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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살게 해 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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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1-05-29 15:31 조회1,9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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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살게 해 줍시다!”

 

관주산에서 운동을 마친 후 산을 내려오면서 후배에게오늘 높은 집 선배님 혹시 무슨 일이 있다 그러던가?

 안 나오셨을까?”묻자

오전에는 밭에 퇴비 뿌리고 트랙터로 로터리 친 다음, 오후에는 관리기로 고추 심을 곳 고랑치고 비닐 덮는다

고 그러데요.”

 

그래! 아직 고추 심을 때는 아닌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서둘러서 일을 하실까?” “기왕에 해야 하는 일이니 남

들보다 일찍 끝내려고

그러는 것 아닐까요? 하여튼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긴 자네나 나나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니

 무엇을 알겠는가?

 

그런데 요즘 날씨가 한낮에는 조금 덥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침저녁에는 서리 내릴 때도 있고 그래서 아직은 

물 심을 때는 아닌 것 같거든.”

이야기를 나누며 산을 내려와 건너편 밭을 보니 선배께서 비닐 치는 기계 뒤를 따르며

 

무엇인가 돕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형님! 일 끝내려면 아직 멀었나요?”큰소리로 묻자 인자 거자 끝네

리 와서 새껏 좀 묵고가소!”

해서 가까이 다가서자 이미 밭에는 퇴비를 뿌린 후 로터리 치는 작업까지 마치고 고추 심을 곳

 

고랑을 치고 비닐을 덮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김 서방! 간식 잔 자시고 째깐 쉬었다해!”형수님의 말

씀에

여그 꼬랑까지 아조 덮어 불고 쉬게요.”하며 열심히 비닐 덮는 기계를 움직이는 것을 보고 형수님! 저분이

 누구신데김 서방!’이라고

 

하세요?”물었더니 설명을 할라문 쬐깐 복잡한디 우리 시어머니 친정집 조카, 나로 해서 시누이 사위, 그랑께

 얼렁 말해 조카사위여.”

그런데 일을 착실하게 잘하는 것 같네요.” “처갓집 일인께 잘해줘야제 대충 해 불문 쓰것어?” “그러기는

 하지만

 

또 어떤 사람은 대충하고다 했다!’고 돈만 받아가는 사람도 있다면서요.” “그러기는 한디 옛날에 우리가 편

을 많이 들어줬거든!

그래서 우리하고 아조 친해!” “무슨 편을 들어주셨는데요?” “그랑께 저 사람이 옛날에 우리 조카하고 한동네

 살면서 연애를 했는디

 

처갓집에서 반대를 진짜 많이 했어.” “왜 반대를 했는데요?” “지금은 저라고 얼굴에 살도 붙고 그랑께 똥그

라니 이쁘고,

또 몸집도 제법 있고 그랑께 틀도 잡히고 그래서 조아 보인디, 옛날에는 빼빼 몰라갖고 꼭 수수깡 같었단께,

런디다

 

얼굴도 별로 잘 생긴 편도 아니고, 그란다고 집이나 잘 산다면 몰라도 또 징하게 못 살았든 갑서 그랑께 장인영

감이

너 그 집이 가문 가자마자 고생할 것은 뻔한디 내가 우추고 그리 보내것냐? 그랑께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절

대 안 된다!’

 

반대했거든.” “그러면 어떻게 결혼은 했을까요?” “처갓집에서는 죽기 살기로 반대를 하니까 처녀를 데꼬 객

지로 나가불데

그래갖고 한 십여 년을 그림자도 안 비치드만 어느 날 애기들 둘을 데꼬 왔어.” “그러면 좋게 받아들이던가

?”

 

첨에는 그래도 반대를 하고 그랬는디 우리도 가서인자 이미 애기를 낳고 살고 있는디 우추고 헤어지라 그라

껏이요?

그랑께 그냥 살아라고 놔둡시다.’그라고 달기고 했는디 다른 사람은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문꼴도 보기 싫

!’고 쫓아 낸디

 

손지들은 가서 떠들고 그래도 암말 않고 받아주데! 그래 갖고 처갓집을 애기들 앞세우고 한 번 가고 두 번 가고

 하드니 인자는

장인장모를 거의 모시다시피하고 농사까지 다 지어준께 지금은우리 김 서방! 우리 김 서방!’하고 떠받들고 있

!”

 

그러면 완전히 전화위복이 된 셈이네요.” “그랑가 으짠가는 몰라도 하여튼 그냥 살게 해 줍시다.’하고 사

정하고

 

 

그랄 때는 심들었어도 즈그 저라고 잘 살고 그랑께 보기도 좋고 기분도 참말로 좋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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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름이 가득한 전남 보성의 관주산 숲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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