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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의 두레질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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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2-08-06 14:23 조회54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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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의 두레질 소리

 

전남 보성읍 우산리 주공아파트 뒤쪽 하천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정자(亭子난간에 걸터앉아 건너편

논을 바라보았더니 어디서 날아왔는지 하얀 백로 한 마리가 모를 심으려고 물을 실어놓은 논을 왔다 갔다 하며 먹이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날도 징하게도 덥구만 나도 여그서 째깐 쉬어가야 쓰것네!”하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영감님 한 분이 정자 가까이 다가오며 말씀하신다.

어르신 이쪽으로 오세요여기가 시원하니 좋네요.”하고 벌떡 일어나 자리를 권하자 옆에 털썩 주저앉더니

 

그래요그란디 혹시 비 온다는 소식은 안들립디여?” “모레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기는 한데 많이 와도 5mm 정도 온다고 하네요.

그런데 엊그제처럼 천둥 번개 소리만 요란하고 비는 내리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그랑께 말이여그나저나

 

가물어서 큰일이구마 우째 이라고 올해는 비가 안 오고 있는 고 참말로 애 터질 일이네!” “그러니까요어르신은 농사 많이 지시나요?”

농사는 별로 안 짓제만 넘들이 비가 안 온다고 애 터져싼디 으째 나라고 편하것서!” “그래도 지금은 양수기(揚水機)

 

물을 품어서라도 모를 심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그랑께 말이여내가 절멋을 때 한 4~5십년 전 만 같어도 꿈도 못 꿀 일인디

인자는 그란 농사는 모다들 안 지을라고 그라꺼시여!” “그 시절에는 전기(電氣)가 귀하던 시절이니 양수기 꿈이라도 꾸겠어요?”

 

전기도 전기제만 양수기도 읍든 시절이고 또 양수기가 있다고 한들 물은 또 으디서 품어 올리꺼시여그랑께 농사 짓기가 참말로 심들었어!”

그러셨겠네요.” “은제 한 해는 으째 가물었든지 논에다 결국 모를 못 심고 말었어그래서 메밀하고 콩을 심것는디

 

7월 달이 된께 비가 오드랑께 그란디 상당히 마니왔어그래서 우추고 본께 옆 논에 모를 심다 째깐씩 낸개 논 것이 있어서

그것을 주서다가 한쪽에 심거봤거든.” “그러면 수확이 좀 나던가요?” “7월 달에 심거 논 것이 수확이 나문 을마나 나껏이여?

 

그래도 다문 몇 됫박이라도 나온께 공짜 같이 참말로 좋드랑께!” “제가 중학교 다니던 시절에도 굉장히 가물어서 대야리(大野里)쪽에서

학생(學生)들을 동원하여 호미모를 심은 적이 있었거든요그런데 그해 다행스럽게 나중에 비가 많이 와서 풍년이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으째 그라고 옛날에는 농사짓기가 심 들었든고 몰것서지금은 물방아로 물을 품어 올리는 일은 안하제만 옛날에는 물방아로

물을 품어 올리고 또 두레질을 마니 했거든.” “두레질도 하셨어요?”묻자 영감님께서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두레질을 알아?”

 

아무리 제가 어리다고 그것 모르겠어요.” “그래 잉그란디 두레질도 등치도 크고심이 씨고한 사람이 하제 아무나 못하는 거시여!”

왜요그게 그렇게 힘들까요?” “꼬랑이고 으디고 안 그래도 물이 보타갖고 읍는디 아무나 물을 퍼 가불문 그것을 보고 카만이 놔 두것서?

 

쪼차가서 두레를 뺏가가꼬 그 자리서 뚜두러 깨부러!” “그렇다고 남의 물건 함부로 깨도 괜찮았을까요?” “그 시절만 하드라도

힘 쎈 사람이 왕()인께 그라제그랑께 낮에는 못하고 밤에 우리 아부지하고 둘이서 날이 새도록 두레질을 해서 물을 퍼 올렸네!”

 

정말 고생 많이 하셨네요.” “그란디 지금도 생각난 것은 달은 휘영청 떠 있는디 우리 아부지하고

하나~두울~’함시로 물을 퍼 올린디 심도 들었제만 으째 그라고 서글프고 눈물이 났든지 차~!”하시는 영감님의 두 눈은 어느새 촉촉이 젖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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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나무 속을 파내 물이 흐르도록 만들었는데 사진은 경북 봉화군 청량산의 사찰에서 촬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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