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회

정우회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문인 광장

코로나19와 제사

페이지 정보

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0-11-21 15:30 조회1,761회 댓글0건

본문

 

코로나19와 제사

 

어젯밤 살며시 찾아와 날이 새도록 재미있게 놀았던 짙은 어둠들이 새벽이 찾아오자 물러가면서 앞이 보

이지 않을 정도의

짙은 안개를 뿌려 놓았는지, 거미줄 위에 맑고 고운 수정 구슬들이 방울방울 반짝이는데, 새들은 아무

 관심도 없는지

 

여기저기 모여 시끄럽게 떠들고만 있었다. 오전 9시 관주산을 향하여 부지런히 걸어가는데 앞에서 마을

 형수(兄嫂) 두 분이

걷는 것을 보고 안녕하세요? 추석은 잘 지내셨어요?” 인사를 하자 덕분에 잘 지냈어요! 그런데 애

기들은 왔다 갔어요?”묻는다.

 

우리는 아무도 안 왔어요. 요즘 코로나 때문에 어떻게 오라고나 하겠어요? 그러면 형수님은 누가 왔어

?” “우리 집은 아들은 못 오고

딸만 왔다 갔어요.” “그래도 딸이라도 왔다 갔으니 조금이라도 서운면은 했겠네요.” “그러기는 했는

데 이틀 동안 외손자 보느라

 

죽는 줄 알았어요.” “죽는 줄 알았다니 무엇을 어떻게 했는데 그러세요?” “평소에는 저녁 밥 먹고

 테래비 좀 보다가 밤 9시가 넘으면

애기 아빠는 거실에서 자니까 나만 방으로 들어가자는데 오랜만에 딸하고 외손자가 왔는데 어떻게 그냥

 잘 수 있겠어요?

 

그래서 이야기 좀 하다 보니 새벽 2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었는데 외손자가 잠을 자려고 안 하니까 그것

도 영 불편하더라고요.

그런데 이틀 밤을 그렇게 늦게 잠이 들었지 또 새벽이면 일찍 일어나야지 그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

.”

 

그래도 이틀 만에 끝나서 다행이네요. 금년에 추석 연휴가 5일인데 만약 5일 동안 계속 그랬다면 어떻

게 할 뻔했어요?”

! 그 말을 듣고 보니 또 그러네! 그러고 보니 우리 딸이 정말 효녀로구나!”하고 한바탕 웃다 옆의

 형수께누가 왔다갔나요?”묻자

 

나는 아무도 못 왔어요.” “그러면 정말 허전하셨겠네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코로나 때문에 그

런다는데 그래서

금년 추석에 제사(祭祀)는 간단하게 모셨네요.” “제사를 몇 분이나 모시는데요?” “우리 시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시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삼촌이 한 분 계셔서 모두 다섯 명인데 상을 3개는 차려야 하니까 평소 같으면 전을 붙여도 최소

한 한 상에 석장씩이면

모두 아홉 장을 붙여야하는데 이번에는 아무도 오지 않아서 누구 눈치 볼 것도 없이 그냥 간단하게 모시

니 정말 편하더라고요.”

 

코로나19 때문에 그런 점은 또 좋네요. 제가 아는 누구 네는 제사를 모시는 날이면 밤 12시 반쯤 호롱

불을 들고

혼령(魂靈) 모시러 나간다고 하네요. 그래서 모시고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모두 토방 앞에 서서어서

오십시요!’하고

 

방으로 혼령을 모신 다음 제사를 지낸다고 하더라고요.” “그 집안은 옛날부터 대대로 해 내려온 전통

이 있는 집안이라 그런 모양이네요.”

그러면 형수님은 보통 제사를 몇 시경에 모시는데요?” “우리는 밤 7시가 넘으면 모시거든요. 그런데

 그 시간에 모시면

 

너무 빠른 거 아닐까요?” “저도 그런 점이 항상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법륜스님이라고 아시지요?

스님께 누가

제사를 빨리 모시면 정말 혼령들이 시간에 맞춰 찾아올까요?’묻더라고요. 그랬더니 시간은 상관하

지 말고 정성껏 모시면 된다!’

 

하면서 귀신들이 그것도 모르면 어떻게 귀신이라고 하겠어요? 그러니 그런 걱정은 하지 마세요.’하더

라고요.”

그런데 누구네 집을 보면 통닭도 제사상에 올리던데 그런 것은 괜찮을까요?” “저도 그것이 궁금해서

 인터넷에 문의를 했거든요.

 

그랬더니 제사 반찬은 정성만 들어있으면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그렇게 해서 우리 조상님

들도 통닭 맛을 보지

언제 보시겠냐?’고 하니까 제사란 자신이 정성껏 준비한 음식으로 모시면 괜찮을 것 같더라고요.”

 

88550fe151f95aea96884744e407caeb_1605940059_29.jpg 

가을 훨씬 전에 지난 것 같은데 담장 밑에 콩대들은 예쁘게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