 빨간 고추잠자리 한 마리여기가 내구역이라!’는 듯

천천히 정찰 비행을 하고 있었다관주산 정상에서 운동을 마치고 산을 내려오는데 휴대폰에서띠로링!’

 

문자가 도착했음을 알리고 있어 열어보았더니 우리 회원 어머니께서 소천 하셨기에 알려드립니다.’라는 부고(訃告)가 도착해 있었다.

그 친구 어머니는 아직 정정하시다고 들었는데 왜 갑자기 돌아가셨을까?’생각하며 장례식장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상주(喪主)들을 만나 조의를 표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네 어머니와 우리 장모님께서 굉장히 친하게 지내셨는데

()도 같은 이()씨에 나이도 금년에 구십 한살 동갑이라고 하시더라고그런데 평소에 무슨 지병이라도 있었던가?”

 

아니요평소에도 굉장히 건강하신 편이어서 시골에 사시지만 마당에 풀 하나 자라지 않도록 다 뽑고 그러셨거든요.”

그러면 요양원에 모시지 않고 자네가 모셨던가?” “형님도 아시다시피 저의 형()이 읍내에서 조그만 사업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때는 저의 형이 어머니를 모셨는데 아마 그때 형님 장모님과 어울려 지내셨던 것 같거든요그런데 시골에서 사시던 분이

읍내에 계시니까 아무 할 일도 없고 그러니 심심하고 또 옛집이 생각나셨던지 자꾸시골로 가시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시골로 모셨던가?” “그런데 시골집이 한 몇 년 비어있다 보니 완전히 낡아 다시 고치면서 어머니가 거처하실 방을 따로 하나

만들어 그 방에 계시도록 했어요.” “그러면 자네가 모신 거네!” “아니 모신 건 아니고 한 집이지만 밥 같은 건

 

따로 해서 드실 수 있도록 했는데 어머니께서너희 부부가 맞벌이한다고 낮인지 밤인지 모르고 고생하는데 명색이 시어미란 사람이

너희들 늦게 들어오면 그 동안 밥을 안 먹고 기다리기도 그렇고또 늦게 들어오는 아들과 며느리에게 늙은이가

 

밥 차려주기도 그렇지 않겠느냐그러니 내가 따로 밥을 해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는 편하고 좋겠다!’하셔서 그렇게 했거든요.”

그래도 아직 정정하시니 그렇게 하셨겠지 그런데 왜 갑자기 돌아가셨을까?” “어머님께서 추석 전날 형님 집으로 오셨거든요.

 

그리고 제사도 모시고 평소처럼 아무 일 없이 하셨는데 추석날 산소에 가려는데너희들 산소에 가면 나도 따라갈란다.’하셔서

같이 다녀왔거든요그런데 그날 밤 갑자기 쓰러지시더라고요그래서 부랴부랴 119를 불러 병원으로 옮겼는데

 

그 뒤에 조금 정신이 돌아온 듯 싶더니 엊그제부터 정신을 놓으셨는지 사람도 못 알아보시더라고요.” “그리고 이렇게 돌아가시고?”

그러니까요정말 너무나 허망하게 가시네요.” “옛날부터 전해오는 이야기에긴병에 효자 없다.’라는 말이 있거든,

 

그런데 내가 아는 아저씨 한 분은 어머니 병수발을 무려 7년 동안을 했다고 그러데그러니 오죽했으면 엄니 제발 좀 가시씨요!

엄니가 가셔야 당신도 편하고 나도 편하고 온 집안 식구들이 다 편하것소그러니 제발 잔 가시씨요!’그렇게 빌고 또 빌었다고

 

하시더라고그래서 노인들의 소원은 자녀들에게 아무런 폐를 끼치지 않고 그저 이렇게 잘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잠이 들면

그대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그러데그러니 자네 어머니께서도 그렇게 하는 것이 소원이었을 같거든그러니 슬프지만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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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고있는 전남 보성 관주산의 단풍입니다. (2022년 11월 13일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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