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每日新聞 [그립습니다] 울면서 불러보고 싶은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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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성한 작성일19-02-17 09:36 조회2,68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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每日新聞

 


[그립습니다]아버지! 울면서 불러보고 싶다

       
경북 성주군 수륜면 수륜리에서 자식들 뒷바라지를 위해 고생하신 아버지 김진옥님의 모습이 음력 설날을 보내고나니 더 그립습니다.
경북 성주군 수륜면 수륜리에서 자식들 뒷바라지를 위해 고생하신 아버지
김진옥님의 모습이 음력 설날을 보내고나니 더 그립습니다. 
   

아버지! 울면서 불러보고 싶다

초등학교 시절, 찬바람이 몹시 불던 어느 해 섣달 그믐날이었다.

오후가 되면서 눈발이 굵어지기 시작하더니, 밤이 되자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어린 마음에도 읍내 장에 가

 

신 아버지가 걱정되었다. 부엌에서 차례 음식을 준비하고 있던 어머니가 부지깽이로 장독대 위의 눈을 쓸어내리며 중

 

얼거린다.

"와 이리 눈이 많이 오노? 너거 아배가 저 꼬불꼬불한 고개를 제대로 넘어올지 모르겠다."

그리고는 몇 번이나 낡은 부엌문을 여닫으며 들락거렸다.

"얘야, 아배 마중이나 나가 보자. 그 양반, 오늘도 한잔했을 끼구먼."라며 남포등을 손에 쥔 어머니가 앞장을 섰다. 상

 

엿집이 있는 야트막한 고개를 지나, 밤이면 늑대가 파란 불을 켜고 돌아다닌다는 개티 고개를 넘어서니 꽁꽁 얼어붙은

 

대가 천(고향 동네 개천 이름)이 희미하게 보였다. 지난가을 동네 사람들이 울력하여 놓은 섶다리도 추위에 떨고 있다.

 

 다행히 눈은 그쳤다.

"막차 올 때가 다 되어 간다만 눈 때문에 차가 다닐지 모르겠다."라며 중얼거리는 어머니의 안색이 근심 가득했다. 시

 

린 발을 동동 구르며, 호호 불고 있는 내 손을 어머니가 잡아끌더니 당신 저고리 속으로 밀어 넣는다. 젖무덤이 손에

 

잡혔다. 일평생 살아오면서 그렇게 따스한 온기(溫氣)는 맛보지 못했다.

 

이윽고 불그스레한 불빛을 매단 완행버스가 '삑' 하며 삼거리 정류소 앞에 서자, 커다란 보따리를 어깨에 멘 아버지가

 

차에서 내리신다.

"추운데 뭐 할라꼬 여기까지 왔노?"

빙긋이 웃으시는 아버지의 입에는 술 냄새가 확 풍겼다. 처자식과 함께 집으로 향하는 아버지의 발걸음이 여느 때보다

 

도 가벼워 보였다.

집 대문 앞에 이르러 '으흠' 하는 아버지의 헛기침 소리에 동생들이 우르르 뛰어나오자, 마구간의 늙은 암소도 워낭을

 

 딸랑거리며 인사를 한다. 풀어헤친 보따리 속에는 새 옷과 내복, 나일론 양말 등이 쏟아져 나온다. 오남매나 되는 어

 

린 자식들의 설빔이다.

 

 

그런 아버지가 서른여섯 해 전에 돌아가셨다. 새해가 며칠 남지 않은 섣달 어느 날, 손주들 설빔 마련하느라 대목장에

 

 다녀오다 고혈압으로 쓰러지더니 영영 우리 곁을 떠나가셨다. 혈압 높으신 분이 엄동설한에 꼬부랑 재를 두어 개나

 

넘으셨으니….

 

시커먼 보리밥에 구수한 된장찌개를 입에 떠 넣으시며 선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시던 아버지. 오늘따라 무척이나

 

그립다.

"아버지!" 나지막하게 불러본다. 아니 큰 소리로 "아버지!" 울면서 불러보고 싶다.

 

             아들 김성한(수필가, 전 영주우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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