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와 다이어트

관주산 숲길을 천천히 걷고 있는데 앞에서 선배님 한분이 쪼그리고 앉아 무엇인가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

“형님! 거기서 무엇하고 계세요?” 묻자 나무줄기에 앉아 즙을 빨아먹는 조그만 하얀 꽃처럼 생긴 벌레를 가르치며

“이것이 먼 벌레란가? 나는 첨 본 것인디 생긴 것은 꼭 째깐한 꽃 같이 생겼는디 만질라고 그라문‘톡! 톡!’뛴단 마시!”

“그거요? 그게 벼룩벌레라고 하던데요.” “그래! 세상에는 벼라별 것들이 다 있네 그려 나는 첨에 저것이 멋인고? 그랬네!”하며

유심히 나를 훑어보더니 “자네는 직장에서 정년퇴직한 뒤로 몸이 더 안 불든가?” “몸이 안 불다니 무슨 말씀이세요?”

“그랑께 체중이 더 많이 안나가드냐 그 말이여!” “처음에 막 퇴직하고 나서는 잘 모르겠더니 몇 개월 지나고나니

체중이 약 10kg 정도 더 늘었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했든가?” “그래서 열심히 다이어트를 해야지 어떻게 하겠어요?”

“그라문 살이 잘 빠지든가?” “그게 말이 다이어트 쉽지! 몇 개 월해서 쉽게 빠진답니까? 그래서 약 1년간 고생을 했더니

처음에는 안 빠질 것 같던 게 조금씩 빠지더니 다시 원래 체중으로 돌아오더라고요.” “그랬으면 정말 다행이시!

그라문 살이 쪘을 때하고 지금하고 으차든가?” “직장에 근무할 때는 체중이 늘거나 그런 일이 없었는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체중이 늘어나니까 첫 번째는 옷이 작아져 몸에 맞는 옷이 없어 불편하더라고요.” “물론 그러것제 그라고 또?”

“그리고 몸이 무거우니까 움직이기도 힘이 들고 특히 산행(山行)을 하면 정말 힘이 들어 못 다니겠더라고요.” “참말로 그라것네!

그라고 더 불편한 것은 읍고?” “그리고 자꾸 음식을 먹고 싶은 충동이 생기더라고요.” “몸이 불었으문 당연하게

멋이 더 묵고 싶것제! 그라문 다이어트는 우추고 했든가?” “그러니까 밥은 평소에 절반 정도만 먹었는데 그러다 허기지만

안 되니까 양배추와 브로콜리 그리고 상추 같은 야채를 조리해서 식사대용으로 많이 먹었거든요. 그리고 이삼일 간격으로

돼지고기를 먹었는데 그게 어떻게 잘 맞아 떨어졌는지 처음에는 아무 반응이 없던 체중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하더니 8개월이 지나면서는

다시 원래 체중으로 돌아오더라고요. 그런데 형님은 어떠세요?” “나도 직장에 근무할 때는 괜찬했는디 퇴직을 하고 난께

이상하게 몸이 불기 시작하드란 마시.”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그래서 우추고 몸을 빼 볼라고 연구를 하고 있는디

어느 날 텔레비를 본께 의사하고 다이어트 전문가들이 나와서 방법을 갈쳐 주드란마시.” “정말요? 그러면 어떻게 하라던가요?”

“그렁께‘아침이문 당근 3분의1조각, 바나나 오이 반개, 비트하고 사과 4분의 1조각 그라고 멋이 한 가지 더 있는디 하여튼

그것하고 믹서기에 너갖고 갈아서 묵어라!’ 글드라고.” “그래서 드셔보셨어요?” “묵기는 묵어봤는디 이노무 것이

석 달을 묵었어도 아무 소식이 읍네!” “왜 그랬을까요? TV에서 소개를 했다면 그래도 상당히 믿을 만한 정보였을 텐데 그러네요.”

“그란디 나중에 알고 봤더니 자신들이 소개하는 식단 중에‘무엇인가 한 가지를 더 먹어야 된다!’고 하면서 그것을 팔고 있더라고.”

“그러면 결과적으로 다이어트에 실패하신 거네요.” “그러제! 그란디 내가 가만히 생각해본께 그것을 할라문

마음가짐부터 달리 묵어야 쓰것데!” “어떤 마음가짐인데요?” “그래도 명색이 다이어트를 할라문 그래도 술도 안 묵고해야 쓰꺼인디

마실 것 다 마시고 함시로 그것을 한다고 그랬으니 살이 빠지꺼인가? 더 안찐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해사제!”

우리 민족의 큰 명절 한가위가 다가오자 대추들도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