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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추억은왜 그렇게 아름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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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19-01-12 14:08 조회1,9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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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추억은 왜 그렇게 아름다울까?

 

KBS 인간극장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강원도 정선에 살고 있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방송되고 있었는데, 곱게 빻은

 수수가루를 반죽하여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부친 다음, 가운데에 맛있는 팥소를 넣고 반으로 접어 완성시킨 수수부끄미라는 떡을

 영감님과 마주 앉아 드시는데

 

이게 옛날에는 정말 맛있었는데 왜 그런지 요즘에는 맛이 덜 하는 것 같아! 그때는 식구들이 많아 이걸 부쳐 놓

기가 바쁘게 없어졌는데

지금은 단 둘 뿐이어서 그런가? 아니면 내 입맛이 변해서 그런가?”영감님이 말씀하시자, TV를 지켜보던 집사람

 

옛날에는 왜 그렇게 모든 것이 다 맛있었을까? 특히 친정엄마가 보릿겨를 반죽하여 호박잎에 싸서 밥에 올려

 만든 개떡은

지금도 먹고 싶은데 한번 만들어 볼까?”하면 가벼운 웃음을 웃는다. “그 시절에는 배고픈 시절이니 모든 게 다

 맛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다 풍족하여 남아돌아가는 세상인데 무엇을 해 놓은 들 맛이나 있겠어?” “그때 나는 밥에 수

수를 넣으면 제일 먹기 싫었어!”

왜 그랬을까? 나는 수수를 섞어 지은 밥은 맛만 있던데! 그러면 제일 맛있었던 건 무엇이었는데?” “옛날에

 우리 아버지께서

 

울력을 다니면서 밀가루를 타 오시면, 엄마는 시골집에서 밥 지을 때 쓰던 검은 무쇠 솥 뚜껑을 거꾸로 뒤집어 밑

에 불을 지피면서

거기에 돼지비계를 문지른 다음, 밀가루에 풋 호박이나 감자 파 같은 것을 썰어넣고 반죽하여 전을 부치면 그때

는 왜 그렇게 맛있었는지

 

지금도 먹고 싶은데 이제는 그 맛이 안 나겠지?” “그때는 모든 것이 귀하던 시절이니 감도 익지 않고 떨어지면

 떫은맛이 없어지도록 물에 담가 우린 다음 먹었는데, 요즘 누가 우린 감을먹으라.’권하면 미쳤다!’할 거

!”

 

정말 그럴까? 나는 지금도 우린 감 같은 것은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하다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 시작

하였다.

모든 것이 귀하고 어려웠던 1960년대, 그 시절에도 지금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은 꾸준히 반복되고 있었는데

 

먹을거리가 귀했던 그 시절, 여름에는 감자를 그냥 간식거리로 쪄서 먹기도 하였지만 또 보리쌀과 섞어 밥을 지

어 먹기도 하였고

밀가루를 반죽하여 끊인 수제비에 감자를 채쳐 넣어 죽을 쑤어 먹었는데, 감자는 특히 내가 좋아하는 음식(飮食)

이어서

 

별다른 부담 없이 먹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가을에서 겨울이면 어머니께서는 밥에 콩이나 수수 같은 잡곡

을 섞어

밥을 지으시면 고급(高級) 음식으로 생각되었고, 무를 채쳐 쌀과 함께 섞어 밥을 지으셨는데 달착지근한 맛이 나

는 무는

 

별다른 부담이 없었는데 정말 아무 맛도 나지 않는 것을 섞어 밥을 지으시면 왜 그렇게 먹기가 싫었는지,

그리고 제일 맛이 있었다고 기억되는 건 고구마였는데 그냥 쪄서 먹기도 하고 잘게 잘라 쌀과 섞어 밥

을 지어도 별다른 무리 없이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제일 먹기 싫고 힘든 것은 배추뿌리였다. 요즘에는 간식용으로도 나온다고 하지만 그 시절에는 그런 게

 없었기

때문에 어머니를 따라 배추밭에 가면 뿌리는 마음껏 먹을 수 있어 그때만 누릴 수 있는 큰 호사였던 것 같았다.

   

그리고 배추 수확이 끝나면 어머니께서는 어김없이 그걸 가져와 쌀과 섞어 밥을 지으셨는데 이상하게 감자나 고

구마 또는 무와 달리

약간 쌉싸름한 맛 때문에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엄니! 밥에다 배추 뿌랭이잔 안 너문 안 된가?”가끔

 

어머니께 항의도 하였지만 한동안은 밥을 먹으며 배추뿌리를 골라내다 혼이 나기도 하였다. 이제는 지나가버린

아주 오래전 이야기지만 지나간 추억은 왜 그렇게 아름다울까? 가끔은 그 시절이 무척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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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고있는 전남 보성 제1다원 녹차 밭 입니다. (사진은 2012년 12월에 촬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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