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 때문에

아침부터 붉은 태양은 쉴 새 없이 뜨거운 폭염을 무차별 쏟아 붓지만 푸른 하늘에 흰 구름 한 조각 어디론가 천천히 흘러가고,

무더위 속에서 노오란 호박꽃에게 치근거리던 잠자리 한 마리 지나가는 바람을 붙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숲속의 매미들은 무엇이 못마땅한지 아까부터 계속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관주산 정상에서 기구를 이용하여

“하나! 둘! 셋! 넷!” 운동을 하고 있는데 “동생 오셨는가?”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친한 선배께서 낯선 사람과 함께

빙긋이 웃고 있었다. “오늘은 늦으셨네요.” “여기 이 친구와 함께 오느라 조금 늦었네. 자네 이 사람 누군지 알겠는가?” “글쎄요!

오늘 처음 뵙는 것 같은데요.” “그러면 인사하시게 이 사람은 나와 동갑 쟁이 친구인데 여기 한번 따라와 보고 싶다고 해서

데려왔거든.” “그러세요? 반갑습니다. 산에는 자주 다니시나요?” “나는 등산에 별로 취미가 없어 잘 안다니고 있어요.”

“그래도 시간 나면 한 번씩 오시면 좋을 겁니다. 산을 좋아해서는 결코 손해 보는 일은 없거든요.” “나도 여기에 오면

맑은 공기도 마시고 또 몸도 건강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게 얼른 집에서 나서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처음에는

저도 그랬는데 자꾸 다니다보니 이제는 습관이 되어 자연스럽게 아침 식사를 마치면 오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이렇게

편백나무 숲에서 치톤 피드도 마실 수 있고 또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눌 수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그건 그래요. 그래서

나도 앞으로 자주 다녀볼까? 생각중입니다.” 이야기를 나누며 운동을 하다 보니 내려갈 시간이 되어 “형님 이제 그만 하고 내려가시게요.”

하였더니 “그럼 그럴까?”하고 정상에서 아래쪽으로 내려오는데 오늘 처음 선배와 함께 오셨던 분이 내려가는 길이 무서운지

나무를 붙잡거나 선배에게‘손을 잡아 달라!’하면서 마치 어린아이가 산을 내려가듯 아주 천천히 조심조심 내려가고 있었다.

그래서 선배에게 가만히“형님! 원래 저분이 겁이 많은가요? 아니면 다른 사정이 있나요?” “저 친구가 몇 년 전 어느 날 갑자기

뒷골이 당기면서 머리가 터질 듯이 아팠다고 그러데!” “왜 그랬을까요?” “그런데 저 사람의 고향마을에서는 사람들이

‘돼지고기를 그렇게 좋아한다!’고 그러더라고! 그래서 추렴을 해서 돼지를 잡아 구워먹고, 삶아먹고, 그러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비계를 아주 좋아하는데 그래서 그랬는지 어쨌는지 갑자기 머리가 며칠 동안 계속해서 아프니까 저 사람 부인이 위중함을 알고

바로 대학병원 응급실로 직행했다 그러데.”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요?” “여기저기 검사를 해 보더니

‘뇌경색이니 지금 빨리 수술을 해야 한다!’면서‘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다!’고 하더라는 거야! 그러니까 부인의 현명한 판단이

저 사람을 살린 거지.” “그랬다면 정말 다행이네요.” “그래서 병원에 약 2개월 정도 치료를 받고 퇴원했는데

문제는 그런 일이 있은 후 일상생활이 많이 달라졌다는 거야.” “어떻게 달라졌는데요?” “자네도 아시다시피 아까처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올 때 상당히 겁이 나는 것 같더라고.”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나요?” “사람이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저 사람도 옛날 젊었을 때는 산도 좋아하고 그랬겠지 그런데 이상하게 저렇게 겁이 많고 소심한 사람으로 변해가니

병원에 담당 교수를 만나‘병이 빨리 나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했더니 ‘지금 그 정도만 된 것도 다행으로 생각하라!’고

하더라는 거야. 그래도 어쩌겠는가? 더 이상 병이 더 커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으로 생각하고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누구네 집 울타리 가에는 커다란 박이 익어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