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회

정우회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문인 광장

"그라문 내가 잘못봤으까?"

페이지 정보

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0-02-08 15:40 조회1,716회 댓글0건

본문

 

그라문 내가 잘못봤으까?”

 

사그락! 사그락!’어제 낮부터 강하게 불어대던 찬바람에~~쏟아져 여기저기 널려있는 낙엽

을 밟고 지나갈 때마다

들려오는 아우성들이 언제인지 모르게 살며시 우리 곁을 떠나버린 가을의 아쉬운 속삭임처럼 들려오는

,

 

이름을 알 수 없는 조그만 새들은 낙엽 속을 들어갔다 나왔다 이불삼아 장난하느라 정신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가을은 어디서 찾아와 어디로 가는 것일까?’생각하니 새삼 세월이 정말 빠르다는 것이 느껴진다.

체국(郵遞局)에서

 

공과금(公課金)을 납부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아제! 으디 갔다와?”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마을

 노인정(老人亭)에서

할머니께서 부르는 소리였다. “시내에 볼일이 있어 다녀오느라고요.” “그래! 그라문 이루 와서 커피

 한 잔 자시고 가!”

 

방금 우체국에서 마시고 왔는데요.” “와따~ 거그서 누가 커피 타줄 사람이나 있어? 잔소리 말고 이

루와! 어서!”하셔서

안으로 들어서자 마을 할머니들께서 와따아~ 한 동네 살아도 오랜만에 보것네!”반기신다. “저는 매

일 이 앞을 지나다니지만

 

여기 들어 올 일은 없으니 그렇겠지요. 그리고 여름에는 문을 열어놓고 계시니 그래도 가끔 얼굴도 볼

 수 있지만

요즘은 날씨가 추워서 문을 닫고 계시니 더 보기가 힘들지요.” “그래서 그란가? 그나저나 차()는 멋

으로 자시꺼?

 

여가 노인당이라고 해도 묵을 것은 다 있응께 마시고 싶은 것이 있으문 말해!” “무슨 차가 있는데

?” “커피도 있고 율무차도 있고

또 칡차도 있고 매실차도 있고 골고로 있응께 말만 해! 멋을 자시꺼여?” “차를 여러 가지 갖추신 것을

 보니

 

저의 집 보다 더 부자시네요. 저의 집은 겨우 커피와 매실차뿐인데요!” “우리가 부자여서 그라까?

네 절문 사람들이

노인들 생각한다고 이것저것 사다 준께 그라제.”하더니이것은 집이 애기 엄마가 우리 묵으라고 사다

주고 간거여!

 

그랑께 한 개 자셔봐!”하며 밀감 몇 개를 내 놓더니 그란디 차는 커피를 끼리까?” “그럼 그걸로 한

 잔 주세요.” 대답하자

전기주전자에 물을 붓고 끓이는데 마을 젊은 아주머니 한 분이안녕하세요?”상냥하게 인사를 하고 웃

으며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러자 할머니께서 으이그~ 저 속아지 읍는 것 으째 얼굴은 저라고 이삐게 생겨갖고 저라까?”하신다.

 “왜 그러세요?

저 아주머니가 무엇을 잘못하던가요?” “아니 그거이 아니고 신랑하고 조으문 즈그 방에서 멋을 하든지

 해야 쓰꺼 아니여!

 

그란디 골목질인지 차안인지 분간을 못하고 암디서도 뽀뽀를 하고 야단이여! 아무리 절문사람들이라도

 그라고 조으까?”

아무리 부부간의 금슬이 좋더라도 남들이 보는 앞에서 그렇게 하겠어요? 할머니께서 잘못 보셨겠지

.” “아니랑께 그라네!

 

내가 며칠 전에 멋을 잔 사갖고 쩌그서 우리 집으로 걸어 올라오고 있는디 즈그집 골목질 안 있어 거그

서 우 아래를 쳐다보고

히히덕 거리고 야단이데!” “그러면 하지 말라고 나무라지 그러셨어요?” “내가 나무라다 무슨 봉변을

 당할라고!

 

그라고 또 은제 참에는 즈그 차안에서 또 멋이 그라고 존가 서로 쳐다보고 내려다보고 뽀뽀를 하고 있는

가 으짠가 야단이드랑께!

그래서 내가 무참해서 모른척하고 지내왔단께!” “그런데 할머니 보시기에 정말 그렇게 뽀뽀하는 것처

럼 보이던가요?

 

저의 집사람이 지난번 모임에서왜 그렇게 차에서 길에서 다정한 척 했냐?’물었다 네요. 그랬더니 골

목길에서는

넥타이에 고춧가루가 묻어 닦아주느라 그랬고, 차안에서는 신랑 콧 털이 너무 길어 그걸 뽑아내느라 그

랬다고 하던데요.”

 

~! 참말로 그랬어? 그라문 내가 잘못봤으까?” 

995C89505E3E52E829A14A

2018년 11월 촬영한 관주산 가을 단풍입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