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말‘불조심!’

그동안 정들었던 8월 달력을 한 장 뜯어내자 어느새 달려왔는지 9월이 가을의 손을 잡고 밝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예년에 비해 금년에는 유난히 더 무덥기만 했던 8월이기에 아무런 정도 안 들었을 것 같았는데 막상 우리 곁을 떠난다니‘벌써 한 달이 지나가 버렸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나도 모르게 서운하고 아쉬운 느낌이다. 관주산 정상에서 맨손 체조를 하고 있는데 “동생 오셨는가?”소리에 뒤 돌아보니

잘 아는 선배 한분이 빙긋이 웃고 있었다. “형님 오셨어요?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런데 지난번에 다친 다리는 어떠세요?” “많이 좋아져서

산에 오지 안 좋아졌으면 왔겠는가?” “좋아졌다면 정말 다행이네요. 그런데 다리는 낚시하러 가다 다쳤다고 했지요?” “그게 내가 게을러서 그런 거야!

자네도 알다시피 낚시 장비가 좀 무거운가? 더군다나 그날은 고기 밑밥 던지려고 사료까지 한포 가지고 갔는데 바닥에 이슬이 내려 조금 미끄러워 보이더라고,

그랬으면 두 번 나누어서 그걸 들고 물가로 내려갔으면 되는데 미련하게 한꺼번에 들고 가다 그만 미끄러져 넘어졌거든.” “그래도 그만한 게 다행이네요.”

“그러게 말일세!”하는 순간‘띠로링! 띠로링!’선배의 휴대폰 벨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응! 나여 가스레인지 온도 감지기?

그것 설치해달라고 신청했는데 며칠 기다려야 한다고 그러네! 뭐라고? 두 개가 필요하다고? 왜 두 개가 필요해? 옆집에서 부탁했다고? 알았어!

한 개 더 설치해 달라고 할게!”하며 전화를 끊더니 “엊그제 우리 옆집 실수로 불이 날 뻔했는데 다행히 불은 나지 않았지만 온도가 높아지면

자동으로 가스(GAS)가 차단되는 가스차단기를 설치하려는데 그것도 절차가 복잡하네.” “왜 절차가 복잡한데요?

그냥 가스 공급업체에 요청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런가? 그것도 괜찮은 방법 같기는 하네!” “그런데 집에 어떻게 불이 날 뻔 하셨어요?”

“그게 약 보름 전 식당에서 친구와 함께 점심 식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휴대폰에 전화가 왔어!” “무슨 전화가 왔는데요?” “119 소방대에서 온 전화인데

‘지금 선생님 댁 아파트에서 무언가 타는 냄새와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으니 빨리 집으로 오라!’고 해서 우리 집사람이 가스레인지에

무엇을 올려놓고 외출이나 한 줄 알고‘이것 큰일 났다!’하고 친구 차로 정말 불이 나게 집으로 달려갔는데 가서 보니 우리 바로 옆집 창문으로

검은 연기가 나고 있더라고.”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그래서 급하게 주위 사람들에게 알아봤더니 아저씨는 농장에 일하러 갔는데

여자는 소뼈를 고으려고 커다란 곰 솥에 앉혀놓고 깜박 잊고 목욕탕에 갔다고 그러더라고, 그런데 문제는 아파트 현관문은 마찬가지고

뒤쪽 창문까지 모두 잠가 놓고 외출했으니 창문을 부수기 전에는 어떻게 들어갈 수가 없는 거야.”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그런데 마침 옆집 농장하고 가까이 사는 아는 친구가 있어 그 친구에게 전화해서‘지금 불이 났으니 빨리 농장에 가서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 하라!’

부탁했더니 금방 전화가 왔더라고, 그래서 문을 열고 들어가 가스레인지 불을 끄고 보니 집안이 온통 매캐한 냄새와 함께 시커먼 연기가 가득 찼는데

그건 앞뒷문 열어놓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빠져 나갔는데 냄새는 옷이나 옷장 같은 곳에 배어있어 몇 날 며칠이 지나도 쉽게 빠져나가지 않더라고.

하여튼 누구집이나 늘 화재의 위험이 있으니 만약을 위해 온도가 올라가면 가스가 차단되는 차단기를 설치하는데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말! 바로 불조심!’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 말이 정말 백 프로 맞는 것 같아.”

금년에도 변함없이 녹차 꽃이 소박하게 피어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