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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날까지 정답게 사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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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2-01-01 16:47 조회2,08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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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날까지 정답게 사시소.”

 

11월이 가까워지면서 시골들녘에 누렇게 황금물결을 이루며 고개를 푹 숙이고 서있던 벼들은 모두 베어져 시커먼 바닥을 드러낸 채 앞으로 찾아 올

추위를 대비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감나무 위에서 !”시끄럽게 떠들던 까치들은 빨갛게 잘 익은 주먹만큼 큰 홍시 하나를 파먹고

 

기분이 좋은 듯 어디론가 멀리 날아가 버렸다관주산 정상에서 기구를 이용하여 하나!”운동을 하고 있는데 동생 오셨는가?”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선배 한 분이 빙그레 웃고 있었다. “오셨어요오늘은 조금 늦으셨네요.” “오늘이 수요일 아침이어서 태레비에

 

노래 자랑하는 것 좀 보고오니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그러면 1등은 누가 하던가요?” “지난주에 1등 했던 사람인데 노래 정말 잘하데!”

그러면 2등하고 점수 차가 많이 나던가요?” “많이 나기는 했는데 내가 보기에는 2등도 상당히 실력 있는 사람 같았는데 떨어져 안타깝더라고.”

 

그러면 나중에 패자부활전이라도 출전하여 입상하였으면 좋겠네요.” “그러게 말일세그런데 그게 우승자를 심사위원이 뽑는 게 아니고

시청자들의 투표로 결정하는 것이니 무슨 부정 같은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어서 그 프로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실력도 좋아야하겠지만

 

시청자들에게 점수를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더라고.” “그러니까요.”이야기를 나누는데 동생들 오셨는가?”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마을 형님께서 환히 웃고 있었다. “오늘은 늦으셨네요?” “나는 항상 제 시간에 온다고 하는데 조금 늦었을까?”

 

평소에 비하면 늦은 것도 아니네요.” “그런데 자네들 쩌기 우산리 안 선생 잘 아시제?” “그런데요.” “안 선생 부인이 엊그제 죽었다고 그러데!”

~안 선생 부인이 죽다니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엊그제 무슨 일이 있어 안 선생은 멀리 출타했는데 휴대폰 벨이 울렸어도 모르고

 

전화를 안 받았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왜 전화를 했을까요?” “그게 부인의 몸이 갑자기 안 좋아지니까 안 선생을 부르려고 전화를 했는데

안 받으니까‘119’란 문자를 넣고 그만 쓰러졌던 모양이야!” “그러면 그대로 숨졌을까요?” “아마 그런 것 같아!” “그러면 평소에

 

무슨 병이 있었을까요?” “안 선생 말로는어디 아픈 곳 없이 건강했다!’고 그러는데 그게 갑자기 사람이 죽고 나니 아직도 그 사실이

안 믿어지는 것 같더라고.” “그러고 보면 사람이 정말 허망한 것 같지요?” “그러게 말일세자네들도 아시다시피 나도 우리 집사람을

 

어느 날 갑자기 보내지 않았는가그런데 집 사람을 보내고 나니 내 생활환경이 180도로 바꿔지더라고.” “주로 어떤 점에서 그러던가요?”

첫 번째는 집안 청소부터 시작해서 옷 세탁이나 밥 해먹는 것도 그렇고 지금까지 집사람이 다 챙겨주던 것을 나 혼자 해결하려니 정말 힘들더라고.”

 

그러면 자녀들은 뭐라고 하던가요?” “우리 얘기들은 즈그 집이 가서 살자!’글제만 으디 사지 멀쩡한 사람이 애기들하고 같이 산다고 가것든가?

그래서 지금은 말고 나중에 내가 반신불수(半身不遂)나 되면 그때 봐서 가기로 하고 지금은 안 가기로 했네.” “그러면 혼자 사시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던가요?” “혼자 사는 사람이 무엇 하나 힘이 안 드는 것이 없겠지만 특히 가장 힘든 것은 바로 외로움이야!

사실 낮에는 이렇게 자네들 만나 이야기도 하지만 밤에 홀로 있으면 정말 외롭거든그래서 하는 말인데 돈이야 있건 없건 부부(夫婦)

 

항상 말이라도 서로 따습게 하고 위로하고 격려하며 죽는 날까지 정답게 사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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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11월 24일 촬영한 제주 한라산 설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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