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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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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대홍 작성일19-04-16 07:18 조회1,9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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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 트레킹♨◑

백당  전대홍

※본 글은 허접하고 긴 글이니, 유 관심자 한 일독요! ㅎㅎ※

2019년 4월 13일 토요일, 만화방창 춘삼월 호시절에 화전놀이 좋은 날이다. 저기 남쪽에는 이미 봄꽃들이 지고, 파릇한 새싹이 돋았다는 소식인데, 이곳 서울은 바로 오늘이 봄꽃의 절정 같다.

각 고을 꽃 축제장에는, 봄꽃의 화려한 모습을 보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몰렸다는데, 나도 역시 친구의 초청으로 꽃도 보고, 산도 보고, 건강도 챙기려고, 불암산 트레킹에 나섰다.

 며칠 전 동창인 상오가, 지난달 만나서 약속한 '동대문 도원결의'를 실천하기 위해, 금요일 날 불암산 트레킹을 하자는 제의를 해 왔다.

 기다리던 바다. 그러나 이를 어째? 요새 마침 손주가, 몸이 불편해 병원에 데려가야 하는 날이라, 선뜻 응답할 수 없어서다. 하루 연기를 제안하니, 친구도 역시 사정을 이해하고, 하루 연기하잔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모처럼 동창들 만나는 것, 범위를 좀 넓혀, 다리가 성하고, 모일 수 있는 동창들을 모아서, 같이 갔으면 하고 제안했는데, 아주 탁월한 선택이라며 반색을 한다.

 그래서, 내가 관리하던 동창들 카톡 방에 번개를 쳤다. '서울 사는 동창들, 시간 되면 동참하자는 번개'였다. 아마 처음이라 놀라고, 황당하게 생각하는 이 있겠으나, 뜻이 있다면 길이 있는 것, 올 사람은 이해하고 오리라 믿었다.

 그런데 불행히도, 딱 한 사람만 참여하겠다는 메시지가 떴다. 나머지는 사정상 다음에 오겠다고 무언의 약속이다. 그나마도 너무 반가웠다. 그래서 결국 네 사람이 모여서 트레킹을 하기로 했다.

 모처럼 하는 원거리 트레킹이라, 밤잠도 설쳤다. 각종 장비를 미리미리 챙겨 놓고, 늦은 잠에 들었으며, 아침에 일어나자 일찍 서둘러 출발하였다.

당고개역 인터넷 지도를 쳐보니, 서울역에서 4호선 갈아타고 가는 것이 최선이란 안내다. 소요 시간 1시간 10분이란다. 그래서 생후 처음 가는 당고개를 향해 지하철을 이용했다.

 물론 1호선 타고 소요산까지 다녀왔기에, 그쪽 풍경이 낯설지는 않지만, 그래도 모처럼 가는 기차 여행, 나름대로 설레고 기분이 들뜨는 건 사실이다. 처음 가는 길, 시간을 몰라 좀 일찍 출발했더니만, 9시 30분, 그러니까 약속 시각 30분 전에 당고개역 도착이다.

둘러보니 친구들은 보이지 않는다. 이리저리 전화를 돌리는 중 조금 늦게, 빠르게, 두 친구가 도착했다. 그리고 처음 오겠다던 편기철 친구에게 전화를 해 보니, 아뿔싸! 오늘 사정이 변경되어, 참여할 수 없다는 문자를 올렸다 한다.

 그런데, 나는 미처 보지를 못한 터라,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이 인사말로, 아쉬운 상면과 작별, 다음 약속이다. 결국, 세 사람이서 보무당당 불암산을 향해 출발이다. 물론, 반가운 인사, 안부를 묻고 답하는 것은 당연지사 아니겠는가?

 지금부터는 생애 최초로 향하는 트레킹 코스다. 앞쪽을 바라보니 조금 가파르며 높아 보이는 바위산이 보인다. 이름하여 '불암산' 부처님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어쩐지 트레킹 코스로는, 그리고 나의 요즘 몸 상태로는, 좀 벅차 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친구와 동행이니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아파트 빌딩 숲을 지나 등산로 입구다.

불암산이 유명하긴 한 것 같다. 당고개역 수많은 단체 등산객들이 증명한다. 그 많은 인파, 이 많은 봄꽃. 다 어디서 왔단 말인가? 목련에, 벚꽃, 개나리, 추가해서 진달래까지, 봄꽃이 등산로에 만개해 있다.

처음부터 카메라 불이 난다. 오늘이 '서울 봄꽃 절정'이란 말이 실감 난다. 시작부터 경사 길이라 조금 힘이 드는데, 마침 미리 도착해서 쉬고 있는 일행들이 보인다.

셋이 다 초행이라 등산로를 물으니, "계단을 이용하면 빨리 가되 힘들고, 완경사 길은 더디 가고 수월해요" 답해준다. "안내 겸 동행합시다!" 하니, 일행이 있어 불가란다.

마침내 끝을 모를 계단, 길옆에 잡고 걸으라고, 철제 난간이 계속 이어져 있다. 한 계단 두 계단, 당기고 밀고, 가쁜 숨 쉬면서 진행이다. 역시 빠른 것은 힘든 것이여! 그래도, 안내해 준 그분 말 되새기며 오르기다.

밑에서 보이던 바위산 봉우리가, 나무 사이로 언듯 언듯 보이지만,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느낌이다. 해발 508m이면 좀 높은 동산인데, 바위 절벽 산이라, 힘이 더 들 것 같다.

매일 테니스 하는 남규는, 숨도 안 차고 성큼성큼 오르고, 장기간 진료 중인 상오는, 오랜 군 장교 생활로 다져진 몸이라, 나보다 잘 오른다. 나 역시 매일 걷기에 자신은 있는데, 사진 촬영에, 계단 연속에 지체된다.

아는 이 알 것이다. 오르다 힘들면 바위에 걸터앉아, 물 한 모금 그 짜릿한 맛 말이다. 뜻 맞는 친구와 대화하며, 간식 나누어 먹으니, 이 또한 또 다른 신선놀음 아닌가?

오늘따라 날씨 너무 맑고 좋다. 기온도 적당, 만화방창에 공기도 좋고, 기막힌 일정이다. 분위기 좋고, 기분 좋으니, 아마 5년은 젊어질 것 같다. 못 온 친구들, 얼마나 억울할까? 아쉬운 생각이다.

쉬다, 오르다, 바쁜 게 없으니 그저 좋다. 태극기 휘날리는 정상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시가지를 바라보며 오른다. 근처에 노원구 시가지, 수락산, 도봉산, 삼각산 바라보며, 한발 한발 오르는 기분 그 누가 알리?

미세먼지도 없어 시야도 넓어, 사방에 산들이 다 보인다. 군데군데 설치된 밧줄을 끌어당기며, 온 힘을 다하는 기분 역시 좋다.

어느덧 두어 시간 다가오니 정상도 다가온다. 산봉우리 선착한 등산객들 공제선에 움직임이 부럽다. 깎아지른 절벽 밧줄에 의지해, 겨우 도착하니 대망의 정상이라!

마지막 발이 능선에 닿는 순간, 아, 놀라워라! 시원한 바람이 맞아주며, 사방팔방 시야가 트이며, 절경 중 절경이 펼쳐진다. 한 두 번 올라 본 두 친구, 등산 중 초행 코스라 나름 침묵이더니, 이제 말문이 트여 해설하기 바쁘다.

일단 북쪽에, 낮고 평평한 여지가 있는 봉우리로 향했고, 정상 넓적 바위에 앉아 산천경개 구경이다. 이리저리 찍고, 이 모습 저 모습도 찍고, 동영상까지 촬영 후 바위에 둘러앉아, 상오 준비한 김밥 한가락씩, 점심 겸 식도락이다.

아, 별미 중 별미로다! 간식 휴식 즐긴 후, 공터 간이주점에서 모주도 한 잔씩 권코자코 즐긴 후, 진짜 태극기 펄럭이는 정상 이동이다. 그러데. 바위는 좁고 경사는 험하고, 인파는 몰려, 간신히 단체 사진 촬영 후 밧줄 타기다.

순서대로 기다려 밧줄을 잡고 마지막 7~8m 오르니, 정상 표지석과 안내석, 방향 석이 바위 끝에 박혀 있다. 그러나 선점한 사람들이 피해 주지 않아 또 기다려야 했다.

거기서 그냥 내려올 내가 아니지 않은가? 결국, 필요한 자료 찍은 후에, 다시 밧줄을 타고 내려왔다. 그리고 큰 바위 뒤에 돌아가니 적당한 장소가 있어, 물 한 모금 목을 축이고, 참선하다 하산 시작이다.

그런데 정상에서, 잊을 수 없는 두 가지 돌출 상황을 만났다. 하나는, 급경사 바위에서 밧줄을 잡다, 손가락이 바위을 스치며, 오른손가락에 아주 경미한 상처를 입은 것이다. 또 하나는, 사진 촬영 중 핸드폰을 놓친 것이다.

다행이 상처도 심하지 않고, 출혈도 적어, 잠시 통증만 있다. 카메라는, 10여m 바위 경사를 타고 미끄러져, 서서히 내려가 바닥에 떨어졌기에, 다시 주어 올 수 있었다. 아무 이상이 없어 다행스러웠다.

이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기에, 항상 주의하라는 경고로 받아드렸다. 또한 구급약은, 비상시 대비로 잘 소지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반찬코 한장 빌립시다!" 크게 외쳐도, 모두 식도락 즐기느라 반응이 없기에, 등산 초보들이구나! 하고 여기며,  포기하고 말았다. 내가, 집에서  작은 가방으로 바꾸며 못 챙긴 내 불찰, 누구를 탓하리!

 이어서 하산 시작이다. 내려오면서 보니, 노원구 사람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그 높은 바위 끝에, 그 수많은 계단을 만들어, 등산 편의를 제공하는 성의, 오래도록 높이 봐 줘야 될 것 같다.

그런데 하산 시작하다 진짜 놀라운 모습을 본 것이다. 아니 깨달은 것이다. 산 전체는 말 그대로 부처 닮은 바위산이고, 거대한 바위 세 봉우리로 이루어진 산이다. 각 봉우리마다 큰 나무들이 덮혀 있어, 생태환경이 좋은 곳인 줄 알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흙 한 줌 물 한방울 나지 않는 바위 틈새에, 뿌리를 박은 소나무들이, 우거진 모습이다. 수천 년 아니 수백 년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아름드리 소나무가, 기기묘묘히 뿌리를 밖고, 줄기가 자라 울울창창한 모습이다.

보라, 이 놀라운 모습을! 이를 보고 강렬한 느낌이 없다면, 아마 인간이 아니리라! 어렵게 자랐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수명이 다해 선체로 죽어 버티고 있는 고사목이, 모진 삶 전체를 대변하는 것 같다.

물론 전국 각지 암산에서, 어렵게 자라는 소나무를 본 적은 있다. 특히 설악산 울산바위를 오르는 동안, 정상 부근에 거대한 소나무가, 바위 틈에서 자라는 모습을 보고 크게 놀랐기에, 지금도 가끔 상상하고 있다.

그러나 그 수는 이곳 불암산만큼 많지가 않았다. 어디서도 이렇게 많은 바위틈새 소나무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 느낌이 너무 강하기에, 여기 엉터리 시 한 수로 대신하고, 아래에서 본 글은 계속하겠다.

[[ ♨∆불암산(佛岩山)의 소나무∆♨

백당 전대홍


자신의 삶이
힘들고 고되다고 여기는 이여
그 해답을 찾고 싶으면
상계동 불암산에 오르라

흙 한 줌 물 한 방울 없는
거대 바위 틈새에 끼인
수천 년 혹은 수백 년 된
수많은 소나무를 보리라

아름드리 푸르고 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자신의 처지가 얼마나
호사롭고 풍요함을 알리라

무릇 삶이란
처지와 환경 탓이 아니라
의지와 실천의 문제인 것
포기 없는 정진이 답임을 알리라

20190413 불암산 거북산장에서
백당 전대홍 ]]

하산길 역시 서툴러, 이리저리 물어서 찾았는데 상오 하는 말, "여기 어디에 카페가 있는데, 보이지 않는다?" 한다. 그런데 바로 옆에 보니, 비닐 움막으로 둘러쳐진 카페가 보인다.

아마 경험이 있는지, 우리를 안내하여 산중 커피를 대접해 준다. 맛있고 고마웠다. 또한, 부부가 경영하는 그 카페에서, 바라보는 경치와 기분도 좋지만, 두 부부의 사랑 이야기를 듣는 것도 퍽 흥미로웠다.

 알고 보니 그 카페는, 불암사 절의 사유지로서, 별 제재가 없기에, 연중무휴 성업 중이란다. 불암산 바위틈 특별 약수를 사용하기에 약 커피란다.
아무리 졸라도 약수터는, 영업 비밀이라 알려주지 않는다.

거북바위, 거북산장 구경을 끝으로 빠른 하산이다. 마침 중간에 전문가로 보이는 등산객을 만나, 불암산에 최불암 씨 시비가 있다는 데 어디냐고 물으니, 저쪽으로 올라 저리 내려가면 된단다.

 그러나 우리는 그 대답을 듣기만 하고, 가던 방향 계속 하산이다. 산자락이 끝나갈 무렵, 옆으로 뚫린 등산로가 보인다. 그때 문득 남규 하는 말, "이 길이여! 이리 가면 최불암 시비 볼 수 있어!" 한다.

마침 옆을 지나는 사람에게 물으니, 친절하게 웃으며 20분 정도 더 거란다. "그 정도야 오케이지!" 이구동성 외치며, 즉시 좌회전해서 시비를 향해 걸었다.

 얼마쯤 웃고 떠들며, 세상 들었다 놓았다, 가족 이야기 나누며 걷다 보니, 드디어 최불암 시비가 나타난다. 내용인즉슨, 불암산 근처에서 자라면서, '불암'이란 무거운 예명을 얻었으며, 그 예명 때문에 큰 배우로 잘살고 있으니,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이다.

마침내 불암 시비를 마지막으로 트레킹을 끝냈다. 조금 내려오니 시 가지다. 큰길을 따라 북쪽으로 향하는데, 당고개역과 상계역을 향하는 삼거리다.

 옆에 물건 파는 사람에게 길을 모르니, 상계역이 가깝다 한다. 상계역을 택했고, 그 역은 우리가 마지막 헤어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오늘, 꿈속 같은 불암산 트레킹에 초대해준 상오, 정말 감사하고, 고맙네! 잘 가게! 다음에 보세! 헤어졌다. 그리고 둘이서 4호선 전철 두 정거장 같이 탔으며, 창동역에서 남규와도 이별이다.

꿈길 같이 신났던 불암산 트레킹은 끝이 났다. 다음 기회에, 더 많은 친구와 더 재미있는 모임을 꿈꾸며 이글도 끝.


20190413 영등포에서
백당 전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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