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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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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19-08-17 14:32 조회1,8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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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소나무

 

6월 하순으로 접어들자마자 날씨는 한 여름으로 달려가고 싶은지 하늘에서 내려오는 태양 볕은 폭염(暴炎)으로

 변하여

사정없이 쏟아 부으며 어제 보다 훨씬 더 뜨거워지고 있지만. 시골 들녘에는 금년 봄() 충분하게 내려준 비 때

문에 순조롭게

 

모내기가 끝나고 이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파릇파릇한 어린모들은 때마침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고개를 한들

거리며

풍년농사를 약속하는 듯 미소 짓고 있었다. 마을 형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동네 길을 걷고 있는데아제!

이루와서 째깐 쉬었다 가씨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마을 할머니들께서 노인당(老人堂)에 앉아 부르는 소리였다. “왜 무슨 일 있으세

?”

먼 일은 먼일이 있것소? 날도 징허게 덥고 그랑께 이루와서 시여가라 그말이제! 얼렁 이루와서 째깐 시였다 가

랑께!”

 

저는 사람 많은 곳에 가면 부끄러워 안 되는데요.” “머시 으짠다고? 여럽다고? 아따아~ 지금 나이가 몇 살

이 간디 여루와?

별 노무 소리를 다하고 있네! 그른 소리 말고 얼렁 이루와!”하셔서 노인당 마루 끝에 걸터앉았더니 안으로 들

오제

 

어째 끄터리에 걸쳐 앙거 있어?” “안으로 들어가면 부끄럽다니까요.” “우리나라에 부끄런 사람 모다 얼어

 죽었다.

별거이 다 부끄럽게! 얼렁 안으로 드루와!”하셔서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서자 수박을 잘라 내 오시며 어서

씨연하게

 

한 입 잡사봐!”하셨다. 그래서 수박 한 조각을 집어 막 입에 베어 물었는데 낯모르는 남자가 노인당 앞을 지나

가며

할머니 안녕하세요?”인사를 하였다. “! 그란디 오늘은 먼일로 오셨소?” “혹시 마을에 오래된 나무 있

는 집 아세요?”

 

나는 잘 몰것소!” “그래요! 알았습니다. 안녕히 계세요.”하고 지나가는 것을 보고 할머니 한분께서

사깃꾼 같이 생겨갖고!’

혼자 중얼거린다. “저 분 누구랍니까?”묻자먼자 은제 저 사람이 나 혼자 우리 집이서 밭을 매고 있는디 찾아

왔드랑께!”

 

왜 찾아왔는데요?” “옛날 우리 영감 살았을 때 심어 논 솔 나무가 솔찬이 오래 돼야 갖고 지금 상당히 큰디

우추고 가져 갈라고 그란고

그것을 폴아라고 그라데!” “그러면 나무 장사하는 분이던가요?” “금메 그란가 으짠가? 하여튼돈을 마니

 주꺼잉께 폴아라!’

 

그래서을마나 줄라간디 그라요?’그랬드니이십 만원 준다!’그라데! 그래서돈을 마니 준다 글드만 이십

만원이 만해서 그라요?

나는 안 풀라요!’그랬드니 한참 생각해 보드니 그라문 삼십만원 주꺼인께 포씨요!’그라데! 그래서 삼십만

이고 머시고

 

나는 안 폴라요. 했드니 기양 가불데! 글드니 한 며칠 지냈는디 또 왔어! 그래서 먼일로 오셨소?’ 물었드니

그 나무 오십만원 드리께 포씨요!’

글드라고 그래서이 나무가 이라고 생겼어도 우리 영감 살았을 때 정성을 다해 키운 나문디

 

오백만원도 아니고 오십만원 받고 폴아불문 쓰것소? 그랑께 나는 안 폴랑께 그리 아씨요.’했드니 암말도 안하고

 그냥 가 불드라고

그러문 그 다음에 혹시 또 나무 팔라고 안 왔던가요?” “그란디 한참있응께 딴 사람이 와서 또 나무를 폴라고

그라데!”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이 나무는 우리 영감 살았을 때도돈을 마니 주꺼잉께 폴아라!’고 했어도 안

폴았소! 그랑께

나도 절대 안 폴란께 그냥 가씨요! 그랬드니 가 불데!” “그러면 그 다음에는 사람들이 안 왔던가요?”

 

내가 자꼬 집을 비여싼께 왔는가? 안 왔는가는 몰것제만 솔나무가 솔찬이 비싸다고 그라데!” “그러니까요!

그러니 혹시라도

돈을 많이 줄테니 팔아라!’하면 자녀들과 잘 상의해 보고 결정하세요. 아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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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보성군 보성읍 봉산리 대한다업 겨울 녹차 밭입니다. (사진은 2012년 12월에 촬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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