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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아주는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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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0-12-12 15:51 조회1,78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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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아주는 연습?

 

시내에서 볼 일을 마치고 천천히 마을회관 앞을 지나가는데이루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가~!”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코로나19 때문에 지금까지 굳게 문이 닫혀있던 마을 노인정이 어느새 할머니들

이 모여 깨끗이 청소를 끝내고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나를 부르고 있었다. “저는 여자들이 많은 곳에 가면 부끄러워 말을 잘 못하는

데 어떻게 할까요?” “머시 으찬다고?

여자들이 만하문 여루와서 말을 못한다고? 별 소리를 다 해쌓네! 그른 소리 말

고 얼렁 이루와서 커피나 한 잔하랑께!”

 

그러면 많이 부끄럽지만 염치를 무릅쓰고 용기를 내겠습니다.”하고 노인정에

 들어가 막 자리를 잡고 앉는 순간

거기는 아가씨들만 들어가는 곳인데 웬 외간남자가 그라고 있는고? 얼렁 안 나

오꺼시여?”하는 소리에 밖을 내다보니

 

마을 형님이 빙긋이 웃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남자는 절대 출입금지 구역인데

오늘은 특별히 괜찮다고 하네요.

그러니 형님도 이리오세요!” 하자 참말로 얼렁 이리오세! 그노무 코로난가 머

신가 땀새 요새 통 사람들 꼴도 못 봤는디

 

오랜만에 노인당 문을 연께 참말로 조쿠마!”하는 마을 아짐의 말씀에 그라문

 못 이기는 척하고 커피 한 잔 마시까?”하는 순간

애기 아빠! 나 우리 친정에서 왔다가라 해서 잠시 다녀 올 테니 그렇게 아세

.” “! 내 꺽정은 조금도 말고 내일 와도 되고,

 

모레와도 되니까 편하게 갔다 와!”하며 방금 전 선배 부부가 이야기를 나눈 후

 형수님이 운전하는 차()가 멀리 사라지는 것을 보고

형수님께 내일 오셔도 되고 모레 오셔도 된다고 하시던데 정말 그래도 괜찮은

가요?” “괜찮으니까 그렇지 안 그러면

 

그렇게 말을 하겠는가?” “그러면 식사는 어떻게 하시고요?” “밥이야 내가 차려

 먹으면 되는 것이고 잠은 어차피

요즘 각방 쓰고 있으니 집사람이 있으나 없으나 잠자는 데는 지장이 없어!” “

러면 빨래는 어떻게 하시고요?”

 

빨래는 세탁기가 알아서 해 주는데 무슨 걱정이 있는가?” “그러면 별거하시는

 건가요?” “에이~ 별거는 따로 사는 것을 말하는데

나는 지금 같은 집에서 함께 사는데 무슨 별거겠는가? 굳이 말하라면놓아주는

 연습이라고 해야 할까?” “놓아주는 연습이라고요?”

 

왜 이상한가?” “그러면 어떻게 해서 그런 연습을 하려고 생각하셨어요?” “

러니까 내가 직장에서 정년하기 6개월 전 쯤

우리 집사람이 심각한 얼굴로할 이야기가 있다!’며 나를 부르더라고.”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무슨 이야기든 해 보라고 했지.”

 

그러면 어떤 이야기를 하시던가요?” “그때 이런 말을 하더라고지금까지 당신

과 결혼해서 수십 년 동안 함께 살면서

매일 아침과 저녁 밥 차려주었지, 빨래해주었지, 기타 여러 가지를 모두 당신 위

주로 생활하다보니 나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으니 이래서는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없다. 그래서 앞으로 나도 나를

 위해서 살고 싶으니 퇴직을 하면 반찬은

내가 만들어 줄 테니 식사만이라도 당신이 차려 드시고 설거지만이라도 해주면

 고맙겠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퇴직 막하고부터

 

지금까지 밥 차려 먹는 것은 물론이고 집안 청소, 세탁까지 웬만한 것은 집사람

이 신경 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거든.”

그러면 형수님께서는 뭐라고 하시던가요?” “퇴직하기 전부터 그렇게 약속했고

 지금은 지키고 있는 것뿐인데

 

특별히 할 말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러면 그런 결정을 잘했다고 생각하세

?” “지금 내 나이가 낼 모레면 80인데 지금부터라도

서로 자유롭게 놓아주는 연습을 해야 나중에 혹시 불행한 일이 닥쳤을 때도 도

움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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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네 집 울타리에는 아직도 하늘 수박이 달려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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