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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버린 고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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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2-03-12 14:40 조회2,150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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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버린 고라니

 

어젯밤 강한 바람과 함께 찾아온 동장군은 온 몸이 얼어붙을 정도의 시리고도 차가운 바람을 쉼 없이 쏟아 부으며 마을 여기저기를

마구 싸돌아다니더니오후가 되자 하얀 싸락눈을 조금씩 떨구며 심술까지 부리는데전봇대 위의 까치는 무엇이 그리 좋은지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계속해서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오늘은 매월 한 번씩 있는 정기 산행일이어서 시간에 맞춰

집결장소에 모여 오늘의 목적지를 향하여 출발하였다우리 일행을 태운 차가 부지런히 산을 향해 달리고 있을 때 옆에 앉아있는

 

후배가 말문을 열었다. “엊그제 제가 봉화산을 다녀왔거든요.” “그랬던가그러면 산을 종주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던가?”

약 4시간 반 정도 걸렸는데 형님도 잘 아시다시피 그렇게 힘든 산은 아니어서 산행하기는 편한데 기러기 재에서 정상을 지나 봇재 쪽으로 가다보면 버려진 녹차 밭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런데 왜?” “거기를 지나가는데

 

웬 짐승 한마리가 엎드려있는 것처럼 보여 가까이 다가갔더니 상당히 큰 고라니 한 마리가 머리에 피를 흘리며 죽어있더라고요.”

그랬으면 사냥꾼이 쏜 총에 맞았을까?” “글쎄요제가 총 쏜 것을 본적이 없으니 확실히 맞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아무튼 죽어있는 게 조금 불쌍하게 보이더라고요.” “그러면 사체는 어떻게 했는가?” “그걸 어떻게 하겠습니까그냥

그 자리에 놔둬야지 혹시라도 숨이 붙어 있다면 119에 신고라도 해서 어떻게 살려보기라도 하겠는데 이미 죽어버린 산짐승인데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지 않습니까?” “혹시 주위에서 그걸 찾는 개나 사람 말소리사냥꾼을 만난 적도 없고?”묻자

옆에 있던 선배께서 아마도 그 고라니는 사냥꾼 총에 맞았을 거야그런데 총에 맞아도 그 자리에서 바로 떨어져 죽지 않고

 

멀리 뛰어가 버리면 그걸 찾을 수가 없으니 결국 죽은 줄도 모르는 거지.” “그러면 멧돼지도 그러던가요?” “꿩이나 고라니 같은

짐승들은 순하니까 총에 맞아도 그냥 죽는데 멧돼지 같은 짐승은 사납기 때문에 잘못하면 사람에게 덤비는 수가 있어

 

항상 조심해야 하거든.” “그러면 사냥은 얼마나 다녀보셨어요?” “옛날 우리 젊었을 때는 지금처럼 여러 가지로 여가(餘暇)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사냥 다니는 것을 아주 영웅이나 되는 것처럼 대단한 멋으로 알고 또 그 시절에는

 

돼지고기나 소고기가 귀하고 비쌀 때라 산짐승을 잡아 요리를 해서 파는 식당도 있었고그래서 우리 친구들 몇 명이 그룹을 만들어

쉬는 날이면 산짐승을 잡으러 다녔거든.” “그러면 주로 무엇을 잡으셨어요?” “그때는 지금보다 산짐승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주로 노루나 꿩을 많이 잡았는데 아주 가끔 멧돼지를 잡기도 했거든.” “그러면 멧돼지를 잡으면 그걸 집으로 가져오시나요?”

멧돼지 한 마리 덩치가 집에서 키우는 개(정도 되는 것이 아니고 큰 것은 작은 송아지만큼 큰 것도 있기 때문에

 

산에서 끌고 내려오다 적당한 곳에서 먼저 그걸 해체하거든그리고 거기서심장에서 나오는 피가 사람 몸에 좋다!’고 해서

그걸 마시고 또멧돼지 쓸개는 곰쓸개 웅담처럼 효과가 좋다!’고 해서 나도 그걸 먹어보았거든.” “그럼 어떤 점에서 효과가 있던가요?”

 

그런데웅담처럼 효과가 좋다!’는 쓸개를 몇 번 먹었어도 어떻게 몸에 좋았는지는 잘 모르겠더라고그런데 그때는 젊은 혈기에

멋으로나는 사냥을 다닌다!’고 우쭐했지만 만약에 지금 누가 총을 주면서사냥을 다니라!’고 한다면 절대 반대할 거야!

 

지금은 산짐승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맛있는 고기가 많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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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고있는 전남 보성 망제산에서 우연히 만난 수줍은 홍매실 꽃입니다.(2022년 3월 11일 촬영)

 

 

 

 

 

 

 

 

댓글목록

서충렬님의 댓글

서충렬 작성일

벌써 남도에 봄꽃소식이네요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건강하세요....

류상진님의 댓글

류상진 댓글의 댓글 작성일

꿀처럼 달콤한 단 비가 내리다 그치더니 강한 바람과 날씨가 추워지고 있습니다. 항상 건강관리 잘하시고 행복한 토요일 오후가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