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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느니 죽는 게 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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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2-11-05 17:53 조회3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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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느니 죽는 게 났지!”

 

 

열중 쉬엇차려~!” 지난 봄 부지런한 농부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심어놓은 시골 들녘의 어린모들이 따뜻한 햇볕과 시원한 바람,

그리고 농부들의 정성어린 보살핌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나 어느 날부턴가 살며시 고개를 내밀고 점점 누렇게 변해 가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꼬리가 빨간 고추잠자리 한 마리 괜스레 군기를 잡는다며 고함을 지르는데 벼들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말없이 고개만 흔들고 있었다관주산에서 기구를 이용하여 하나!”운동을 하고 있는데

 

동생 오셨는가?”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마을의 선배께서 빙긋이 웃고 있었다. “형님 오셨어요그제와 어제 이틀 동안은

안 오셨더니 집에 무슨 일이 있었어요?” “별일이야 있었겠는가낼 모레가 추석이고 그래서 집 뒤쪽 밭에 고구마가 어쩐가 볼라고

 

캐봤는디 올해는 으째 그란고 밑이 별로 안들었드란 마시.” “왜 그랬을까요혹시 날씨 때문에 그랬을까요?” “날씨의 영향이 전혀

아니라고는 할 수 없겠지금년에는 봄부터 여름까지 한 번도 비가 내리지 않아 많이 가문데다 또 오직 무덥고 뜨겁지 않았는가?

 

그랬으니 고구마라고 뿌리가 제대로 달리기나 했겠는가그러다보니까 캐 놓고 보니 예년에 비하면 양이 3분의 1정도 밖에 안되드란 마시.”

그렇다면 고구마 농사짓느라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혹시 손해는 안 보셨어요?” “손해야 보겠는가마는 그래도 그것 농사지으면

 

그럭저럭 내 용돈은 벌어 썼는데 어쩌다보니 금년에는 그게 없어져 버렸어!” “그러면 어떻게 하지요가을에는 아무래도

결혼식이라든가 해서 가용(家用)이 많이 들어갈 텐데요.” “그래도 할 수 없지 어떻게 하겠는가하늘에서

 

너 금년에 쪼그만 벌어라!’하시는데 우리가 무슨 재주로 하늘을 해 볼 수 있겠는가?” 이야기를 나누는데 옆의 후배가

형님 그러면 고구마 순은 어떻게 하셨어요?”물었다. “그것 순은 밭에 그대로 있지 그게 어디로 가겠는가그런데 그건 왜 묻는데?”

 

그러면 제가 조금 뜯어 가면 안 될까요?”하자 빙그레 웃으며 그걸 째깐 뜯어간다고째깐 뜯어가려면 안되고 아주 몽땅 뜯어간다면

내가 특별히 허락해 주께!” “아니 왜 많이 뜯어간다면 허락을 하신다고 그러세요?” “그렇지 않아도 그제 내가 고구마를 캔다고 하니까

 

광주에 사는 우리 작은 누님이 오셨어그래갖고 우리가 고구마를 캐고 있을 때 그 양반은 고구마 순을 뜯기 시작했는데

하루 종일 뜯으니까 커다란 보자기로 세 개쯤 되더라고.” “그럼 그걸 다 어떻게 했는데요?” “어떻게 하겠는가광주로 가져가서

 

어제 하루 종일 껍질을 벗겨 데쳐서 말린다고 전화가 왔더라고.” “커다란 보자기로 세 개면 양이 상당할 텐데 그걸 다

껍질을 벗기셨으면 대단하네요.” “근데 그걸 혼자 벗기겠는가아마 친한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누님은 쪼금 벗겼겠지.

 

그러더니 아침에 전화가 왔어!” “뭐라고 왔는데요?” “우리 누님 말씀은고구마 순 한 다발에 5천 원씩 하니까 그것 몽땅 좀 뜯어 와라

내가 팔아 줄테니!’하시는데 고구마 순을 집에서 해 먹으려면 밭에서 대충 뜯어 집으로 가져가서 이파리는 모두 따내고

 

껍질을 벗겨 데쳐서 말리거나또 국을 끓여 먹거나 아니면 된장이나 초장을 이용해서 나물을 만들거나 하는데그걸 시장에 내다 팔려면

줄기나 잎이 깨끗하게 해야 하고 또 광주까지 운반하려면 택시비가 7만원이나 하는데 그러면 5천 원짜리 다발이 14개에 일당까지

 

계산하면 최소한 40개는 만들어야 하는데 누가 그걸 다 만들고 있겠는가차라리 앓느니 죽는 게 났지 그렇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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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10월 18일 촬영한 월악산의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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