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팔자 상팔자는 옛날이야기

오늘도 변함없이 하늘에서 강열한 폭염이 사정없이 쏟아져 내리지만 시골 들녘에는 지난 봄 부지런한 농부들이 심어놓은 벼들은

뜨거운 햇볕에도 무럭무럭 자라나 푸르름을 자랑하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잠자리 한 마리 푸른 벼 위를 천천히 날더니

갑자기 하늘에 대고 “무더위야! 너는 쉬는 날도 없냐? 제발 하루쯤 푹 쉬면 안 되겠냐?”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오늘은 지인들과

산행을 하자고 약속한 날이어서 시간이 늦지 않게 모일장소에 나가 오늘의 목적지 조계산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우리 일행의 승용차는

전남 보성 문덕면을 지나 순천시 송광면 쪽으로 계속 달리면서 커브 길을 돌아가는 순간 애완견으로 보이는 예쁜 개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도로를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야! 너 그러다 치이면 어쩌려고 그렇게 차가 달리는데도 겁도 없이 달려드는 거냐?”하였지만

개는 자꾸 힐끗힐끗 쳐다보며 지나가는 것을 보고 “참! 이상한 개도 다 있다. 왜 저렇게 차가 달리는데도 무서워하지 않지?”하며

별 생각 없이 조계산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되돌아오는데 오전에 개를 만났던 곳에서

또다시 이번에는 반대쪽으로 지나가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힐끗힐끗 쳐다보면서 지나가는 모습이 힘이 하나도 없어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선배께서 “혹시 저 개 버려진 것 아닌가? 하는 것이 영락없는 유기견 같아 보이는데!”

“제가 보기에도 그렇게 보이는 데요. 지금 여기는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이 없는 한적한 곳인데 이런 곳에서 개들이 돌아다닐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그러게 말이야! 아마도 누군가‘귀찮다!’며 여기에 개를 버리고 갔는데 그걸 모르니까 차를 보면

‘혹시 나를 데리러 왔을까?’하며 저렇게 차가 오면 힐끗힐끗 쳐다보는 것 같거든.” “그러니까요. 그렇지 않아도

요즘 유기견 때문에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오늘 또 한 마리가 생겨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네요.” “지난번 우리 동네 식당 집

농장에서는 어디선가 나타난 들개 서너 마리가 닭장 안에 키우던 닭들을 닥치면 닥친 대로 모두 물어죽였는데 그게 일이십 마리도 아니고

무려 백 마리도 넘는다고 그러네.” “식당 집 농장이라면 낼 모레가 초복(初伏)인데 그날 재미 좀 보려고 그렇게 키웠을 텐데

그 많은 닭을 모두 물어죽였으면 피해가 엄청났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문제는 먼저 읍내파출소에 전화해서

‘이러한 일이 있으니 와서 도와 달라!’했지만 ‘그건 군청 소관이니 군청으로 전화하라!’해서 군청으로 했더니

‘그건 소방서 소관이니 그쪽으로 연락해서 도와 달라! 하시면 됩니다.’ 해서 소방서에 전화를 했더니 출동을 한다고 했지만

이미 개들은 도망간 뒤였고 마지막 한 마리 남은 것도 ‘확실한 유기견이 아니면 개도 남의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함부로 사살할 수는 없다!’며

주저하고 있더라는 거야. 그런데 그 순간에도 개는 여전히 닭을 공격하고 있어 할 수없이 식당 집 사장이 몽둥이로 위협하여

개를 잡았다는데 그렇게 남에게 피해를 입혀도 확실한 증거가 없는 한 그걸 죽이거나 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개를 생포를 했어도 또 그걸 장기간 계속해서 사육할 수 없어 누군가 입양하지 않으면 결국은 하늘나라로 보내는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 “누구든지 처음 개를 사오든지 입양을 했든지 집으로 데려왔으면 끝까지 함께하면

정말 좋을 텐데 이런저런 이유로 버리면 하루아침에 주인 잃은 거지개가 되든지 아니면 들개가 되어 살아가야하니 옛날에는‘

개 팔자 상팔자!’라고 했는데 지금은 그런 말도 다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린 셈이네!”

우리 민족의 큰 명절 한가위가 지나자 시골들녘의 벼들도 점점 누렇게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2022년 9월 14일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