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내원의 추억

광주(光州)를 가려고 버스정류장으로 들어서자 “형님 오랜만이네요. 어디 가시게요?”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후배 한 사람이

빙긋이 웃고 있었다. “광주에 볼 일이 있어 다녀오려고 그러네. 그런데 자네는 어디가려고?” “저는 광주 대학병원에 다녀오려고요.”

“병원에는 무슨 볼 일이 있는데?” “제가 몇 년 전 암 수술을 받은 후 완치 판정은 받았는데 1년에 한 번씩 검사를 받으라고 해서요.”

“그래도 이미 완치 판정을 받았으면 그리 걱정할 것은 없겠네.”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어찌 걱정이 안 되겠어요?

그러나 처음 수술을 받은 다음 검사 받을 때 보다는 훨씬 마음이 가볍다고 해야 되겠지요?”하며 버스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영감님 한 분이 들어오더니 “여가 사람이 읍는디 차표를 으서 사야 되까?”하셔서 버스 승차권 판매기를 가르치며

“여기서 구입하시면 됩니다.” “이것 쓸지를 모른디 우추고 해야 되까?” “그러면 어디를 가시려고요?” “광주 잔 갈라 그란디.”

“그러면 광주를 누르시고요. 혼자가세요?” “잉! 나 혼자여!” “그러면 그대로 진행하시고 좌석번호를 선택하시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기에 현금을 넣으시든지 아니면 카드를 넣으시면 됩니다.” “고맙네! 옛날에는 여가 사람이 있응께 이라고

옆에 사람 수고를 안 끼쳐도 되얐는디 지금은 여그나 쩌그나 사람들이 읍응께 기계를 모른 사람들은 참 불편하드라고.” 하시자

옆에 있던 후배가 “그러니까요. 옛날에는 버스를 타면 예쁜 아가씨 차장들이 안내를 하곤 해서 짓궂은 장난도 하곤 했는데

이제는 그런 장난도 칠 수 없게 되었네요.” “짓궂은 장난이라면 어떤 장난을 쳤는데?”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인데

그날이 토요일이라 시골집에 가려고 버스를 탔는데 차비가 조금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했던가?” “차장에게

‘차비가 부족한데 우리 집 앞에 차를 세워주면 빨리 가져다주겠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집 앞에 버스를 세웠는데

돈을 빨리 가져가지 않자 차장이 직접 돈을 받으러왔더라고요. 얼마나 미안했던 지요!”하더니“옛날 우리나라에 고속도로가

처음 생기면서 고속버스 운전기사와 안내양이 그야말로 각광받는 직업이었다고 하데요.” “그건 왜 그랬을까?”

“그 당시 고속버스 운전기사 한 달 월급이 비행기 조종사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하였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 안내양의 봉급도

상당히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하긴 그 시절에는 처음 등장하는 신종직업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겠지.” “그런데

우리 친구가 직장 발령을 받아 첫 출근을 하려고 고속버스를 탔는데 안내양이 정말 마음에 쏙 드는 아주 미인이었다고 하데요.”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그래서 틈만 있으면 아가씨가 다니는 노선의 버스를 타고 다니며 그렇게 꼬셔보려고 했지만

잘 안 넘어 오더라네요. 그러던 어느 날 아가씨가 퇴근하는 것을 보고 가만히 뒤를 따라가다 으슥한 길로 접어들자 막무가내로

얼굴을 몇 대 때렸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아가씨가 퇴근하다 괴한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하니까 집에서는 난리가 났을 것 아닙니까?”

“그랬겠지.” “아가씨 아버지께서‘왜 귀한 우리 딸 얼굴을 때렸냐? 앞으로 이일을 어떻게 할거냐? 니가 책임 질거냐?’해서

큰 소리로‘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정말 책임 질 수 있겠냐?’해서‘책임지겠습니다!’ 해서 남자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니

잘 생긴 얼굴에 좋은 직장까지 있으니 그 뒤부터 일사천리로 결혼까지 골인하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폭행은 절대 안 되지만 그래도 마음에 드는 아가씨와 결혼하려고 그랬다니 그건 용서가 될 수 있을까? 그거 참 곤란하네!”

전남 보성군 득량면 해평리 중수문 가는 길 장미의 도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