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회

정우회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문인 광장

한 남자의 일생

페이지 정보

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1-05-08 15:08 조회2,014회 댓글0건

본문

 


한 남자의 일생

 

마을 형님 한분과 함께 시내에서 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형님의 휴대폰에서~~!’하고 문자가 도착했다는

호음이 들려왔다. “아이고! 요새 그노무 코로나19 조심하라고 자꼬 문자가 와싼디 이것 지우기도 성가시네!”하며 확인하

더니

 

갑자기 얼굴이 굳어지며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기 시작하였다. “형님! 왜 그러세요? 혹시 무슨 일이 있나요?”

슨 일이 아니고 안 있는가? 재작년부터 계속 요양원에 있다 엊그저께 병원으로 옮겼다는 친구 말이여!

 

그 친구가 죽었다고 부고장이 왔단 마시.” “그랬어요? 안타까운 일이네요.” “나하고는 진짜 깨복쟁이 친구였는디

 한사람이 이라고 허무하게

하늘나라로 가부렇구만.”하며 허탈한 표정을 짓는다. “고인(故人)과는 얼마나 친하셨는데요?”

 

그 사람이 어릴 때 우리 집 바로 밑에서 살았는디 나하고 나이도 동갑인데다 생일까지 똑 같네! 그랑께 더 친할 수밖에

​  없지 않것는가? 그란디

어릴 때는 징하게 못 살었거든.” “그러면 고생을 많이 하셨겠네요.” “그랬제! 그랑께 초등학교

 

막 졸업하고 벽돌 찍는 공장으로 들어가 기술을 배왔어.” “그러면 나중에 기술자가 되셨나요?” “그랬제! 그란디 사람

이 워낙 부지런하고 착실항께 그 사람이 찍은 벽돌은 인기가 아주 좋았거든.” “그러면 돈을 많이 버셨겠네요.”

 

그런데 자기가 운영하는 공장이 아니고 남의 밑에 있는 사람이 벌었으면 얼마나 벌었겠는가? 그래도 그 시절에는 벽돌이

브록크가 잘 팔리던 시절이니 공장에서는 기술이 좋으면 월급을 많이 주고라도 서로 모셔가려고 했거든. 그런데 그렇게 잘

하다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그걸 때려치우더라고.” “왜 그랬을까요?” “갑자기 운전을 배우고 싶다는 거야!” “그런데 그

 시절에는

운전학원도 없었을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트럭 조수로 따라다니며 운전을 배우는데 온갖 잡일을 다 해주며 배우니

 

고생이 이만저만 말이 아니었거든.” “그러면 운전면허증은 그때 따셨을까요?” “그랬지! 그리고 모래 싣고 다니는 트럭

을 한 대 사더니

그야말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모래와 자갈을 실어다 배달을 했어.” “그런데 모래와 자갈을 마음대로 채취할 수 있었을까

?”

 

지금 같으면 큰일 날 일이겠지만 그때가 벌써 50년 훨씬 전이었으니 모래나 자갈을 채취해도 단속을 안 하던 시절이어서

   마을 앞 하천에 차를 대고! !’소리만 내면 동내 사람들이 밤이고 낮이고 삽을 들고 달려 나와 모래고 자갈이고

 

차에 실어줬다고 그러데.” “그러면 수고비는 줬겠지요?” “물론이지 그렇지 않으면 그 사람들이 뭐 하러 나와 고생을

 하겠는가?

하여튼 그렇게 열심히 노력을 하니 차츰 살기도 좋아지고 현재 살고 있는 곳에 집도 멋있게 새로 짓고 해서

 

내가 보기에도 기분이 좋더라고.” “정말 잘하셨네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또 택시를 운전하더라고.” “택시가 더

수입이 좋았을까요?”

자네도 알다시피 트럭은 아무래도 무거운 짐을 취급해야하니 고생이 많지만 택시는 그렇게 무거운 짐은 없지 않은가?

 

또 워낙 사람이 착실한데다 친절하고 그러니 여기저기 단골손님들도 상당히 많았던 모양이더라고.” “정말 잘하셨네요.”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니 조금씩 살기도 좋아지고 이제는큰 부자는 아니라도 밥은 먹고 살만하다!’는 소리는 들었는

 

어느 날 부턴가 손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하더니 점점 몸이 말라가면서 사람이 이상하게 변하더니 치매까지 겹치더라고.”

   왜 그랬을까요?” “그래서 병원에 가봤더니 파킨슨병이라고 그러데! 젊어서 그렇게 말도 못하게 고생만 하더니

 

이제 살만하니 하늘나라에서 데려가 버리니 정말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d20b202cfbc5eef55299bd51a3916bc7_1620454012_2.jpg
​금년에도 어김없이 이팝나무의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