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해무익한 담배

전남 보성읍 우산리 구마산 팔각정에서 하나, 둘, 셋, 넷, 구령에 맞추어 허리 돌리는 운동기구를 이리저리 돌리고 있는데

“어~이! 자네 참말로 오랜만이시!”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잘 아는 선배였다. “형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계셨어요?”

“나야 잘 있었제~에! 그란디 자네는 정년퇴직(停年退職)한 뒤로는 통 얼굴이 안 보여 불데 그동안 으디 갔다 왔는가?” “제가 다녀올 데가 어디 있겠어요?

그냥 집에서 꼼지락 꼼지락 여기도 조금, 저기도 조금, 건드려 보다가 오후가 되면 운동하러 나오고 하다보면 하루가 가던데요.”

“그래~에! 그라문 건강은 으짠가?” “아직은 아픈데 없이 좋은 편이에요.” “그라문 다행이시!” “그러면 형님 건강은 어떠세요?

얼굴은 옛날보다 더 좋은 것 같은데요.” “나도 다행히 좋은 편이여!” “그러면 지금도 옛날처럼 술, 담배는 많이 하세요?”

“술하고 담배? 아이고! 인자는 안 묵어! 진작 끊어 부렇제~에!” “정말 그러셨어요? 대단하시네요. 그렇게 좋아하던 것을요?

그리고 술도 술이지만 담배는 또 어떻게 끊으셨어요? 하루에 거의 서너 갑씩 피우셨잖아요?” “아무리 못해도 담배는 하루에 세 갑 정도씩은 피였제,

그랑께 아침에 일어나서 물건 하러 갈라고 차에 시동 걸면서 담배에 불을 붙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저녁에 집에 들어와 밤에 잠 잘 때까지

계속 줄 담배로 피고 댕겼응께 피기도 많이 피였제! 그라고 은제 한 번은 ktx를 타고 서울 가면서 서너 시간 동안 담배를 못 피운께

몸이 뻣뻣해 지면서 금단 증상이 와 불드만.” “그러면 끊으면서 상당히 힘 드셨겠는데요?” “그란디 끊을 때는 또 쉽게 끊었어!”

“어떻게 쉽게 끊으셨는데요?” “병원에서 건강 검진을 받은디 의사(醫師)께서 글드만 ‘앞으로 담배는 그만 피셔야 할 것 같습니다.

x레이를 촬영해 보니 폐가 담배연기 때문에 시커멓게 변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계속해서 피우시면 건강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란디 겁나서 우추고 피우꺼인가? 그래서 그길로 끊었어!” “그러면 끊으면서 고통스럽지는 않던가요?” “내가 이것을 피우면 죽는다!

그런 생각으로 끊었는디, 피고 싶다고 피문 되것는가? 그래서 독한 맘을 묵었제~에!” “정말 잘하셨네요, 사실 요즘은 담배 피우는 사람은 설 자리가 없어요.

그래도 시골은 그나마 조금 괜찮다고 하지만, 도시(都市) 그중에서도 특히 서울 같은 곳에서는 버스터미널이나 공원, 지하철역 부근에는

아예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되고, 혹시라도 담배를 피우고 싶으면 사람이 보이지 않는 으슥한 골목 같은 곳에서 눈치를 보며 피워야 하니

신세가 처량하게 보여서 어디 담배를 피우기나 하겠어요?” “그라고 담배 값은 또 을마나 올려 부렇는가? 정부에서 말하기 좋게

국민들 건강을 위해서 올린다고 했지만, 거의 두 배(倍 )가까이 올렸는디 그것이 으디 국민들 생각하고 올린 것인가?”

“그러게요, 그러나 어찌되었건 우리는 담배를 끊었으니 얼마를 인상하든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그런데 혹시 지나가다 담배 연기 냄새가 나면 어떻든가요?”

“아직도 옛날에 피든 버릇이 있어 어쩔 때는 참말로 향기롭드란 마시! 그라고 담배는 몇 년을 끊었어도 한모금만 마시면

다시 옛날처럼 피우게 되드라고! 그러니까 될 수 있으면 담배 연기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쓰것드란 마시!”

“형님도 담배를 끊으시더니 이제는 금연(禁煙) 운동가가 다 되셨네요.” “담배는 백해무익(百害無益)한 것 아닌가? 그러니 절대 피우면 안 되는 거여!”

2021년 12월 10일 촬영한 눈 쌓인 관주산 입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