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때문에 생긴 일

오늘은 친구들과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늦지 않도록 식당으로 가서 문을 열고 들어서자 먼저 온 친구들이 “어서와!”하며 반겨주었고

잠시 후 음식이 나와 식사를 하는데 “따르릉! 따르릉!”휴대폰 벨이 울리면서 “여보세요!”하며 친구가 가만히 일어서더니

자리를 피하여 전화를 받고 돌아왔다. “누구에게 온 전화인데 그렇게 소리도 없이 받고 왔는가?” “우리 처남이 죽었다는 연락이 왔네.”

“처남 나이가 어떻게 되는데?” “올해 예순 세 살이야!” “그러면 평소에 무슨 지병(持病)이라도 있었을까?” “그게 아니고

몇 년 전 교통사고가 나서 머리를 다쳤는데 그 후로‘온몸이 아프다!’며 굉장히 힘들어하더니 어느 순간 치매로 돌아서더라고,

그리고 후유증으로 고생도 참 많이 했는데 결국은 하늘나라도 가버렸네!”하며 굉장히 서글픈 표정이다. “예순 셋이면 요즘 나이로는

한참 때인데 정말 안 되었네, 그런데 교통사고도 사고지만 치매가 찾아오니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정말 힘이 들더라고.

옛날 내가 직장에 근무할 때 회천면 어느 마을에 갔는데 영감님 한분이 위쪽은 티셔츠 위에 러닝샤스를 입고 또 아래는 바지 위에

팬티를 입고 할머니를 찾으러 온 마을을 마치 어린아이처럼 징징 울면서 돌아다니시더라고.” “왜 할머니가 안 계셨을까?”

“시골이라 농사철에는 바쁘니까 할머니는 밭에 가서 거름내고 일하느라 할아버지를 돌보고 있을 수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영감님이 자꾸 그렇게 돌아다니는데 정말 안타깝더라고.” “그러면 요양원 같은 곳에 모시면 좋을 텐데 그랬네.”

“지금이야 요양원으로 모시면 좋겠지만 그때는 그런 시설이 없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하자 옆의 친구가 “치매 증상도

여러 가지가 있는 모양이더라고 우리 친구 어머니는 그 증상이 나타나면 며느리와 손녀에게 욕을 퍼 붓는다고 그러네!”

“평소에 며느리와 손녀랑 사이가 안 좋았을까?” “증상이 없을 때는 며느리에게 잘하시고 손녀를 그렇게 예뻐하시는데 갑자기

사람이 돌변한다고 하더라고 하여튼 그래서 처음에는‘저러시다 말겠지!’했는데 갈수록 증세가 심해지면서 방안에 있는

세간살이를 며느리를 향해 던지니까 할 수없이 요양원으로 모셨는데 얼마 되지 않아 돌아가시더라고.”하자 옆의 친구가

“내가 택배를 배달할 때 일인데 콜센터에서 전화가 왔어! ‘봉강리 모원마을 누구네 댁에 택배 배달한 일 있냐?’그래서‘

할머니께 배달했다!’고 하니까 ‘지금 딸에게 민원이 접수되었는데 할머니께서 택배를 받은 일이 없다! 고 하니 바쁘지만

한번 그 집에 가 보시라!’고 해서 부랴부랴 가 봤는데 영감님께서‘오셨는가? 바쁜 사람 오라 그래서 미안하시 그란디

자네가 주고 간 것 암만 찾어도 읍단마시 이일을 으째사 쓰것는가?’하시는데 그걸 찾는다며 큰방에 있는 세간살이는

모두 방바닥에 흩어져 있고 작은 방에 있는 장롱 속의 이불과 옷까지 모두 꺼내 놓으셨더라고.”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그런데 그 택배가 할머니가 쓰던 보청기 건전지인데 부피가 크면 얼마나 크겠는가? 그래서 고개를 내밀고 방안을 보니

방문 앞에 할머니 화장품이 들어있는 바구니가 있는데 거기에 들어있더라고. 그래서 영감님 손에 쥐어드렸더니 ‘바쁘신디 미안하네!

지금 우리 집사람이 치매끼가 있어갖고 뭣을 으따 둔지를 기억을 못 한단 마시! 그래갖고 김치를 낼라고 냉장고 문을 열문 닫을지도

모르고 가스렌지에 국을 올려놓고 태와 묵기 일쑤고 이일을 으째야 쓸란가 몰것네!’하시는데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더라고.”

“그러니까 사람이 살면서 그런 일이 없이 살다 죽으면 좋을 텐데 왜 조물주는 필요도 없는 병을 만들어내셨을까?”

지난 2022년 5월 30일 제주 한라산 윗세오름에서 영실 방면으로 하산하면서 촬영한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