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회

정우회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문인 광장

못 생긴 손녀

페이지 정보

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2-10-27 19:04 조회339회 댓글0건

본문

못 생긴 손녀

 

가을로 들어선다!’는 입추(立秋)가 지나서인지 푸른 하늘에 흰 구름 한 조각 어디론가 천천히 흘러가고무더위 속에서

노란 호박꽃잎을 어루만지던 바람은 지나가는 잠자리를 붙잡고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동구 밖 정자나무 꼭대기의 매미 한 마리,

 

무엇이 그리 못마땅한지 아까부터 온 동네가 떠나가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관주산 정상에서 기구를 이용하여

하나!”운동을 하고 있는데 일찍 오셨네요!”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잘 아는 후배가 빙긋이 웃고 있었다.

 

오셨는가그런데 자네 외손녀 백일이라고 서울 간다고 하지 않았는가?” “거기는 진작 다녀왔어요아무래도 딸집인데

얼마나 오래 머물고 있겠어요?” “그렇기는 하겠네그런데 외손녀는 얼마나 컸던가?” “딸 말은하루가 다르게 쑥쑥 큰다!’

 

하는데 저는 동영상으로만 보다 이번에 처음 보았는데 얼마나 컸는지 알기나 하겠어요?” “그러면 하는 짓은 예쁘고?”

아이고~이제 백일 지난 아이가 예쁜 짓을 하면 얼마나 하겠어요그냥 눕혀놓으면 벌떡 뒤집기나 하지.”

 

이 사람아그런 게 예쁜 짓이지 무엇이 예쁜 짓이겠는가?”하자 옆의 선배께서 옛말에애기들은 하는 짓마다 이쁘고

늙은이들은 하는 짓마다 밉다!’고 하는데 그래도 갓난 애기들은 최소한 백일이 넘어야 제 얼굴이 나타나면서 웃기도 하고

 

또 하는 짓마다 이삐거든그런데 우리 큰아들을 낳았을 때 우리 어머니가 보시더니 와따먼 애기가 이라고 잘 생겼다냐?

참말로 듬직하니 잘 생겼는디 느그들 보이냐우리 손지 뒤에 서광이 비친단 마다.’하시면서 우리 손지가 장래 큰 인물이 될란지

 

모른께 느그들 잘 키워라 잉!’하시드라고.” “그러면 형님이 보시기에 정말 서광이 비치던가요?” “이 사람아!

무슨 서광이 비추기는 비춰괜히 우리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지 이 세상에 태어나서 등 뒤에 서광이 비춘 사람이 으디가 있단가?”

 

형님 말씀을 들어보니 정말 그러네요.” “그런데 어느 날 동네 아짐이 집에 놀러 와서 우리 딸을 보더니 애기가 으째 이라고

못 생겼단가즈그 엄니 아부지는 안 달멋네 잉!’하고 가셨다고 그러데!” “정말요아니 경희가 그렇게 못 생긴 얼굴은 아닌데

 

못생겼다!’고 했을까요?” “그러게 말이야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말을 할 때 반대로 돌려서 하는 경향이 있거든.

예를 들면 손님들을 초대해 놓고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음식을 장만해서 내 놓고는반찬이 별로 잡수실게 없어 어떻게 하지요?

 

그래도 이해하시고 맛있게 드세요.’하는데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의 반찬이 별로 잡수실게 없는 반찬인가하여튼 그렇게 말을

하기 때문에 애기가 예쁘다!’는 이야기를참말로 못 생겼다!’고 했는지 아니면 정말 안 이뻐서 그랬는지 알 수는 없으나 하여튼

 

애기가 안 이쁘다!’하고는 잠시 놀다 가셨는데 우리 어머니께서 그 이야기를 들으셨는지 집에 와서 손녀를 보더니 아니 이라고

이쁜 우리 솔녀를 못생겼다 그랬다고아야 며늘 애기야앞으로 누구네 우리 집이 놀러오믄 밥은 물론이고 물 한 그럭도

 

절대 주지 말그라이라고 귀하고 이쁜 우리 솔녀한테 지가 멋이간디 잘 생겼네못 생겼네그래싸!’하시더라고.”

어머니께서 정말 화가 많이 나셨던 모양이네요.” “아마 그러신 것 같아 그래서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은 남자 아이가 못 생겼으면

 

듬직하게 생겼다또는 씩씩하게 생겼다그렇지 않으면 남자답게 생겼다!’고 하고 여자들은 곱게 생겼다또는 균있게 생겼다.’

하면서 직접적으로못 생겼다!’는 말은 하지 않았거든.”


86e7a94a79a5f4ff3cd867a60c182293_1666865059_89.jpg

 

39d012aa9a7a0f9be0614bcd067060cdf6e71964


월악산에도 천천히 가을이 물들어가고 있었습니다. (2022년 10월 18일 촬영)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