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승차권 자동발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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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몇 시였는지 모르겠으나 잠결에 들으니‘우르르 쿵쾅!’천둥 번개소리와 함께 비 쏟아지는 소리

가 상당히 시끄럽게 들려

창문만 닫고 그냥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밖을 내다보았더니, 비를 뿌렸던 구름은 간곳없고 하늘

에서 내려오는

붉은 햇살이 오늘도 굉장한 폭염(暴炎)을 예고하는 듯, 새들의 노랫소리만 시끄럽게 들려오는데 살랑살

랑 불어오는 바람은

어느새 가을이 가까이 왔음인지 제법 시원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광주(光州)를 가려고 버스정류장으로

 들어서자 “어서와!”하며

매표(賣票)하는 선배께서 반갑게 웃으며“으디 가실라고?” “광주 좀 다녀오려고요.” “왜 먼 일 있는

가?”

“제가 몇 년 전 신장(腎臟) 암(癌) 수술 받은 줄은 알고 계시지요?” “알제! 근디 벌써 몇 년이 되부

렇는가?”

“그런데 오늘이 검사(檢査) 받는 날이어서 병원(病院)에 좀 다녀오려고요.” “그라문 검사는 다달이

 받는가?” “아니요!

6개월에 한 번씩 받는데 5년이 지나면 완치 판정을 받는다고 하네요.” “그라문 그 담부터는 병원에 안

 가도 된다 글든가?”

“그건 아니고 1년에 한 번씩 또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그러데요.” “그것 참! 성가신 일이네 잉!”

 “그러긴 해도 우리가

2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도 받지 않습니까? 그러니 귀찮게 생각할 필요는 없겠더라고요.” “그러기는 한

디 하여튼 사람은 건강해야 쓴 거인디!

그것이 맘대로 안된께 문제여! 그란디 차표(車票) 주라고?” “예! 광주 한 장 주세요!”하자 건너편에

 설치되어 있는

승차권 자동발매기를 가르치며 “쩌그서 한 장 뽑아봐!”하였다. 그래서 행선지를 입력하고 지폐를 넣었

는데 한쪽에

‘한 번 발급된 승차권은 환불(還拂)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문이 걸려있었다. “그런데 왜 차표가 환

불되지 않는 답니까?”

“그것이 여기저기 컴퓨터로 연결이 되야서 복잡하다고 그라데! 근께 여그서 차표를 끊으문 자동으로 본

사(本社)에 체크가 되니까

잘못 끊으문 환불할 수가 읍다 글드라고!” “그러면 차표를 잘못 발급 받으면 그냥 돈만 손해 보겠네

요.”

“그라문 다음에 쓰든지 그래야제 으차꺼인가? 한 번 규정이 그라고 생겼는디!” “그래도 환불이 되지

 않는다면

그런 점은 회사에서 개선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란디 사람들이 차표를 현금으로만 끊는 것이 아니고

 카드도 사용하고 그란디

우추고 돈을 환불해 주꺼인가?” “카드는 취소를 시키면 되는데 고객들에게 불편을 주면 되겠습니

까?”하였더니

“이리 잔 와 보소!”하며 자동발매기 뒤 뚜껑을 열더니 설명을 시작하였다. “여그로 돈이 들어오문 이

것이 작동 함시로

천 원, 만 원, 5만 원짜리를 구분하고 동전은 또 따로 잔돈 내 줄때만 작동을 한 갑드만.” “그런데 기

계 작동하는 법은 어떻게 아셨어요?”

물었더니 메모가 잔뜩 적힌 노트를 내 놓으며 “내가 잊어불까미 여그다 다 적어놨단 마시!” “그런데

 메모는

회사에서 적으라고 하던가요?” “아니! 이것이 고장나문 성가시껏 아닌가? 그랑께 이라고 미리 적어놔

야제 안 그란가?”

“그러면 혹시 이 기계가 고장 난 적이 한번이라도 있던가요?” “그라고 큰 고장은 읍었는디 은제 한

 번 노인 양반이

돈 만 원짜리를 넣는디 그것이 걸려갖고 고장이 나드라고!” “그러면 어떻게 하셨어요?” “내가 고쳐

볼라고 여그 뚜껑을 열고 본께

암껏도 몰것드만 그래서 회사에 전화했드니 금방 와서 고쳐놓고 가드랑께!” “요즘은 기술이 좋아 자판

기 뿐 아니고

모든 기계들이 그렇게 쉽게 고장 나거나 또 폭발하지도 않거든요. 그러니 항상 기계가 고장 날거라는 걱

정은 버리고 편하고 즐겁게 사세요.” 

금년에도 어김없이 녹차 꽃이 피었습니다. 꽃이 지면 내년 이맘때 꽃 핀 자리에서 열매가 맺게 될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