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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추어탕 맛은 왜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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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1-03-13 15:39 조회1,90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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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추어탕 맛은 왜 이럴까?

 

오늘은 24절기 중 마지막 절기이며 큰 추위를 뜻한다는 대한(大寒)인데소한(小寒)에 얼었던 얼음 대한에 녹는다.’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는 옛날 속담처럼 아침에 잠시 상당한 추위를 느꼈으나

 

동녘의 밝은 해가 떠오르면서언제 추웠냐?’는 듯 봄날을 연상케 할 정도의 포근한 날씨로 변해 있었다. 관주산에서 운

동을 마치고

마을 형님 한 분과 산을 내려오는데 동생! 오늘은 이쪽 길로 가면 어떻겠는가?”물어서 그럼 그렇게 하시게요.”하고

 

보성읍 주봉리 구교마을 쪽으로 천천히 걷는데 길 밑 밭에 있는 배추들은 지난 번 찾아온 강추위 때문에 겉잎이 모두 시들

고 말라

꽁꽁 언 채 서 있었다. “형님! 저 배추들은 모두 썩은 것처럼 보이는데 겉잎을 벗겨내면 먹을 수 있을까요?”

 

지금은 저렇게 먹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이제 봄이 오면 새로 순이 올라오기 때문에 그때는 봄 동이라고 불리며 아

주 맛있는

겉절이 김치 재료가 될 거야.” “그런가요? 저게 봄에 맛있는 반찬으로 변할 줄은 몰랐네요. 하긴 춥고도 추운 긴긴 겨울

을 이겨낸

 

배추인데 얼마나 달고 맛있겠어요?” “사람들이 겨울에는 대부분 작년에 담가놓은 김장김치를 먹으며 지내다 어느 날 새

로 나온

싱싱한 배추 겉절이를 먹으면 어느새 봄이 왔음을 실감하지 않겠는가?” “당연히 그러겠지요. 겨우내 시어버린 김장김치

에 밥을 먹다

 

싱싱한 배추겉절이에 밥을 먹는다면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 아닙니까?”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문득 길옆에 몇 년째 경작하

지 않고

그대로 묵혀두어 미나리와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난 논에 엊그제 내린 비가 흥건히 고여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그 논을 바라보다 형님! 저 논에 물을 품어내면 미꾸라지 좀 잡을 수 있을까요?”묻자 글쎄! 그게 있을지 모르

겠네!”

보통 미꾸라지는 저렇게 몇 년간 묵혀놓은 논 같은데 살지 않나요?” “옛날 내가 젊었을 때 우리 아랫집에 살고 있는

 

형수님 한 분이 조그만 양동이를 들고 자네 형수를 찾더라고. 그래서 왜 그러시냐?’ 물었더니저쪽 장자골 뒤쪽에

​  조그만 웅덩이가 있는데 거기 물을 품어내면 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다!’고 해서 아랫집 형수와 자네 형수, 그리고 나까

지 세 사람이 가서

 

한나절을 죽도록 물을 품어냈거든.” “그러면 얼마나 잡으셨어요?” “그런데 괜히 고생만 했지 없어! 그리고 어쩌다보니

   어린아이 새끼손가락 정도 크기 미꾸라지 3마리만 겨우 잡아 살려주고 말았어!” “그랬다면 혹시 누가 위쪽에서 농약

 같은 걸 풀어

 

그게 사라졌을까요?” “그 때는 농사를 지으면서도 농약은 별로 사용하지 않았거든 그러다보니 벼에 무슨 병이 와도 그냥

  바라보고만 있었던 시절인데 어느 날 농약 파는 곳에 가서 살충제(殺蟲劑)를 한 병 사왔네!” “어디에 쓰시려고요?”

 

그때 벼에 멸구가 있었는지 아니면 물바구미가 있었는지 확실하게 생각나지 않지만 그걸 농약 파는 곳에서 시키는 대로

​  논에 뿌려놓고 그 다음날 가 봤거든.” “그러면 어쩌던가요?” “그런데 죽으라는 해충은 안 보이고 온 논에 미꾸라지

 죽은 게

 

하얗게 널려있고 그게 썩으니까 악취가 진동하는 거야!”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어떻게 하겠는가?

몇 번을 물을 갈아내고 해서 겨우 그게 사라졌는데 그 시절만 해도 논에 미꾸라지가 정말 많았던 것 같거든.” “정말 그

랬겠네요.”

 

그 시절 가을이면 벼를 베어내기 전 도개를 치면 미꾸라지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러면 그걸 잡아다 된장과 시래기를 넣고

   추어탕을 끓이면 정말 맛있었는데 왜 요즘 추어탕은 그런 맛이 안 나오는지 몰라! 누구 말대로 배가 불러 그런 것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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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이 가까워지자 양지바른 언덕에는 이름모를 풀들이 무수히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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