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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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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청우 작성일20-09-07 17:01 조회1,8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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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리향

 

우체국 미닫이 문을 열자

낯익은 얼굴, 환하다.

내 안의 근심이 물기빠진 스펀지같아

한 낮인데도 달이 활짝 뜬다.

손을 공손히 접고 인사하는 입술에

꾀꼬리가 화르르 실내를 가득 채운다. 

       

이 세상 어느 풍금, 이보다 청아하게

울릴 수 있을까! 내 귀는 사진 몇장을 찍고

팔공 산사에 경의 소리를 재생한다.

헤세는 언어와 그림의 언어로

생애의 시화전을 열었듯

 

 

저들은 손님에서 사유의 자유를 얻었다

나무는 땅 속 뿌리부터 수액을 밀어 올려

꽃망울 터트릴 때 까지

소리 없는 진통을 감당해야 하듯

천심이란 무릇 이런 거다

사람이 사람에게 순수하면 

이리 고운매가 된다.

그 향에 텔레파시전송을 띄우며

때마다 정성스러운 아내의 밥상같이

저들의 경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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