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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세월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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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19-04-20 15:33 조회1,9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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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세월 속에

 

목욕탕(沐浴湯) 탈의실에서 옷을 벗고 안으로 들어서자 뜨거운 물이 담겨있는 탕 안에서 누군가어서 오시

!”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영감님께서 빙그레 웃으며 반갑게 맞는다. “어르신 오랜만입니다. 그 동안 잘 지내셨어

?”

 

나는 잘 지내고 있어! 그란디 자네는 으짠가?” “저도 잘 지내고 있어요. 요즘 건강은 어떠세요?” “좋은

 편이여!

그란디 왜 그란고 요새는 소리가 잘 안 들린단 마시!” “그럼 병원(病院)에는 가 보셨어요?” “가 봐야나이

가 많응께

 

기력(氣力)이 떨어져 그런다!’고 하꺼인디 가문 멋하꺼인가?” “그래도 의사 선생님께서 해로운 것을 시키겠

어요?”

그라기는 그라것제만 인자 나이가 묵어서 그란가 으짠가는 몰라도 병원에 가고 싶은 생각은 별로 읍드란 마시!

   

그라고 내가 살면 을마나 산다고 자꼬 거그를 댕기고 하꺼인가?”하시더니 갑자기자네 여그 역전 앞에 약국(

) 알제?”

알지요. 근데 그건 왜 물으세요?” “그 약국이 들어서기 전에 거가 멋이 있었는지 안가?” “거기에 아이스

크림

 

만드는 공장이 있었지 않았나요?” “우추고 그것을 아네! 거그 주인이 지금은 죽었는디 내 친구여! 그란디 그

 친구가 맨들었든

아이스크림! 그랑께 옛날에는 아이스케끼라고 안 그랬는가?” “그때는 제가 어릴 때인데 네모난 통에 담아 가

지고 다니면서

 

아이스께끼 얼음과자라고 외치고 다녔는데 가격이 10환인가 했던 것 같은데요.” “그렇제! 그때는 환()

서 원()으로

화폐 개혁을 하기 전이니 10환씩인데 그 시절에는 내가 한참 젊었을 때라 멋이 무서운 것이 읍드란 마시!”

 

그때는 저도 어릴 때라서 도로에서 맘대로 뛰어놀아도 차()가 없을 때여서 누가 나무라는 사람도 없었거든

.” “그랬으꺼이시!

그때 보성읍에 차가 몇 대 정도 밖에 없을 때인데 지내 다니기나 했것는가? 그라고 지금 같으면 맛이 없다고 사

 먹지도 않았을

 

아이스께끼가 으째 그라고 맛이 있었든고, 여름에는 한 개에 10환을 받다가 가을쯤 되문 2개에 10환 그라다 쪼금

 찬바람이 날라고

그라문 3개에 10환씩 팔고 그랬는디 그것도 읍어서 못 묵을 때인께 세상이 바꿔져도 너무 많이 바꿔진 것 같드란

마시!”

 

그 시절 무더운 여름에 제일 행복할 때가 아이스케끼를 입에 물고 있을 때였던 것 같은데 그때는 차도 별로 없

을 때여서

보성읍만 해도 괜찮은데 시골로 내려갈수록 아이스께끼는 구경도 못 할 때 아닙니까?” “그랬겠지 지금처럼 냉

장고나

 

아이스박스가 있던 시절도 아니니까.” “그때 회천면(會天面)에 살던 친구 할머니께서 보성 장을 보러오셨다가

 집에 가시면서

큰 맘 먹고 아이스께끼를 5개나 사셨다 네요.” “멋을 할라고 그랬으까?” “집에 있는 손자들 갖다 준다며 그

걸 사서 녹지 않도록

 

보자기에 칭칭 동여매고 싸서 바쁘게 회천까지 걸어가셨나 봐요.” “그때는 버스도 별로 읍을 때라 천상 걸어

 댕겨야 했것제!”

그래도 할머니께서 손자를 먹일 욕심에 행여나 하는 마음에 부지런히 걷고 또 걸었겠지요.” “그래갖고 우추

고 되얐어?”

 

녹아버리지 그게 남아있겠어요? 저의 친구 말에 따르면 너머나 허망하게 녹아 부러서 뼙다구만 남아있더

!’고 했으니까요.”

그래도 손지들 생각하고 아이스께끼를 사 갖고 간 그 노인이 참말로 대단한 사람이시!” “그러니까요.”

 

그 시절에는 내가 한창 때라 못 할 것이 없고 멋을 해도 자신이 있었는디 인자는 나이를 묵어논께 자꼬 병원에

나 가야하고 그러니

세월이 빨라도 너무나 빠른 것 같아! 그러니 자네는 항상 건강관리를 잘 해서 나처럼 병원에 다니는 일이 읍도록

 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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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찾아 온 따스한 봄 날 민들레는 자신의 홀씨를 멀리 멀리 날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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