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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에서 남극으로 이사 온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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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18-09-15 15:22 조회1,9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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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에서 남극으로 이사 온 사람

 

장마가 끝나자마자 찾아온 강력한 무더위는 가만히 앉아있어도 숨이 턱턱 막힐 정

도로 뜨거운데다, 매일매일 최고기록을 갈아치우는

수은주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무덥다고 알려진 대구(大邱)와 경산(慶山)지방이 사람

의 체온보다 높은 섭씨 40도가 넘는 무더위로 기록되면서,

 

대구가 아프리카처럼 무덥다는 뜻으로 대프리카라는 새로운 신조어(新造語)

생겨났다는 뉴스가 매일 계속되고 있었다.

 

바지 길이를 줄이려고 친구가 운영하는 세탁소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서

자 가게 안은 에어컨을 틀었는지 시원한 느낌이었다.

그동안 잘 계셨는가? 요즘 무더워서 어떻게 사는가?”하며 친구의 얼굴을 바라보

았는데 굉장히 피곤한 기색이었다.

 

자네 이렇게 뜨거운 날 어디서 일하고 왔는가?” “어제 아침에 조금 시원한 것

같아 논에 좀 가 봤거든,

그랬는데 벼 줄기에 무언가 희끗희끗한 게 보이더라고 그래서 자세히 살펴봤더니

문고병(紋枯病)이 막 시작되었는데 그냥 놔두면 안 되겠더라고,

 

그래서 할 수 없이 농약(農藥)을 하고 왔더니 이렇게 피곤하네!” “이렇게 살인적

으로 무더운 날도 아니고 뜨거운 날 논에 가서

농약을 치고 왔다고?” “그럼 어떻게 하겠는가? 오늘 안하고 미루다 병()이 논

전체로 퍼져버리면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게 되는 데

 

미리 예방을 해야 되지 않겠는가?” “자네 말이 맞긴 맞는데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렇게 섭씨 40도가 넘어간다는데 더군다나

이른 새벽도 아니고 대낮에 농약을 했다는 자네의 용기가 대단해서 하는 말일세!”

오늘 같은 날 하면 물론 힘이 많이 들지 왜 안 들겠는가?

 

그러나 기왕에 해야 할 일이니 아무리 무덥더라도 해 치우고 말아야 되지 않겠는

?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오셨는가?”

바지를 하나 새로 구입했는데 길이가 너무 길어 수선해 달라고 왔네!” “그랬

? 그럼 이리 줘보게!”하여 건네주고

 

의자에 앉아 길 건너편을 바라보니 한 낮의 뜨거운 태양 볕이 사정없이 가게 안으

로 쏟아지고 있었다. “여기는 다행히 햇볕을 받지 않아 괜찮은데

건너편 가게에는 완전히 한증막이겠는데 금년처럼 뜨거울 때는 정말 어려움이 많겠

는데!” “내가 몇 년 전 저쪽 가게에서 장사를 했지 않은가?

 

그런데 처음 이사를 갔을 때는 겨울이었기 때문에 햇볕이 들어오니까 따뜻하니 정

말 좋더라고! 그런데 여름이 되면서 상황이 확 바뀐 거야!”

어떻게 바뀌었는데?”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뜨거운 햇볕이 가게 안으로 바로

쏟아져 들어오니까 에어컨을 계속 켜놓고 살아야 되거든,

 

그런데 전기요금이 좀 비싼가?” “그러면 엄청 나왔겠는데!” “그런데 전기세도

문제지만 해가 지고 밤이 되어도 가게 안이

낮에 뜨겁게 달궈진 열기 때문에 밤이면 무더워서 잠을 잘 수 없는 거야!” “그랬

으면 정말 고생이 많았겠는데.”

 

그래서 남이 보기 좋든 싫든 차일을 만들어 낮게 쳤더니 조금 낫더라고!” “

럼 이쪽으로 와서는 어떻든 가? 여기는 반대편이라

햇볕은 전혀 안 들어오겠는데!” “그래도 아침이면 조금 들어오는데 잠깐 들어왔

다 바로 돌아가 버리니까 괜찮아!”

 

그럼 전기요금은 얼마나 절약되던가?” “많이 절약되지 저쪽에서 몇 년 살다 이

쪽으로 이사를 봄에 왔거든 그런데 어쩌다보니

에어컨 설치를 못 한 거야!” “그럼 여름에 어떻게 살았던가?” “그런데 여름을

지내는데 저쪽에서 워낙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별로 무더운 줄 모르고 살았네.” “정말 그랬어?” “가끔 손님들이아니 이렇게

무더운데 에어컨도 없이 살아요?’물으면

적도에서 살다가 남극으로 이사 와서 그래요.’대답하면 말없이 빙긋이 웃기만

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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