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수님이 시키는 대로 하세요!”

관주산 정상에서 “하나! 둘! 셋! 넷!”구령에 맞추어 이리저리 몸을 흔들며 운동(運動)에 열중하고 있

는데 “일찍 오셨네!”하는

소리가 들려 뒤돌아보았더니 한마을에 살고 있는 선배였다. “형님! 언제 오셨어요?” “금방 왔제 은제

 왔것는가?”

“그런데 저는 아무 소리도 못 들었네요.” “이 사람아! 여기를 오면 조용히 오지 누가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올라오는 사람이 있던가?”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고 대부분 인기척을 하는데 아무 소리도 안 들려서요.” “자네가 운동에 열중

하느라 못 들어서 그러겠지

그런데 끝나려면 아직 멀었는가?” “왜요? 벌써 가시게요?” “여기는 왔으면 금방 내려가야 하는 곳이

야! 그러니

나랑 같이 내려가세!” “아니 운동하려고 산(山) 정상(頂上)까지 올라와서 금방 내려가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면 몸이라도 좀 풀고 가야지 안 그래요?” “원래 여기는 올라오면 금방 가야지 그

렇지 않고 오래 있으면

호랭이가 물어가!” “에이! 요즘 세상에 호랑이가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혹시 집에다 꿀단지 묻어놓고

 오셨어요?”

“그건 왜 묻는가?” “형님은 산에만 올라오면 내려가자고 하니까요.” “꿀단지가 있어 그런단가? 자

네가 운동을 너무 많이 해서

몸살 나면 안 되니까 생각해서 하는 말이제!” “저를 생각해서 하는 말씀이라고요? 그런데 저는 집에

 너무 빨리 가면

집사람이‘운동하러 간 사람이 무엇 하러 벌써왔냐?’며‘다시 갔다 오라!’고 하거든요.” “참말로 제

수씨가 그란다고?”

“정말이라니까요.” “그라문 참말인가 아닌가 물어봐야 쓰것네!” “그건 언제 물어보시려고요?”

 “인자 천천히 시간나문 물어 봐야제!

급한 거이 머이 있는가?” “그런데 어제는 비가 왔는데 무엇하고 계셨어요?” “비가 오문 할 것이나

 멋이 있는가?

종일 테래비 봄서 방이나 지키고 있어야제! 그란디 어지께는 집에서 방을 지키면서 심심해서 묵을 것 잔

 찾다 무담시

자네 형수하고 쌈만 대판으로 하고 말었네!” “왜 싸우셨는데요?” “방에서 태레비를 보는디 입이 궁

금하드란 마시!”

“그래서 어떻게 하셨는데요?” “생각해 본께 작년 겨울에 고구마 삶아 말려 놓은 것이 있는 것 같드라

고, 그래서 냉장고 냉동실(冷凍室)

문을 열어 봤드니 한나가 차 갖고 멋이 멋인지 몰것어!” “무엇이 그렇게 가득하던가요?” “생선에다

 나물 말린 것, 쇠고기,

돼지고기, 죽순, 감 말린 것에 무슨 반지락 국을 끓여서 넣어 놓고 또 사골 국물까지 큰 냉장고가 두 대

나 된디 냉동실 마다

가득 채워놨더라고, 그래서 집사람에게 아니 냉장고에 무슨 쓸데없는 것을 이렇게나 많이 넣어 두었냐?

 고 했더니 오히려

집사람은 더 나한테 난리를 치데!” “무어라고 하셨는데요?” “집사람이 글드란 마시! ‘반지락이나

사골 국물은 당신 술자시고

속 아프다고 하문, 아침에 갑자기 뭣으로 술국 끼래 주꺼시오? 그랑께 급할 때 쓸라고 얼려서 놔 둔 것

이고, 나물이나 죽순 말린 것은

그냥 비닐봉지에 싸 노문 벌레가 일어싼께 냉장고에 넣은 것이고, 그것도 놔두문 다 당신이나 얘기들 입

으로 들어가제

내 입으로 들어간 다요? 그라고 쇠고기나 돼지고기는 갑자기 손님이나 오면 뭣으로 대접하꺼시오? 그란

디

그 꼴을 못 봐서

그라고 머시라고 해 쌓소? 할 일이 없응께 별것을 다 갖고 시집살이를 시켜쌓네’그란디 할 말이 읍드라

고!”

“그러니까 남자들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마나님의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형님께서도

밥을 편하게 얻어 드시려면 형수님께 괜히 시비 걸지 마시고 그냥 시키는 대로 하세요.” 

제가 살고있는 전남 보성군 영천리 봇재의 녹차 밭입니다.(사진은 오늘(2019년 10월 12일) 촬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