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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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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0-11-28 16:19 조회1,7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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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들

 

시골마을로 길게 이어진 농로길 옆에 하얀 머리를 곱게 빗어 넘기고 지나가는 길손에게 수줍은 인사를

 건네던 억새아가씨가

어젯밤 누구와 머리채를 붙잡고 죽기 살기로 싸웠는지, 예쁘고 곱던 머리는 어느새 호호백발 할머니로

 변하여 지나가는

 

고추잠자리를 붙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하소연하는데 심술궂은 바람은 자꾸 아가씨의 머리를 흔들어대고

 있었다. 관주산 정상에서

기구(器具)를 이용하여 운동을 하고 있는데 동생 오셨는가?”하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잘 아

는 선배께서 빙긋이 웃고 있었다.

 

형님! 오셨어요? 그런데 오랜만에 얼굴을 보겠네요.” “그런가? 누가날마다 집에서 놀고 있는 백수

(白手)가 과로(過勞)

쓰러져 죽었다!’고 그러더니 내가 그 짝이 났는지 놀고 있으면서도 여기 올 시간이 별로 없는 것 같거

! 그런데다 요즘 갑자기라면

 

이상한 것 같지만 하여튼 고민거리가 생기면서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고,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지 도

통 감을 잡을 수가 없네!”

무슨 고민거리가 있어 그러시는데요?” “자네는 애기들이 몇인가?” “아들만 둘인데요.” “그러면

 둘 다 결혼은 시켰는가?”

 

다행이 결혼은 시켰어요.” “그렇다면 자네 할 일은 모두 다 한 셈이네! 그러면 아가씨들은 모두 데

리고 왔던가?”

큰 애는 지금 며느리를 만나기 전 중국에 몇 년 있었는데 거기서 아가씨를 사귀었나 보더라고요. 그런

데 우리나라에 나와서 헤어졌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으나 저의 집 사람이너 결혼은 언제쯤 할 거냐?’물었더니 그러면 중국 아가씨가

 좋아요? 아니면

한국 아가씨가 좋아요?’물어서 당연히 한국 아가씨가 좋지 너 같으면 중국 아가씨가 좋다고 하겠

?’고 했더니

 

그 뒤 두어 달 지나서 아가씨를 데려왔는데 남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그냥 옛날부터 우리 가족이

었던 것처럼

무척 친근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러면 바로 결혼을 시켰는가?” “어떻게 집에 한번 데려왔다고 결

혼을 시키겠어요?

 

그 뒤로 이삼년 더 지나서 시켰지요.” “그랬어? 그러면 작은 아들은 어떻게 했는데?” “작은 아들은

 집 사람 친구들 모임이 있는데

친한 친구가너의 아들 내가 우리 마을 아가씨 하나 소개시켜 줄 테니 만나보면 어떻겠냐?’고 해

그래라!’하고

 

전화번호를 알려줬는데 그게 잘 이루어져서 지금 우리 둘째며느리가 되었거든요.” “나도 동생처럼 모

든 일이 그냥 술술 풀리면 좋겠는데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 큰애는 허우대는 멀쩡한 놈이 아직도 장가는 가려고 생각도 않고 있거든.” “

금 더 기다리면 갈 때가 있겠지요.

 

결혼이라는 게 어디 남자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있답니까?” “그렇기는 한데 그래도 지금까지는기다

리다 보면 아가씨를 데려오겠지!’

하고 있었는데 며칠 전 아들 나이를 생각해보니 앞날이 캄캄해!” “왜 캄캄한데요?” “지금까지는

들 나이가 삼십대니까

 

사십대가 되기 전 결혼하면 그래도 괜찮겠지!’생각하고 있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금년 나이가 서른아

홉이더라고,

그러면 내년에는 사십인데 어떤 아가씨가 그런 노총각에게 시집오려고 하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니 기가

 막혀! 그런데다

 

또 딸도 나이가 서른다섯이 넘었는데도 아직 시집은 가려고 생각도 않고 있으니 장래 내 팔자가 어떻게

 되려는지

이것저것 생각하면 답답해 죽을 지경일세!” “그래도 어떻게 하겠습니까? 이제 조금 더 기다리면 결혼

할 때가 있겠지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남에게 있는 것은 나에게도 다 있어야하는데, 특히 친구들이 손자하고 손녀 자랑을

 하면 나도 더욱 간절해지는데

아직도 자식들은 그런 내 맘을 모르고 있으니 그것이 더 야속하게 느껴지는 것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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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은 떨어져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2020년 11월 12일 관주산에서 촬영한 단풍잎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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