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회

정우회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문인 광장

슬레이트의 추억

페이지 정보

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2-06-12 16:14 조회808회 댓글0건

본문

 

슬레이트의 추억

 

언제부턴가 소리 없이 우리 곁을 찾아온 봄이 산과 들에 초록과 연두색 물감을 부지런히 칠하다가 힘이 들었는지 잠시 허리를

쭉 펴고 쉬고 있는 것처럼 보이더니, ‘안 되겠다!’ 싶었는지 지나가는 새들을 모두 불러 모아 아름답고 멋진 합창을 하게 하면서

 

오가는 길손에게는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선배 두 분과 시골길을 걷고 있는데 사람이 살지 않는 외딴집에서 하얀 방진복을

입은 사람들이 지붕을 덮고 있는 슬레이트 걷어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형님 저 집은 사람도 살고 있지 않은데

 

슬레이트를 걷어내고 있네요.”하였더니 사람은 살지 않아도 누군가 저걸걷어내 달라!’는 신청을 했으니 걷어내고 있겠지

그렇지 않으면 저것도 남의 사유재산인데 함부로 걷어낼 수 있겠는가?” “그렇긴 하네요그런데 슬레이트가 정말 사람에게 위험할까요?”

 

슬레이트에 석면(石綿)이라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게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이라고 그러데,

그래서 호흡을 통해 그 가루를 마시면 20년에서 40년의 잠복기를 거쳐 폐암이나 석면폐(석면 가루를 흡입하여 발생하는 진폐증의 일종)

 

또는 늑막이나 흉막에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어서 굉장히 위험하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옛날 슬레이트가 처음 나왔을 때는

완전히 각광을 받지 않았나요?” “그랬지그 시절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집을 지으려면 지붕을 덮을 만한 마땅한 자재가 없었기 때문에

 

기와지붕 아니면 초가지붕인데 1970년대 어느 날 슬레이트라는 자재가 생산되면서 집을 짓는데 획기적인 역할을 했는데,

그 시절에는 집 짓는데 지붕으로 사용되었을 뿐 아니라 고기 구워 먹는데도 사용을 많이 했거든.”하자 옆의 선배께서

 

우리 숙모님이 돌아가신지 벌써 30년이 다 되어 가는데 그 시절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장례식장에서 초상을 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집에서 음식을 장만하여 손님들을 대접하였기 때문에 작은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후배의 고기 집에 전화를 해서

 

돼지 백 근 짜리 두 마리만 보내주소!’했더니 형님요즘에는 고기 그렇게 많이 필요 없어요.’하더라고 그래서 사촌형제들이

많아 손님들도 많을 테니 걱정 말고 가져다주게!’해서 드럼통 세 개에 연탄불을 피우고 거기에 슬레이트를 걸친 다음

 

돼지비계로 표면을 잘 문질러 기름기가 배게 한 다음 고기를 구웠는데 그날 오신 손님들이 모두들 좋아하다 보니 고기 2백 근이

삽시간에 동이 나더라고.” “그러면 추가로 더 구입하셨겠네요.” “물론 그랬지그래서 추가로 또 백 근을 더 주문해서

 

사용했는데 고기를 구워먹는 데만 사용하는 게 아니고 손님들 식사하려면 국물도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많이 사용되었는데

나중에 고기 집 후배의 말이상갓집에서 이렇게 고기를 많이 사용하기는 처음이다!’하더라고 그리고 그 시절에는 등산을 가면

 

불을 피워 밥을 해 먹는 것이 큰 낭만이었기 때문에 슬레이트를 네모지게 잘라 가지고 다니면서 석유버너 위에 올려놓고 고기

구워먹는 것이 큰 유행이 되기도 했거든.” “그러면 사용한 조각은 되가져왔을까요?” “그걸 누가 되가지고 왔겠는가?

 

그냥 한 번 쓰면 버리는 거지.” “그러면 산에도 그것 조각으로 오염이 심했겠네요.” “그런데 그 시절에는 그게 발암 물질이고

환경에 심각한 오염을 일으킬 줄은 모르고 버리면 그냥 분해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줄 알았으니 그렇게 한 거지,

 

특히 슬레이트 위에 고기를 구워 먹었다는 것은 오늘날에는 큰일 날 일 아닌가?” “물론 그러겠지요그런데 어찌되었건

슬레이트가 우리에게 나쁜 점도 많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들어 주었네요.”


03316d210f615070600a50cac251f0d4_1655018045_66.JPG

 

730a8c53d2fcf549744cab4640741c905acfc3ce


지난 2022년 5월 28일 한라산 윗세오름에서 영실쪽으로 하산하면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