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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을 밀면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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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19-01-21 15:06 조회2,0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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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을 밀면 안 되는 이유

 

어젯밤 아무도 모르게 찾아온 추위가 밤새가지고 놀았던 하얀 서리를 날이 밝아오자 여기저기 뿌려 놓고 갔는지

 동녘에 떠오르는

밝은 햇살을 받아 영롱한 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오늘은 서리 때문에 안개는 피어오르지 않았구나!’생각하

 

바라 본 하늘에 구름은 보이지 않고 온통 먼지만 가득한 것처럼 뿌옇게 보였다. ‘최근 들어 미세먼지가 우리나

라로 자주 찾아오는데

저걸 못 오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생각해 보았지만 별다른 묘수(妙手)가 떠오르지 않았다. 목욕(沐浴)을 하려

고 대중목욕탕을 찾았다.

 

그리고 옷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자 먼저 온 손님이 때밀이 타월로 몸을 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오늘은 한 사람

 밖에 보이지 않는구나!

원래 이시간이면 사람들이 많던데 왜 이렇게 한가할까?’생각하며 먼저 샤워기로 씻은 다음 뜨거운 물이 담겨있

는 탕()으로 들어가

 

때를 불리기 시작하였다. ‘요즘처럼 날씨가 추울 때는 이렇게 뜨거운 물에 담그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몸이 풀

리고

기분이 좋아지는데 그건 왜 그럴까?’혼자 이 생각 저 생각하고 있는데 먼저 온 손님은 목욕이 모두 끝났는지 밖

으로 나가 버리고

 

잠시 후 다른 사람이 들어와 몸 여기저기를 씻기 시작하였다. 내가 탕에서 나와 천천히 때를 밀기 시작하자 나중

에 들어 온 손님도

내 옆에 앉아 몸을 밀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등을 한번 밀어드릴까요?”하고 물었더니 깜짝 놀란 얼굴로

 

등을요? 아이고! 괜찮습니다.”하며 사양하였다. “서로 교대로 밀어주면 좋지 않을까요? 그런데 등을 밀어

드린다니까

왜 그리 놀라세요?” “미안해서 그래요.” “미안하다고요? 무엇이 미안하단 말입니까?” “제가 촌()에서

농사(農事)

 

짓고 살다본께 때가 엄청 나오드란 말입니다. 그래서 부끄러워 차마 남에게 밀어주란 말을 못하것드랑께요!”

 “그러면 어떻게

많이 나온다는 것을 아셨어요?” “이따금 귓속이 가려워서 파 보문 귓밥이 아주 마니 나오드란 말입니다.

 

그것이 먼지 같은 것이 들어간께 그런 것 아니께라? 그래서 때도 많이 나올 것 같아서요.” “그러면 제 등만 한

번 밀어주실 수 없을까요?”

그것은 해 드릴 수 있제라!”하며 등을 밀기 시작하였다. “농사를 짓고 계신다면 주로 무슨 농사를 짓고 계세

?”

 

키위 아시제라? 요즘에는 참다래라고 부르는 그것 농사를 짓고 있어요.” “댁이 어디신데요?” “득량면 삼

정리 쇠실마을이거든요.”

쇠실마을이면 성()이 김씨(金氏)신가요?” “아니 제가 김가인지 우추고 아시께라?” “그 마을에 저의 진

외가(陳外家)가 있는데

 

김씨들이 많이 살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요? 그라문 누가 외갓집 되시께라?” “김저외씨라고 아시겠어

?” “알고말고요.”

그분이 저의 진외가 형님뻘 되시거든요. 옛날 제가 젊었을 때는 그래도 가끔씩 놀러다니곤 했는데 광주로 이사

 가신 뒤로

연락도 끊어지고 해서 아마 지금은 나이가 많아 돌아가셨을 것 같아요.” “그렇게 되그만요. 그분은 진작 돌아

가시고

 

아들이 광주에서 교사(敎師)로 근무하다 퇴직(退職)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농사지으면서 살고 있어요.” “그렇

습니까?

광주로 이사한 뒤에 한번 찾아가 보았는데 집이 비어있어 정말 안타깝더라고요.” “옛날에 좋게 지어 놓은 집이

라 다시 말끔하게 수리를 했거든요.”

 

그렇습니까? 좋은 소식을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래도 선생님은 진외가가 어디 있는지 알고 계시니 부

럽네요.

저는 고흥(高興)쪽에 있다는 말만 들었지 한 번도 가 본적은 없거든요.” “외갓집도 어릴 적 말이지 이렇게 나

이 먹어서 찾아 다녀 진답니까?”하면서

 

이번에는 제가 밀어드릴게요.”하였더니아이고! 고맙습니다.”하며 살며시 등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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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보성의 겨울 녹차 밭 입니다. (사진은 2012년 촬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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