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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깨버릴 수 없는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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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2-07-24 14:40 조회6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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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깨버릴 수 없는 모임

 

관주산에서 운동을 마치고 일행들과 천천히 내려오는데~로링~~!’휴대폰 벨이 울리자 ~접니다.”하고

선배 한분께서 전화를 받더니그동안 잘 계셨어요그런데 산행할 날짜가 며칠이냐고요? 5월 10일 날인데 그날 참석하실 수 있겠어요?

 

안 되겠다고요왜 무슨 일이라도 있으세요몸이 갑자기 안 좋아 참석을 못 하시겠다고요그러면 어떻게 하지요.

산행 날짜는 정해져 있어 제가 마음대로 늦출 수도 없는데 그럼 아쉽지만 참석을 못하는 걸로 하겠습니다항상 몸 관리 잘하시고요.

 

안녕히 계세요!”하며 전화를 끊는 것을 보고 누구에게 왔는데 그러세요?” “내가 젊었을 때부터 시작한 등산모임이 있는데

그래도 작년까지는 한 달에 몇 사람이라도 모여 가까운 데크 길이라도 다녀오곤 했는데 금년 들어서는 지난 3월 달에

 

한번 다녀오고는 이번 달에도 산행하기가 힘들 것 같거든.” “그러면 회원들 나이가 많으신가요?” “내가 금년에 75세로

제일 막둥이고 우리 회장님은 금년에 89세인데 그래도 재작년까지는얼굴이라도 내밀어야 한다!’고 정기 산행(山行일에는

 

꼭 나와서잘 다녀오라!’며 악수라도 하고 손이라도 흔들었는데 코로나19가 터진 뒤부터는 아예 얼굴도 안 내미는 데다

다른 회원들께서도 나이가 많다보니 이제는 힘이 부치는지 산행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더라고.” “그러면 모임을 깨 버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 “나도 동생하고 같은 생각인데 영감님들은모임을 깨버리자!’하면 한사코 반대를 하시거든.” “왜 반대하실까요?”

사람이 나이 칠십이 넘으면 모임 같은 것은 안 하는 것이 좋고또 있는 것도 모두 깨버리는데 이유는 어느 날 나와 친했던

 

친구들이 하나 둘 저 세상으로 떠난다면 그것을 바라보는 남아있는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겠는가그런데 이 분들은

그래도 나와 제일 친했던 사람들인데!’라는 아쉬움이 남아서 그런 것 같거든.”이야기가 끝나자 옆에서 듣고 있던 선배께서

 

나도 깨버려야 할 모임이 하나 있는데 그 노무 정 때문에 아직도 깨지 못하고 있네!”하며 빙긋이 웃었다. “무슨 모임인데요?”

내가 젊었을 때 열 명도 넘게 시작한 모임인데 어느 날부터 한 사람 두 사람 이사를 가거나 또 죽기도 해서 빠지기 시작하더니

 

이제 다섯 명밖에 남지 않았거든그런데 이제는 나이가 고령이 되다보니 모여도 재미가 없어!” “왜 재미가 없는데요?”

동생도 생각해 보소그래도 옛날 젊었을 때는 만나면 술이라도 한잔 나누면서 이런저런 이야기에자식들 이야기까지

 

그야말로 날이 새도록 해도 끝이 없었는데 이제는 만나도 특별한 화제 거리가 아닌 이상 할 말도 없을 뿐더러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내놔도 식사량이 너무 적다보니 식당에 미안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더라고.” “얼마나 식사를 적게 하시는데요?”

 

우리 회장님 나이가 금년에 92세이고 막내인 내가 올해 76세인데 모임 날짜를 알려드리려고 전화를 하면 귀()가 꽉 막히셔서

전화에 대고 큰소리로 악을 써야 알아듣거든그런데다 일반 식당 반찬은입맛에 맞지 않아 먹을 수가 없다!’고 하는 바람에

 

간장 게장 전문식당으로 가는데 거기서도 꼭 밥 세 숟가락 정도 드시면 숟가락을 놔버리고는 우리에게많이 드시게!

그래도 자네들은 입맛이라도 있으꺼잉께 만이 드셔!’하는데 이럴 바에는 모임을 깨버리는 게 어떻겠냐?’

 

말이 막 입 밖으로 나오려는 순간 영감님이나 같은 사람을 불러줘서 참말로 고맙네자네들 덕분에 그래도 내가 살아있는 것을 느낀단 마시

그랑께 담달에도 이져불지 말고 꼭 불러주소 잉!’하시는데 어떻게 모임을 깰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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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참깨들은 하얀 꽃을 예쁘게 피우고 가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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