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근방 어딘가에

보성읍 주봉리 뒤쪽 관주산 정상(頂上)에서 운동기구를 이용하여 “하나! 둘! 셋!

넷!”구령에 맞춰 몸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는데

아래쪽에서“선생님! 이쪽으로 가면 정상이에요?” “여기가 이 산에서 가장 힘이

많이 드는 구간이니 조금만 더 힘을 내서 올라가도록 합니다!”

“선생님~ 조금 쉬었다 가면 안 될까요?” “그럼 무리하면 안 되니까 조금 쉬었다

올라가도록 합시다.”왁자지껄

어린이들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다. “애들이 산을 올라오나? 지금 학교에서 공부

를 해야 할 시간인데 왜 여기를 올라오지?”하는데

초등학교 5학년쯤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우르르 몰려오더니 “아

이고! 힘들어!”하고는 그늘 쪽에 있는

의자에 힘없이‘풀썩!’주저앉는다.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수고하셨어요. 이제 잠

시 쉬었다 수업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 말씀에 모두 힘차게 “예~!”하고 대답하더니 수업이 시작되었다. “여러분

모두 눈을 감아보세요.

지금 무슨 소리가 들리는지 조용히 들어봅니다. 그리고 말씀해 보세요!” “새들이

노래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바람소리가 들립니다.”

“트럭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렇지요? 우리가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

쳤던 많은 소리들이 이렇게 산을 올라와서 들어보면

새롭게 들리는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눈을 감고 무슨 냄새가 나는지 알

아봅시다. 자~ 모두 눈을 감고 냄새를 맡아 봅니다.

무슨 냄새가 나고 있을까요?” “그냥 솔솔 부는 바람 같은 냄새가 나는데요.”

“저는 밤나무 꽃향기가 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과자 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요? 우리가 직접 먹거나 맛 볼

수는 없지만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기 때문에

냄새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겁니다. 그러면 이 산에는 어떤 나무들이 있을까

요? 말씀해 보세요!” “밤나무가 있습니다.”

“소나무가 있습니다.” “단풍나무도 있습니다.” “그렇지요. 산에는 어느 한 가

지 나무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여러 나무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각각

나뭇잎들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말씀해 보세요!” “소나무 잎은 바늘처럼 생겼습니다.” “단풍나무 잎은 별모양

처럼 생겼습니다.” “밤나무 잎은 길쭉하게 생겼습니다.”

“그렇습니다. 산에 있는 나무들의 잎은 모두 똑 같이 생긴 것이 아니고 각기 자신

들이 살아가기 좋은 모양으로

진화(進化)하여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무에

서 떨어진 낙엽과 살아있는 나뭇잎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우리가 학교에서 출발하기 전 나눈 분단 별로 조사하여 결과를 발표하도록 합니

다.” 하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혹시라도

아이들의 수업에 방해가 될까봐 슬며시 산을 내려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아주 오

래전 일들이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러니까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우리 학교에 산이 있는데 관주산이라고 합니

다. 그런데 산에 나무가 별로 없어 우리가 심어야 합니다.”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우리는 삽과 호미, 어린나무를 가지고 처음 산을 찾았는데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아름드리나무는 없고

아주 작은 나무들만 드문드문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모두들 흩어져 나무

를 심었는데 갑자기 한 친구가“토끼다!”하는 소리에

모두들‘토끼를 잡는다!’며 온 산을 누비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때 나무

는 어디에 심었을까? 그리고 얼마나 자랐을까?’

아무리 둘러보아도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벌써 50년도 더 넘은 세월이

훌쩍 지나가 버렸는데,

그 시절 그 친구들은 모두 다 어디로 갔을까? 지나간 어린 시절이 많이 그립다.

전남 보성읍 겨울 녹차 밭 입니다. (사진은 2015년 겨울에 촬영하였습니다.)