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비둘기와 들 고양이

이른 새벽부터 들려오는 새들의 아름다운 노래 소리에‘오늘은 무언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었는데 누군가

‘안녕하세요?’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어젯밤 살며시 빨갛고 예쁜 꽃을 흐드러지게 피워낸 명자나무가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어

‘금년에도 잊지 않고 찾아와 예쁜 꽃으로 봄소식을 전해주어 정말 고맙다.’는 마음이다. 관주산에서 천천히 내려오는데 나무위에서

다람쥐 두 마리가 ‘쪼~르~르!’내려오자 선배 한분이 입으로‘쭙~ 쭙~ 쭙~ 쭙!’소리를 내자 가던 길을 멈추고 우리 일행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가오려는 듯 하는 순간, 옆에 있던 후배가‘에~취~~~이!’재채기를 하자 쏜살같이 나무위로 올라가 버렸다.

“에이~ 사람이~ 이제 막 다람쥐하고 대화를 시작하려는 중요한 순간에 하필 거기서 재채기를 하고 있는가?” “그러니까요.

제 입이 방정인지 아니면 코가 방정인지.”하며 미안한 표정을 짓는데 길 아래 낙엽이 쌓여있는 곳에서 산비둘기 두 마리가

먹이를 찾는지 주위를 왔다 갔다 하더니 우리 일행을 보았는지 어디론가‘후드득’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선배께서

“언제부터였는지 우리 집 감나무 위에 산비둘기 두 마리가 날아오더니 거기다 집을 짓고 새끼를 기르기 시작하더라고.”하셔서

“그러면 새끼는 몇 마리나 기르던가요?” “그게 한 마리 아니면 두 마리겠지 어떻게 여러 마리를 기를 수나 있겠는가?”

“그러면 어미가 들어오면 제비처럼 먹이 달라고 재촉하는 소리를 내던가요?” “아니 그런 일은 없고 새끼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도 없어.

그런데 우리 집에 개들이 세 마리나 있지 않는가?” “그렇지요. 그런데 개가 어째서요?” “이것들이 비둘기를 보면‘멍! 멍!’

짖고 난리가 아니더라고.” “물론 그러겠지요. 개들은 이상하게 날짐승 특히 닭들을 보면 열 마리든 스무 마리든 닥치는 대로

물어뜯어 죽이더라고요.” “그래서 비둘기가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 묶어두고 새끼를 잘 기를 수 있도록 했거든.”

“그러면 잘 자라던가요?” “그게 나무 아래서는 잘 보이지 않으니까 옥상으로 올라가 가만히 내려다보면 새끼 한 마리가

움직이는 것이 보이거든, 그래서 어떻게든 잘 키울 수 있도록 여러 가지로 신경을 많이 쓴다고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새끼가

사라지고 없는 거야.” “아니 새끼가 사라졌다고요? 어째 그런 일이.” “그래서 이상하다 했는데 자세히 보니 어디선가 날아온

황조롱이 한 마리가 자꾸 우리 집 근처를 선회하더라고.” “그러면 그새가 잡아먹었을까요?” “내 눈으로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그새가 범인인 것 같거든 하여튼 나까지는 산비둘기 새끼가 잘 자라서 날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한다고 했는데

그게 안 되니까 정말 미안하더라고.” 하자 옆의 후배가 “저의 집 살구나무에도 산비둘기가 집을 짓고 살았는데 어느 날 우연히

바라보니 새끼들이 보이더라고요.” “그러면 몇 마리나 보이던가?” “두 마리 같아 보였는데 새끼들은 그렇게 예뻐 보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어찌되었든 잘 자라서 날아가기를 바랐는데 어느 날 보니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더라고요.”

“왜 그랬을까?” “모르겠어요. 그런데 저의 집에 들 고양이들이 여러 마리 다니는데 제 생각으로는 그 애들이 모두

잡아먹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산비둘기에게 정말 미안하더라고요.” “아무리 산에 사는 산비둘기라고 하지만 일단

내 집에 들어오면 우리 가족과 같은데 그렇게 예기치 못한 일로 새끼를 잃고 말아 한편으로는 미안해서 어떻게

그 애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특별한 방법이 없네.”

제주 한라산 윗세오름에서 영실쪽으로 하산하면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2022년 5월 28일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