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회

정우회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문인 광장

가족끼리 하는 김장

페이지 정보

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0-02-01 17:51 조회1,702회 댓글0건

본문

 

가족끼리 하는 김장

 

어젯밤 아무도 모르게 찾아온 동장군(冬將軍)이 밤새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뿌려놓은 하얀 서리가 동녘의

 밝은 해가 떠오르면서

사르르 녹으며 사라져버리자, 하늘에서 내리는 잔잔하고 고운 햇살은 정말 겨울 날씨가 이래도 될

?’할 정도로 따사로운

 

봄날을 연상시키듯 무척 포근하기만 한데. 마을 뒷산의 까치들은 무엇이 못 마땅한지 아까부터 계속

~~!”

온 동네가 떠나갈 듯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우체국(郵遞局)에서 공과금(公課金)을 납부하고 집으로 돌

아오고 있는데

 

길 밑 넓은 밭에서 마을의 선배(先輩) 부부(夫婦)가 배추를 수확하고 있었다. “형님! 수고가 많으시네

. 그런데 금년

배추 작황(作況)은 어떤가요?” “어째 작년만 못한 것 같네!” “왜요? 여기서 보기에는 아주 좋아 보

이는데요?”

 

겉보기는 좋은데 속이 별로 안찬 것 같거든! 이렇게 들어보면 속이 꽉 찬 배추는 묵직하니 그런데 속

이 안차서 그런지

가볍디가벼워. 그런데 자네 김장은 했는가?” “저는 엊그제 했어요.” “그랬어? 정말 잘했네! 이제 머

지않아 날도 추워질 텐데.

 

그런데 누구랑 했는가?” “저의 집 사람과 저하고 둘이 했지 또 누가 올 사람이나 있겠어요.” “자네

 처제(妻弟) 그리고

장모님도 가까운 곳에 계시니 부르지 그랬는가?” “처제는 부르면 오겠지만 요즘 인터넷에 절인 배추를

 판매하거든요.

 

그러니 배추 수확하랴, 소금에 절 기랴, 깨끗한 물에 씻으랴, 박스에 넣고 포장하랴, 정신없이 바빠서

 오히려

우리가 도와주어야 할 형편인데 어떻게 오라고 하겠어요? 그리고 장모님은 이제 90살이 다되셨는데 도와

주기나 하겠어요?

 

그냥 놀러나 오신다면 몰라도.” “그러면 자네 며느리들이라도 부르지 그랬는가?” “부르면 오겠지만

 둘 다 애기들이 딸려있는데

쉽게 오기나 하겠어요? 이제 손자들이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다닌다면 그때는 부르겠지만.” “정말 그러

시겠네!

 

그러면 금년에는 몇 포기나 했는가?” “저의 집 사람이 했으니 잘 모르겠지만 아마 40포기쯤 될 거라고

 하데요.”

“40포기쯤 될 거라고?” “그게 속이 꽉 찬 배추도 있고 또 그렇지 못한 것도 있고 그러다보니 이걸 소

금에 절여놓으니

 

몇 포기나 되는지 감이 안 잡히더라고요.” “그랬어? 그러면 자네도 절인 배추에 양념 비비고 그랬는

?” “김장하는 사람이

당연히 비비고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한답니까?”했더니 형수님 눈치를 슬쩍 한 번 살피더니 낮

은 목소리로 할 만하던가?”

 

묻는다. “그게 할 만하고 말고가 어디 있겠어요? 그냥 하면 하는 거지, 그런데 그건 왜 물으세요?”

 “재작년까지만 해도

우리 집에 김장을 하면 마을 아주머니들이 총 동원돼서 했거든,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많아 시끄럽고,

엇을 어떻게 했는지,

 

양념은 제대로 넣었는지, 정신이 없는데다, 언제 한 번은 김치 소에 젓갈도 넣지 않고 그냥 버무렸는데

 나중에 보니

그게 나와서 곤란을 겪기도 하였고, 수고해준 사람들 밥해줘야지, 또 김장했단 집에서 그 사람들 갈 때

 그냥 보낼 수 없으니

 

김치라도 몇 포기 싸줘야지, 나중에 또 품 갚아야지, 그러다보니 낭비가 너무 많은 것 같아! 그래서 작

년부터 남들 오란 소리 안하고

우리 집 사람과 나, 그리고 며느리 둘과 딸하고 사위까지 가족끼리만 김장을 했거든, 그러다보니 세상

 조용하고,

 

또 밥해서 대접할 일도 없는데다, 가는 사람 김치도 안 싸줘도 되니, 김장을 예년의 절반 정도만 해도

 우리 식구는

충분히 먹고도 남겠더라고.” “그러면 금년에도 그렇게 하실 계획이세요?” “아마도 그래야 될 것 같

! 그리고 어쩌겠는가?

 

조금 힘 들더라도 자네 형수가 시키는 대로 하는 수밖에!”

990F254F5E3537610B0568

호수  -정지용-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푹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하니 눈 감을 수밖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